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뺏어간 '침입자'에서 귀여운 '내 동생'이 되기까지
"나희 침대에 누워~"
갓 태어난 둘째에게 우리 서빈이가 보이는 유일한 반응이었다. 내가 한 달 겨우 지난 둘째를 안고 있느라 놀아주지 못하니까. 이 상황이 많이 억울하고 영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울고 있거나 분유 먹고 있는 둘째를 내려놓지도 편안하게 안지도 못한 채 서빈이의 리드에 끌려다니다 보면, '이게 맞는 것인가'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했었다.
"아니, 싫어~"
서빈이에게 분유를 줘보라거나, 쪽쪽이를 물려보라고 권유했을 때 늘 서빈이는 배시시 웃으며 거부 의사를 표현했다. 나는 서빈이의 다정하지만 냉정한 반응에 속상한 마음을 감추고 알겠다 하며 둘째 아이의 입에 쪽쪽이를 물렸다. 서빈이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 하긴 엄마랑 놀려고만 하면 빼액 울어대는 통에 엄마를 자주 뺏어가고, 밤에 안 그래도 코 막혀서 겨우 잠드는 와중에 옆에서 파닥파닥 밥 달라고 울어대니... 뭐 하나 귀여운 구석이 없겠지. 나는 묵묵히 첫째 아이의 속도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안아볼래"
나희가 70일 되던 어느 날, 갑자기 서빈이가 나희를 안아보겠다고 했다. 엄마처럼 안는 시늉을 하더니 제법 비슷하게 엄마가 아기를 돌보는 행동을 모사한다. 토닥이며 달래다 이불을 덮어주고 가장 아끼는 인형 '코코'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내 거라며 금방 도로 가져갔다)
"아유~ 귀여워. 나희야 우유 줄게~"
이때다 싶어 나는 잽싸게 젖병을 서빈이에게 건네고 나희는 허겁지겁 분유를 먹었다. 서빈이의 자세가 어설퍼서 나희가 금방 울기는 했지만. 정말로 고대하고 있던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서빈이의 마음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나의 개입이 필요한 것일까 고민한 적도 있다. 그래도 최대한 스트레스 없이 두 자매가 가족이 되길 기다리는 편이 맞다는 게 나의 결론이었다.
"엄마~ 아빠~ 서비니~ 나히!!"
서빈이에게 우리 가족 이야기를 하면 이렇게 외치곤 한다. 어느 순간 서빈이의 마음속에 쏙 하고 자리 잡은 동생 나희. 이로써 행복한 자매가 되는 1단계는 통과한 듯 보인다. 나희가 6개월이 넘어가며 서빈이의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만지고 망가뜨리기 시작하면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애착인형 '코코'같은 절대 뺏길 수 없는 것들만 잘 지켜주면 되지 않을까? 아직 아득한 미래이기에 그 시기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잠시 접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