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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Dec 17. 2018

삶에서 안정된 길이란 무엇일까

일상의 흔적 2

12월 9일, 맑은 날씨.  좋아하는 동생을 만났다.

동생을 만날 때면 늘 기분이 좋다. 사막여우가 어린왕자를 기다리듯 동생과의 만남은 설레고 가슴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다. 수많은 사람과 인연이 닿고 부딪히며 만남을 이어가지만 동생과의 인연은 더 특별하다. 오랜 세월을 다르게 살아온 우리가 인연처럼 만나 서로의 비슷한 가치관을 나누고 신뢰를 쌓아간다는 느낌 때문일까. 각자 가장 친한 친구들이 있지만 삶의 고민을 나눌 땐 서로를 찾아 대화를 한다.


이번 만남 역시 동생의 고민 덕에 이루어졌다. 동생은 지금까지 밟아 온 길을 뒤로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갈림길에 서 있다. 새로운 시작은 늘 염두에 두고 고민하던 부분이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계획과는 다르게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순식간에 흘러가는 상황에 나아갈 틈 없이 잠시 길에서 멈추게 되었다. 동생에게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늘 계획을 세우고 정해진 시기마다 선택이 따를 뿐, 게다가 선택 후에는 막힘없이 새로운 둥지를 찾곤 했다.


처음 겪어보는 일에 동생은 자신감을 잃었다. 잠시 멈춤의 표지판 앞에 서 있을 뿐이지만 이 순간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위 모든 이들이 앞을 향해 걸어가는데 혼자 뒤처진 느낌, 이렇게 멈춰 있어도 되나 싶은 불안감이 매 순간 동생의 머릿속을 채우는 것처럼 보였다. 가만히 동생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그저 앞을 향해 걷고 싶을 뿐인데 왜 내 길은 갑자기 끊어지고 뒤틀리는지, 주위를 둘러봐도 나에게만 왜 이런 차가운 순간이 다가오는지에 대한 하소연이 섞여 들어왔다. 정해진 계획처럼 단단하게 안정된 길 위에 서 살아가고 싶다는 한숨을 쉬었다. 문득... 이런 게 삶이고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현실 속 사람이던 정해진 길을 걷는 삶은 없다. 길이란 내가 한 발을 내디뎠을 때 생기는 것이 아니던가. 그 누구도 완성된 단단하고 곧은길만을 걸을 수 없다. 한발 한발 수많은 생각이 담긴 발걸음을 내딛고 수많은 선택으로 만든 길 위에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지만 아득한 희망과 미래를 향해 나아갈 뿐이다. 나아가지 않는 걸음 앞으로는 길이 생기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순간 방황하는 이에겐 닿지 않는 안개 같은 말이다. 누가 인생이 변화무쌍한 것임을 모르겠는가. 그저 답답한 순간에 간절함이 만들어낸 억지스러운 하소연일 뿐임을 나도 동생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가, 하소연 끝에 인생이란 건 그런 게 아닌가라는 나의 말에 서로 그저 웃어버렸다. 마음속 깊이 안고 있던 하소연을 모두 풀어낸 동생의 얼굴이 가벼워 보였다. 따뜻한 햇살,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달달한 커피 우린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삶에서 안정된 길이란 무엇일까. 아니 '안정된'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 아닌가. 아직 인생의 시작단계에서 방황하는 청춘으로서 수많은 갈림길을 만나게 될 테니까. 그저 갈림길에 선 그 순간순간마다 마음이 따르는 선택을 하길, 현실에 적당한 타협을 이루어 미래에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나온 시간이 만든 길을 다시 돌아봤을 때 스스로에게 고생했다고, 모든 선택이 지금의 현재를 만들었으니 어떤 선택도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길 바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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