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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Dec 17. 2018

예민한 사람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일상의 흔적 3

12월 13일, 볼을 얼얼하게 만드는 추운 날씨. 친한 언니를 만났다.

언니와 만남은 청량한 공기로 가득한 여름의 초입, 그때 이후로 처음이다. 차로 1시간 30분 거리, 바로 옆 도시에 살지만 마음만 가득할 뿐 만남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소중한 생명을 품고 있기에 더욱 만남이 조심스러웠다. 오랜만에 만난 언니는 통통한 뺨에 생기를 가득 뿜어내며 여전히 발랄해 보였다.


추운 날씨에 서로 꼭 붙어 움직이며 맛있는 식사를 먼저 하기로 했다. 그런데 언니가 좋아하는 고기를 먹을 때도 예쁜 카페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는 순간에도 얼굴이 어딘가 어두워보였다. 좋은 얘기만 나누고 싶다며 말을 돌리는 언니를 설득해 이유를 들었다.


"송이 보이기에도 내가 예민해 보여?"


언니를 잘 아는 지인이 언니에게 '예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특정 지인이 아닌 여러 명이 동의했으며 언닌 그 순간 나빠지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고 지금까지도 그 말이 맴돈다고 했다. 문득 그 순간에 생각나는 말을 해줬다.


"사람은 누구나 본인만의 예민한 부분이 있잖아.

단순히 예민하게 구는 것만을 꼽으면 나도 예민한 사람인 걸."


언니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언니에게 예민은 '까탈스럽고 맞추기 힘든 사람'이라는 뜻처럼 들려서 한동안 우울했다고 한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 틀어보니 사람마다 중요하고 예민하게 구는 부분이 있고, 언니는 그 지인들이 생각하지 않는 부분을 중요하게 여길뿐이다. 사람들은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부분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고 공감하기 힘드니 지인이 그렇게 여겼을 거라고 토닥여줬다.


언니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난 '예민한 사람'이라는 굴레는 주위 사람들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예민하다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느끼게 만들고, 그저 우리가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을 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일 뿐인데 주위를 피곤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한다.


어두워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한결 편안해진 언니는 뺨을 붉게 물들이며 그 어느 순간보다 밝게 웃었다.


"오늘 송을 만나서 다행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줘서 고마워."


언니의 마지막 말 덕분에 삶에 있어 하나의 목표가 더 생겼다. '오랜 시간을 보낸 친한 지인일지라도 섣부른 판단은 금지, 나와 다름을 인지하고 그 사람 그대로를 이해하며 받아들이자.' 당연하지만 종종 잊어버리곤 하는 목표, 꼭 지키며 살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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