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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Dec 17. 2018

간절하게 살지 않아야겠다.

일상의 흔적 4

12월 15일,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지만 차가운 공기, 미언니를 만났다.

연말이 다가오니 만남이 오래된 지인을 만나게 된다. 미언니 역시 여름에 만나 추워질 때까지도 만남만을 기약하며 도통 만날 수 없었다. 올해가 끝나간다는 느낌 때문일까. 언니를 꼭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니와 친한 정언니까지 셋의 만남을 약속했다.


약속된 날까지 한 달이나 남았지만 매일이 설렜다. 수줍고도 서툴렀던 20대 중반, 신입 때 만나 내 서투름마저 감싸 안아주고 토닥여줬던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언니들을 만날 때면 아직 서투르지만 마음만 앞섰던 어린 날의 내가 되는 기분이다.


하루하루 날짜를 세어가며 만남을 기다리던 중, 정언니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끊기는 일이 생겼다. 초조한 마음으로 전날까지 기다렸지만 결국 언니는 만나지 못했고 나와 미언니, 둘만의 만남만이 이루어졌다. 아쉽지만 흐른 시간만큼 각자의 사정이 생겼던 터라 이해했다.


차가운 공기를 흠뻑 맞으며 맛있는 밥을 먹고, 과거를 추억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의 오랜 단골로 자리 잡은 찻집으로 향해 몸을 녹이고 있을 때였다. 난 못내 정언니가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나 보다.


"정언니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죠?"


미언니의 얼굴에 고민하는 표정이 스쳤다. 언니는 깊은 생각에 빠진 얼굴로 머뭇거리다 말했다.


"근데 난... 그냥 이제 갈구하거나 간절해지지 않으려고.

그냥 그렇더라. 내가 그 사람과의 만남을 간절하게 생각하거나 갈구하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상실감이 너무 크더라고.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언니는 사람들에게 지쳤다고 말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너무 간절하게 혹은 갈구하며 살기에는 본인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순간 가슴이 한켠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 나 간절하게 살고 있었구나. 그렇게 살지 않아야겠다."


인간관계는 시소와 같다고 했던가. 평행하지 못하고 기운 관계는 결국 한 사람의 지침으로 끝날뿐이다. 쿨하게 세상을 산다고 했지만 쿨하지 못했나 보다 나도. 내가 그 사람을 아끼고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관계에서 아쉽고 간절한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간절해진 마음은 그 사람에게 바라는 점이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하나를 배웠다. 어떠한 관계에서도 간절하게 살지 말자. 나를 위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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