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입은 초록 넥타이, 그리고 심판 데뷔전

3월, 아직 새벽 공기가 매서울 때였다.

새벽달을 보며 달려가서 품새 심판 자격증을 수료했고, 4월엔 토너먼트 하루 전날 겨루기 심판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바로 실전에 투입된 우리 부부.

신랑은 블랙벨트에 몇 년간 코치 경험도 있어서인지, 바로 가장 난이도 높은 링에 배정됐다.

게다가 집에서도 연습을 제법 열심히 했던 덕분에, 토너먼트에서 바로 겨루기 심판까지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날, 특별한 인연도 만났다.

현장에서 만난 분 중에 밴쿠버에서 오신 내셔널 코치가 계셨는데, 본인도 내셔널 심판 레벨을 업그레이드하러 오셨다고 하셨다. 빨간 넥타이를 매고 계셨는데, 멀리서도 딱 눈에 띄었다.

태권도를 하면서 이렇게 한국분들과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것도 참 신기하고 반가웠다.

나는 컬러벨트들이 경기하는 링에 배정받았고, 겨루기는 일단 코너심판으로 경험해 보기로 했다.

하얀 셔츠에 검정 바지, 그리고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심판석에 앉으니 얼떨떨하면서도 긴장됐다.

오전에는 우리 가족이 가족 품새에 출전했고, 바로 이어서 품새 심판으로 자리에 앉았다.

평가를 받던 입장에서, 이제는 평가하는 입장이라니… 참 묘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최대한 기준에 맞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했다.

점심 먹고 나자 바로 겨루기 경기가 시작됐다.

쉬는 시간도 없이 오후 내내 이어지는 경기들.

이날 처음으로 심판을 해봤는데, 선수뿐 아니라 심판에게도 체력은 필수라는 걸 온몸으로 깨달았다.

결국 저녁 6시 반까지 심판을 보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신도 몽롱해졌다.

가장 아쉬웠던 건, 우리 아이들 경기를 거의 챙겨보지 못했다는 점.

엄마 아빠가 둘 다 심판이니,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경기를 준비하고 참가해야 했다.

그래도 다행히 도장 가족들이 우리 아이들을 잘 챙겨주셔서, 우리는 마음 놓고 주심판 경험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심판도 단계가 참 다양하더라.

언젠가 내셔널 심판이 되면 다른 주의 토너먼트에도 심판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열린 BC주 토너먼트에선, 우리가 속한 주의 심판 수가 가장 많았다고도 한다.

앞으로도 배울 기회는 많을 것 같다.

이미 활동 중인 분들이 많아서 도움도 쉽게 받을 수 있고, 방향도 다양하게 열려 있는 느낌.

태권도를 하면서 선수도 되고, 코치도 되고, 심판도 되고, 언젠가는 협회 이사로도 참여할 수 있다니…

앞으로 우리 가족에게 어떤 새로운 여정이 펼쳐질지, 정말 기대된다.

이전 06화2년만의 다시 도전한 가족 품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