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 늘 있는 일이지만 오늘도 아이는 자기 싫은 눈치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온 침대를 수영하다가 뒤통수로 내 코를 내리쳤다. 한 번 울음이 터지자 아픈 정도보다 더 크게 눈물이 났다.
“…미안해요… 엄마..”
갓 배운 말솜씨로 떠듬떠듬 사과하는 딸. 귀엽고 안쓰러운 마음에 바로 ‘괜찮아’ 대답은 했지만 목소리가 떨렸다. 실은 오늘 하루 종일의 감정들이 뒤섞여 나온 눈물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엄마의 울음이 전부 자신의 잘못인 줄 안 26개월의 작은 아이는 엄마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나는 임신 36주 차. 자주 피곤하고 힘들어하는 엄마라서 오히려 미안한 건 나인데 아이가 사과를 한다. 오늘 하루 힘든 몸을 이끌고 억지로 억지로 육아를 하기 싫은 숙제처럼 끝낸 내가 받아도 되는 사과일까. 정작 사과해야 하는 사람은 나인데 하는 생각에 더 마음이 짠하다.
육아를 ‘잘’ 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버는 일처럼 그 끝을 알 수 없다. 어설픈 부모의 육아에도 그것이 온 세상의 섭리인 양 받아들이고 기꺼이 기뻐하는 존재들. 그래서 더 잘해주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육아와 하고 싶은 육아의 밸런스를 맞춰가며 장거리 레이스에 지치지 않는 것. 그렇게 욕심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나만의 균형을 정한다. 부모는 아이의 우주. 나도 우리 아이에게 멋진 우주를 선물하고 싶다.
차오른 콧물을 팽-하고 푼 뒤 세수를 했다. 엄마의 코를 멍들게 하고 나서 세상모르고 잠든 딸아이의 얼굴을 쓰다듬고 킁킁- 살 냄새를 맡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아기 냄새. 내일은 오늘보다 더 열심히 아이를 웃게 해 줘야지. 아이와 나 둘 다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