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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 Oct 31. 2022

책 보다 잠든 날

서빈이가 밤 9시가 넘었는데도 잘 생각이 없어 보이면 요새 나는 먼저 자러 들어간다. 거실 등을 주광색 무드등으로 바꾸고 ‘엄마는 들어가서 잔다. 자고 싶을 때 들어와.’ 한다. 그러면 5분도 안돼서 혼자 놀기 심심해진 서빈이가 방으로 쫄래쫄래 들어온다. 그때 나는 방긋 웃으며 ‘우리 서빈이도 자러 왔구나!’ 하는 것이다.


이런 평화로운 작전이 잘 안 먹히고 자러 와서도 칭얼거리는 날이 있다. 오늘 밤이 그랬다. 물이 마시고 싶다 하여 물을 가져다주었다. 책을 읽어달라기에 두세 권 책을 읽었다. 이제 자자고 불을 끄니 ‘책~ 책~’ 거리며 칭얼거리다 자기 성에 못 이겨 통곡을 한다. 나는 서빈이의 잠자리로 다시 가 눈물을 닦아주고 간접조명을 켜줬다.


“책이 읽고 싶구나. 그래. 그럼 서빈이 혼자 책 읽다가 자. 엄마 아빠는 먼저 잘 게.”

서빈이는 아직 울상인 얼굴로 손에 쥔 책을 읽는다. 엎드렸다 앉았다 하며 그림책 구석구석을 꼼꼼히 읽는다. 중얼중얼 혼잣말도 한다. 침대에 누워 자는 척하던 우리 부부는 서빈이의 모습에 웃음이 난다.


‘나중에 커서 책 읽기 싫다 하면 이때 이야기를 해주자.’ 우리끼리 속삭인다.


서빈이 머리맡은 늘 책들이 뒤죽박죽. 정리가 시급하다.


서빈이가 책을 편 채로 잠이 들었다. 책이 가장 훌륭한 수면제인 건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나 보다. 보다 만 책을 껴안고 새근새근 잠이 든 모습이 천사 같다. ‘어떻게 이런 보물이 우리 집에 왔을까?’ 내일은 꼭 이 말을 아이에게 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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