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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어 밑바닥이 드러나 버린 면접

by 쏭맘

나는 길을 잃어 30분이나 늦게 면접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안내해 주는 대로 데스크 바로 앞쪽에 있는 벤치에서 대기를 하였다. 다들 많이 바빠 보였고, 한 30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일단 운전을 잘 못하는 나는 산길을 타고 내려오느라 에너지를 다 썼고,

영어를 받아들일 에너지도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대기 후 중년의 흑인 선생님이 나를 사무실로 안내하였다.

두 장 분량의 질문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질문들이 너무 디테일했다.

기억나는 질문은 지금까지 겪었던 동료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했는가?

내가 직접 데이케어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고 돌발 행동을 많이 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훈육했는가? 등

나의 과거 경험에서 대처 방식을 묻는 질문이 적어도 10개 이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자격증에 대해서도 그 수업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왜 따게 되었는지 등의 깊숙한 질문들을 했다.


심지어 대부분의 질문은 단어가 어렵고 문장도 길었으며, 흑인 엑센트는 처음이라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도 그 많은 질문들을 다 풀어서 설명해 주며 내 답변을 끝까지 들으려고 하셨다.
느낌으로는 사무실에서 질문과 답변이 오간 시간이 1시간이 넘었던 것 같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면접들은 반복적인 질문들이라 눈치껏 유창한 척 잘 대답해 왔는데,

이 면접에서는 나의 진짜 영어가 들통나는 느낌이라 너무 수치스러웠다.

최대한 좋게 나의 경험을 녹여서 말하려고 했지만, 그 와중에도 조금씩 바닥이 드러나는 것 같아 말하면서도 이 방향성으로 말하는 게 맞나 의문이 들었다.


기억나는 질문/답변동료와의 갈등 해결에 관한 질문이었다.
나는 바깥으로 갈등을 키우는 성격이 아니라 그나마 떠올랐던 기억을 꺼내었다.

캐나다에 Student Teacher로 있을 때 나를 차별하던 아일랜드계 여자 선생님 이야기를 했다. 그 선생님은 내 인사를 대놓고 계속 무시했다. 나는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따로 대화를 나눈 적도 없어 내가 실수한 건 분명 없었다.


그때 나는 개의치 않고 만날 때마다 인사를 했고, 무시하면 한 번 더 인사를 했다. 선생님들 휴게실에서는 다른 선생님들이 있을 때 무시당하면 꼭 한번 더 인사를 했다. 그러다 보니 보는 눈도 있어서인지 결국 인사는 받아주게 되었다. 이후에 따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인사만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이야기를 하며 내가 지냈던 캐나다 Nova Scotia주의 Kentville은 백인이 90%인 곳이었다고 말했다.

지금 궁금해서 이야기를 쓰며 검색해 보니 92%가 캐나다 출생 백인, 5%가 이민자, 3%가 비영주권 거주자(학생, 워커)가 현재 살고 있다고 한다. 왜 그때 그렇게 차별적인 환경이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


어쨌든 그곳에서는 인종차별을 온몸으로 느꼈었고,

오스틴은 상대적으로 인종적 다양성이 있어 좋다고도 말했다.


면접을 끝내고 오는 길은 멀지만 직진만 하면 되는 쉬운 길이었다.
왜 이 길을 놔두고 나는 산 위로 돌아서 간 걸까.


집에 와서 바닥난 에너지를 충전하며 멍하니 있는데 합격 전화가 왔다.

이게 무슨 일이지?

유일하게 위치 때문에 꺼려했던 곳에서 합격 전화라니...


합격한 이유를 지금 생각해 보니 이 데이케어는 다양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설이었다.

원장님은 인디언, 부원장님은 흑인, 선생님들은 히스패닉/흑인/백인 선생님들이 골고루 있었는데 아시안만 없었다.


인도인과 중국인 원생들도 있었기 때문에(한국인, 일본인은 없었다)

아시안 선생님을 한 명쯤 두고 싶었던 것 같다.


어쨌든 다양성을 지향하는 이 시설에서, 보여주기식 아시안 선생님이 내가 된 셈이다.


그리고 아직 인터뷰가 두 개 더 남았다.

같은 체인이지만 훨씬 더 가까운 곳,

그리고 내가 일하면 아이가 다녀야 할 애프터스쿨 프로그램이 있는 데이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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