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월, 4월은 토너먼트와 심판 세미나로 정신없이 달렸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봄이 와 있었다.
5월은 내 생일도 있고, 조금은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따르릉— (물론 요즘 전화기에서 이런 소리는 잘 안 나지만 )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신랑의 조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데, 우리 가족을 초대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넓은 캐나다 땅에서 조카에게 ‘가족’이라곤 우리뿐인데, 어찌 거절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곳에서 고등학교 졸업식은 정말 큰 행사다.
조카가 사는 곳은 캘거리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
가는 김에 우리 가족은 캘거리도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
예전에 스레드에서 “캐나다에선 태권도 용품 어디서 사요?”라고 물었더니,
스친이 추천해 준 곳이 있었다. 바로 Captain Sports!
처음 듣는 이름이라 늘 궁금했는데, 드디어 가보게 된 것이다.
쇼핑몰은 안 가도 태권도 스토어는 꼭 들르는 우리 가족답게.
구글맵을 찍고 도착한 곳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매장이라기보다 온라인 주문을 포장해 보내는 사무실 같은 분위기랄까.
그래도 반갑게 인사드리고 들어섰는데… 어라? 전화로 통화했던 분 성함이 다르다?
알고 보니, 신랑이 통화한 분은 토론토 본사 매니저님,
우리가 찾아간 곳은 캘거리 지점이었다. 완전히 다른 분이었던 것! ㅋㅋㅋ
그래도 태권도 가족답게 인사를 드리고 쇼룸을 둘러보았다.
이왕 시간 내주신 김에 그냥 나가긴 뭐해서,
곧 품띠로 올라갈 아이들 도복을 보여달라고 했다.
아이들이 입어보더니 엄지 척!
늘 중고 도복만 입히다가 처음으로 새 도복을 입혀주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훌쩍 커버려서 새 걸 입혀줄 때가 된 것 같기도 했다.
도복 외에도 어떤 물품을 취급하는지, 배송은 어떻게 되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고 나왔다.
건물 밖 주차장에는 벚꽃나무가 눈에 띄었다.
한국이라면 5월엔 이미 지고도 남았을 벚꽃인데,
이곳에서는 이제 막 만개한 모습이었다.
도복을 차에 싣고 나서 피식 웃었다.
“캘거리에 와서 태권도 용품점 들르는 집, 우리밖에 없겠지?”
정말 우리 태권가족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