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새세미나 도전기

새벽달 보며 떠난 품새세미나 도전기


2월, 리자이나에서 열린 토너먼트를 마친 뒤, 3월 이사회 미팅 자리에서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들었다. “이번 달에 품새 세미나가 있습니다.”

“이번 달이요?”

나는 그때까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깜짝 놀라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물었더니, 각 도장으로 이메일이 발송되었다고 했다. 조심스레 달력을 펼쳐보니, 세미나는 고작 이틀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다. 휴가를 내기엔 이미 늦었고,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먼 도시까지 가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 세미나는 품새를 더 정확히 배우고, 심판 자격증까지 취득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다.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금요일 저녁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그러다 결국, 신랑과 눈을 마주쳤다. “우리… 그냥 가자.”

“그래, 새벽에 출발하자.”

다음 날 새벽 4시 반. 핸드폰 알람 소리가 아직 잠에서 덜 깬 공기를 깨웠다. 부스스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아이들도 도톰한 패딩을 입혔다. 5시 정각. 하늘은 아직 새까맸고, 달빛만이 우리의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고요한 도로 위를 따라 달리며, 우리 가족은 이른 아침부터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이렇게까지 태권도에 진심이었어?”

“진짜 태권 가족 맞네, 우리.”

차창 너머로는 서서히 붉게 물드는 여명이 펼쳐졌다. 차 안은 은근한 졸음과 설렘이 뒤섞인, 작은 모험의 공간이었다.

3시간을 달려 세미나가 열리는 도시에 도착하자, 낯익은 얼굴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처음보다 익숙한 분위기.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렸다. 오전 일정은 이론 교육이었다. 프로젝터 화면에 비친 품새의 원리와 규칙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강의가 이어졌다. 낯선 용어들도 있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로웠다.

오후가 되자 본격적인 실습이 시작됐다. 태극 1장부터 8장까지, 수련생들이 돌아가며 시연하고 직접 동작을 익혀보는 시간. 구령에 맞춰 품새를 뻗는 팔과 다리, 바닥에 닿는 발끝의 리듬이 공간을 채웠다.

기다리는 아이들은 어땠냐고? 지루할 법도 했지만, 옆에 비어 있는 공간에서 스스로 품새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조용히 따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대견하던지.

‘아, 저렇게 보면서 배우는 거구나.’

아이들은 늘 예상보다 한 뼘씩 더 자라 있다.

세미나 마지막엔 품새 심판 핸드시그널과 채점 연습까지 이어졌다. 손끝의 각도 하나, 시선의 방향까지 세세하게 익히고 직접 심판 역할도 해봤다. 심판 자격증을 받기 위해선 필기시험도 봐야 했다. 코치 활동만 원하는 사람은 세미나 수료만으로 충분했지만, 나는 욕심을 냈다. ‘이번 기회에 한 단계 더 나아가 보자’는 마음으로 시험지와 마주했다.

하루 종일 몸도 머리도 꽤나 바빴지만,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가볍고 풍성했다.

남편은 어느새 수련생에서 겨루기 코치, 이제는 심판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태권도를 경험하고 있다. 그 변화의 과정을 아이들이 지켜보며 배우고 있다는 생각에 괜히 뿌듯했다.

세미나가 끝난 뒤, 다른 도장 가족들과 함께 한 저녁 식사 자리.

“우리 도장은 요즘 이런 고민이 있어요.”

“그 기술, 지난 대회에서도 봤어요!”

이야기의 주제는 줄곧 태권도였지만, 누구 하나 지루해하는 기색 없이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나누는 시간이 참 따뜻했다.

다음 토너먼트에선, 오늘 만난 반가운 얼굴들과 또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게 또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