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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 Dec 22. 2022

첫째의 떼를 멈추는 마법의 한마디

둘째 목욕을 시킨다고 목욕물을 받고 있는데 화장실에 와서 그것을 유심히 보던 첫째가 갑자기 치카치카를 하겠다고 했다.


나는 치약을 짜서 칫솔을 건네주었다. 첫째 딸은 몇 번 양치질 시늉을 하더니 휙 던지고는 이번에는 뽀글뽀글(비누로 손 씻기)을 하겠단다. 알겠다고 한번 시켜주니 또 하고 싶어 해서 -늘 그러하기에- 또 시켜 주었는데, 오늘은 이 녀석이 그만할 기미가 없다.


내가 만족하며 쓰고 있는 이솝 핸드워시. 한 번만 펌핑해도 거품이 엄청나서 핸드워시 치고 비싸도 만족하며 쓰는 제품이다. 가격이 저렴한 아이조아 핸드워시였으면 짜증이 나지 않았을까?

“이게 어린이 꺼야 서빈아.”

 “이건 싫어어-!”

아이조아로 손을 씻으라는 나의 권유에 아이조아 핸드워시는 욕조로 시원하게 던져놓고 굳이 이솝 핸드워시만 쓰겠다면서 네다섯 번을 리필해서 씻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부아가 치밀었다. 이미 세면대에는 거품으로 가득하지만 이 아이는 그저 핸드워시의 펌핑질이 재미있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두세 번이면 끝날 뽀글뽀글 놀이가 네다섯 번으로 넘어갔다. 평소 첫째 딸의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미처 확장되기 전에 나는 커진 화를 참지 못하고 큰소리를 쳤다.

“여기 세면대에 거품 많잖아! 뭐 하는 거야!”

“으앙!!!”

서빈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더 하고 싶은데 못하게 해서 속상하지? 물어보며 마음을 읽어주고 달래주려 해도 한번 터진 울음은 반항이라도 하듯 점점 더 커진다.

 

자매육아의 두려움에 정독한 책


‘둘째가 태어나면 이런 상황이 싫고 서운할 수 있어요’

조리원에서 형제자매 육아를 고민하면서 읽었던 책에 나오는 구절이었다. 내가 둘째 목욕을 시킨다고 하면서 일어난 상황이니깐 무언가 서운하고 심통이 났나?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쳤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안고 있던 둘째를 침대에 눕히고 돌아왔다. 책에서는 이럴 경우 아이에게 혼내거나 설명하는 대신 이렇게 행동하라고 지침 한다.

‘두 팔을 벌리고 첫째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세요’

“서빈아 이리 와. 엄마가 안아줄게.”


미라클! 내 모든 말에 묵묵부답 울기만 하던 아이가 훌쩍이며 나에게 와서 안긴다. 울음을 진정하는 아이를 꼭 끌어안고 가만히 토닥였다. 그래. 너도 무언가 속상한 마음이 들었겠지. 오늘은 잘잘못을 따지기보단 그냥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느끼며 넘어가자. 꼭 끌어안은 이 행동이 아이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며 혼내는 대신 그냥 이런 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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