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의 나의 글을 다시 발행하며...
2020년도 부터 시작하게 된 인스타그램은 재밌었다. 다른 친구들의 일상을 구경하는 것도, 그리고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도. 내가 게시글보다 더 자주 이용하는 <스토리>라는 기능에 그냥 스쳐 지나갈만한 소소하고 짧은 순간들도 부담없이 모조리 기록할 수 있다.
그 <스토리> 기능은 24시간 후면 사라진다. 휘발성이다. 그렇기에 부담이 없다. 먹는 거, 보는 거, 당장 느끼는 거 모조리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스토리를 올리는 데는 20초면 충분하다. 글도 한 줄이면 끝난다. 내가 가장 최근에 올린 스토리는 좋아하는 언니랑 데이트하면서 찍은 셀카로, "언니야, 내 볼살 좀 가져가."라는 내용 한 줄 만이 적혀있다.
그러니 그 날 언니와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눴고,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는 인스타에서는 중요하진 않다. 그저 한 줄의 글과 즐거워 보이는 내 표정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친구들의 스토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대한 심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는 게 유행인 것만 같다.
인스타에 익숙해진 나에게 브런치는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다. "글쓰기" 물론, 블로그에 글을 쓰곤 하지만 브런치의 색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 한 줄로 표현하던 나의 일상을, 기체로 날아가버리던 나의 일상을, 고체로 남겨두겠다.
20초 걸리던 일이 20분이 될 수도 2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나는 인스타보다 브런치에 나를 남기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