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쉼’을 위한 아빠의 우당탕탕 독박 육아
막내가 태어나다
2022년 11월 13일, 갑자기 시작된 진통과 함께 복식 괴성 다섯 번 정도로 둘째가 나왔다. 예정일보다 3일 빨리 우리 막내는 세상을 만났다. 이번 주부터 매일 남편과 딸 서빈이와 함께 최후의 만찬을 즐기려던 계획이 틀어지고, 정신없이 산부인과 병원에 입원했다. 급하게 입원하니 당장 서빈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었다. 남편은 예정일에 맞춰 3일 뒤부터 출산휴가를 써 놓았기 때문이다. 당연하다는 듯이 시댁 식구들이 서빈이의 등 하원을 도왔다. 그 사이 남편은 병원과 집을 오가며 내가 필요한 것들과 먹고 싶은 것들(붕어빵, 그중에서도 슈크림 붕어빵)을 사 날랐다.
우당탕탕 아빠표 독박육아의 시작
내가 조리원에 있는 동안 남편이 손꼽아 기다리던 출산휴가, 서빈이와 남편 둘만의 독박 육아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남편은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가며 서빈이 어린이집 가방을 싸서 등 하원을 시켰다. 서빈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오전 시간에는 그동안 못했던 차 수리, 사우나, 드라이브,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등을 하며 육아 라이프를 즐겼다. 서빈이가 하원하면 함께 여기저기 놀러 다니며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미용실에 가서 서빈이 머리를 자르는 큰 일을 해내기도 했다. 집 앞 놀이터에서 놀 적에는 과자 먹고 싶다는 서빈이의 생떼에 정신이 혼미해짐을 경험했다. 집에 와서는 따뜻한 물에 거품 목욕제를 풀어 목욕을 시키고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혀 주었다. 아이용 식판에 뜨끈한 국물과 밥, 서빈이 최애 반찬들을 정갈하게 담은 뒤 유튜브를 친구 삼아 저녁밥을 먹였다. 자기 전에는 우유를 데워 먹이고 침대에 눕힌 뒤 함께 잠이 들었다. 그리고 서빈이가 쿨쿨 잠이 들면 몰래 빠져나와 밀린 설거지와 빨래를 한 뒤, 못 먹은 저녁 대신 야식으로 육아의 스트레스를 날렸다.
아이 있는 삶에서 ‘쉰다’는 것의 의미
아이가 있는 부부가 ‘쉰다’는 것은 아이 없는 부부의 ‘나 좀 쉴게’와 다르다. 한 사람의 ‘쉼’을 위해서는 아이를 맡아 줄 다른 누군가의 육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육아하며 ’ 쉰다 ‘는 것은 다른 사람의 배려와 내어 줄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나의 조리원 생활을 위해 온 가족들은 돌아가며 첫째 아이를 맡아 주었다. 다른 걱정 없이 몸 회복만 신경 쓰라고 말해주는 가족들이 있어서 나의 ’쉼‘도 보장되었다. 또 조리원을 나가면 친정엄마가 오신다. 나의 ’쉼‘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 멀리 경기도에서 여기 부산까지 오신다.
“여보, 설거지는 피곤하면 내일 등원시키고 해.”
“아니야. 한 번 밀리면 일이 많아져. 미리 해야 돼.”
집안 살림에 관심 없던 남편의 멘트에서 주부의 냄새가 나니 그저 우습다. 그동안 내가 하던 일을 고군분투하며 해내고 있는 남편에게 ‘어때. 육아가 얼마나 힘든 지 알겠지?’ 하는 생각이 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남편의 우당탕탕 육아가 다 나의 ‘쉼’을 위한 배려와 서포트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더 말로 표현한다. ‘당신이 있어서 고마워.’ ‘배려해줘서 고마워.’ ‘나의 ‘쉼’을 위해 시간을 내어주어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