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높다'라는 말의 진짜 뜻

일상의 흔적 33

by 송송

3월 11일, 시작되는 꽃샘추위. 사람들은 왜 혼자인 나를 두고 보지 못할까.

한국에 사는 여성, 특히 30대의 관문에 들어서기 직전의 29세의 여성이 솔로인 것에 왜 사람들의 관심이 넘쳐날까. 작년 가을쯤을 기점으로 주변 지인들의 지대한 관심에 시달리고 있다. 내가 아직 누군가를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 왜 그들의 걱정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올해 들어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누구 만나는 사람 있니?' '왜 안 만나?' '좋을 때 많이 만나야지'라는 말이다. 결코 달갑지 않은 관심(걱정)일뿐더러 이 말이 나오기까지 그들의 생각에는 내 의사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때로는 그들은 내가 간절하게 만나고 싶으나 겉으로 쿨한 척하는 것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마치 떨이 상품이 된 것 같다. 정말 더 이상 팔리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수거해서 창고에 넣어야 하는, 언제 팔릴지 모르는 혹은 영원히 쓸 수 없을 수도 있는 그런 상품. 팔리지 않으면, 누군가를 만나 연애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고독사를 할 듯이 구는 지인들의 반응이 여전히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선심 쓰는 척 내 이상형을 묻곤 한다. 주위에 그런 남자가 있다면 꼭 소개해주겠다는 말을 덧붙이며.


그들의 닦달에 못 이겨 이상형을 말하면 제대로 듣지 않고 핸드폰을 뒤적이며 그들 주위에 혼자인 남자를 찾아 들이민다. 그리고 대부분 그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이 아닌 조건을 먼저 말한다.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고 오로지 그 사람이 '갖춘 조건'만을 들으니 당연히 별로 만나고 싶지 않다. 그 사람과 내가 잘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그저 본인의 재미를 위한 짝짓기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저런 식으로 구는 지인의 지인은 더더욱 싫다. 나름 예의를 지켜 조곤조곤 거절하면 돌아오는 답은 '너 눈 진짜 높구나. 그렇게 이거 저거 다 따지면 아무도 못 만나.' 눈이 높다 낮다의 기준이 대체 뭘까. 이럴 때면 못된 마음으로 '그래 넌 눈이 낮아서 지금 그 사람을 만나고 있구나 하하.'라고 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누구라도 보여주는 지인이 나은가 싶게 잔소리만 퍼붓는 사람들도 있다.


이 세상을 혼자 살아간다고 해서 불이익을 당한 적은 정말 한 번도 없다. 그렇다고 지독하게 외로움을 느껴본 적도 없을뿐더러 격렬하게 연애를 꿈꾸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내 생활 패턴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이러다가 우연이든 만든 기회든 인연이 닿는다면 만나는 것이고 아님 말고. 지금까지의 삶도 이렇게 흘러가듯 살아왔다.


그러니 앞으로의 내 인생도 하루하루 기대로 가득한 초콜릿 상자처럼 살 것이다. 오늘 상자에 손을 넣으면 어떤 초콜릿이 잡힐지 모르지만 그 또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눈을 감게 만드는 달콤한 초콜릿도, 깜짝 놀랄 만큼 쌉싸름한 초콜릿도 결국 단맛을 남겨줄 테니.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여전히 혼자인 나를 걱정하는 지인들을 위해 SNS에 잘 먹고 잘 놀고 잘 살고 있다고 인증샷을 올려야 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