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

일상의 흔적 22

by 송송

1월 29일, 일교차는 크지만 나름 온화한 겨울. 조용히 위로를 건네고 싶은 날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나랑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서로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며 의지했던 친구다. 1년이라는 시간을 적응하려고 노력하며 묵묵하게 일하던 친구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힘들어도 내색을 하지 않는 친구라 이런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혼자 속앓이를 했을까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친구를 지독하게 괴롭히는 상사가 있다. 그 상사는 친구의 모든 면을 싫어했다. 타고나길 마른 몸도, 모두에게나 친절하고 밝은 성격도,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깨우치려는 열정도 그냥 친구 자체를 싫어했다. 친구의 작은 행동이나 말은 모두 상사에게 시빗거리였다. 매일매일 친구는 상사의 꾸지람을 듣고 눈물을 삼켜야 했다.


친구는 상사의 괴롭힘을 본인의 부족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좀 더 노력하면, 상사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본인의 역할을 제대로 해 일을 능숙하게 해내면 나아질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상사는 일거리를 몰아주고 잘못을 덮어 씌우거나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창피를 줬다.


"매일 그런 말을 듣고 있으면 내가 정말 쓸모없는 사람처럼 여겨져 너무 괴로워...

이젠 뭘 더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난 지쳤고 이곳을 떠나고 싶어"


친구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끼게 만드는 상사의 말이었다. 누구보다 본인의 일에 자부심이 있고 일에서 보람과 삶의 열정을 찾는 친구에게는 가장 힘든 순간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분야에 도전하기까지 많은 방황을 겪어 늦은 나이게 시작한 만큼 친구는 회사에 열정이 있었다. 우리가 보기에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친구는 그저 열심히 했다.


친구의 잘못이 있다면 그저 바보같이 노력했다는 것뿐이다. 모두가 퇴근 한 어둠 속에서 불평 없이 떠넘겨진 일을 했고 상사의 잘못이 본인의 잘못이 되어도 받아들였고 본인의 아이디어를 빼앗겨도 팀의 이익이라면 조용히 웃었을 뿐이다. 그저 팀에, 회사에 도움이 되고 일원으로 열심히 했을 뿐인데 1년을 버틴 결과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괴로움으로 돌아왔다.


더 이상 자괴감에 빠지기 전에 그만두려 한다는 친구의 말에 격하게 동조했다. 바쁜 와중에도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잘 정리해뒀던 친구의 꼼꼼함을 격려하며 어디든 너의 가치를 알아보는 곳으로 가라고 말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너의 열정을 모두 붓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가길 바란다고. 친구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남다른 시각을 가졌다. 어떤 곳에 가던 누구보다 빛날 친구다.


(같은 단톡방에 있는 친구는 요즘 누가 회사에 그렇게 공을 들이고 열심히 사냐고 했다. 그저 퇴근 이후의 내 삶에 더 집중하라며 우리에게 욜로를 강조했지만,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욜로가 싫은 게 아니라 우리의 삶에 일도 욜로의 한 부분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루의 33%를 회사에서 보내는데 이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내 능력이 어딘가에 도움되고 빛나기를, 내가 가진 능력을 더 키울 수 있기를 즐겁게 회사생활을 하고 회사에 있는 동안 뿌듯한 시간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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