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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뇨 Jan 29. 2024

문화가 달라 브랜딩할 수 없다고요?

문화를 넘어 브랜딩하기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든 기존 브랜드를 바꾸는 일이든 문화 코드는 피해 갈 수 없다.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라면 종종 특정 문화를 가진 집단이나 문화의 경계를 가로질러 브랜딩 할 일이 많다. 자신이 담당하는 브랜드가 해외로 진출을 할 수 있고 세계적인 브랜드에서 연락이 와 협업을 진행할 경우 있다.


특히 국내 브랜드가 다른 나라로 진출할 때 문화의 장벽은 어마무시하게 크게 느껴진다. 그 나라의 문화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으며 문화를 무시한 채 브랜드 전략이나 브랜드 Action을 만들었을 때 부정적인 브랜드 인지도가 쌓일 수도 있다. 심지어 안 좋은 이슈가 되어 viral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일 때 어떻게 브랜드 전략을 꾸려나가야 할까? 어떻게 브랜드 경험을 설계해야 타 문화 사람들도 공감하며 감탄할 경험을 만들 수 있을까?




브랜드에 집중하다

국내 브랜드가 해외에 나갈수록 브랜드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국내 브랜드일수록 시장 조사에 힘을 쏟고 시장 추세를 파악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해외 진출을 생각하는 브랜드는 누구보다 브랜드가 속한 해외시장을 깊게 파고 가능성을 파악한 후 진출하니깐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장 파악 후 시장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브랜드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추세에 브랜드를 끼워 맞춰 국내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제품만 내세우는 것은 좋은 방안이 아니다. 해외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봤다면 우리 브랜드의 미션을 전달할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



중앙일보의 "한국 거? 상관없다, 쿨하니까"…中애국주의도 이렇게 뚫었다 [한·중 수교 30년]“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해외 브랜드는 중국의 애국주의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국제적 이슈에 어떻게 반응하나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 그런 상황에서도 젠틀몬스터는 애국주의를 피해 중국 소비자들을 줄을 세우는 데에 성공한다. 젠틀몬스터는 단일 상품에 집중하지 않고 사람들의 감정에 어떻게 건드리냐에 집중했다. 제품의 기본인 고품질을 기반으로 브랜드 미션을 구현하는데 집중했다. 젠틀몬스터의 브랜드 목표는 ‘세상을 놀라게 해 주자’로 고객에게 놀라움을 전달하기 위해 타지에서도 예술적인 움직임에 집중했다. 단기 제품이 가지고 오는 이익보다는 브랜드의 액션을 화려하게 만들어 브랜드를 명품화하였다. 모델 선정, 론칭 광고, 공간 구성 등 모든 고객접점에 놀라움을 담았다.

출처: gentle monster


물론 브랜드 미션 또는 브랜드 에센스를 집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상황에 휘둘릴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럴 때면 브랜드 미션에 매몰되기보다는 브랜드를 간략하게 보는 것을 추천하다. 브랜드 키워드나 꼭 지켜야 할 디자인 법칙 설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결국 브랜드 키워드나 꼭 지켜야 할 디자인 법칙은 브랜드 에센스에서 오기 때문에 브랜드를 한 방향으로 가게 도와준다.


결코 굽힐 수 없다고 선택된 요소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심플한 것이라야 합니다. 즉 프로젝트의 기본, ‘척추’를 세운다는 이미지라 할 수 있죠. 특히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그 점에 더 많은 신경을 씁니다. 국내에 비해 커뮤니케이션의 빈도와 밀도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그런 과정 없이는 서로 간의 공유가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디자인 측면에서 ‘이것만은 지키고 싶다’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하나의 단어, 하나의 메시지로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좋습니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우리가 어디까지 해주길 바라는지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콘셉트의 명쾌함을 손상시키는 일 없이 부드럽게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죠.

- 사토 오오키, 『넨도의 문제해결연구소』, 컴인




삶의 기본을 생각하다

브랜드에 집중하더라도 콘텐츠 전략이나 디자인을 한 획에 꾈 수 없을 수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삶을 생각하며 브랜드 전략을 설계하는 것을 추천한다. 브랜드를 만드는 이유는 가지각색이지만 일반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면 브랜드는 천천히 고객들과 관계를 쌓아간다. 특히나 고객 삶의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거나 어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브랜드이면 빠르게 팬층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모든 브랜드 담당자가 자신들의 브랜드 핵심을 아는 것은 아니다. 왜 브랜드가 고객들에게 소구 되고 어떤 이유로 관계를 구축하는지 모를 땐 브랜드를 해체하는 것을 추천한다. 브랜드를 해체하면서 고객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SNS도 살펴봐야 한다. 또한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어떤 불편을 해결해 주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치, 해결하는 부분 등 고객들에게 소구 되는 그 지점이 삶과 맞닿아 있다면 브랜드는 해외에서도 문화의 장벽을 넘을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기존에 브랜드를 만들었던 이유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일본 제품 디자이너의 대표 격인 나오토 후카사와는 ’앞으로의 교양’에서 이렇게 인터뷰하였다. 해외 클라이언트와 일할 때 사고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초점을 인간에게 맞춘다는 것. 오감으로 느끼는 것과 생각하는 것은 나라가 달라도 유사하기에 기본을 제대로 제공했는지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브랜드가 어떻게 고객들 삶에 영향을 끼쳤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브랜드를 뜯어보고 브랜드와 고객의 연결 부분을 파악해야 한다.


해외 클라이언트와도 일을 자주 하시죠? 그때마다 해외 클라이언트가 일하는 방법에 맞춰서 사고법도 바꾸시는지, 아니면 해외에서도 일본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일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오히려 초점을 인간에게 맞춥니다. 인간의 몸짓은 인간의 상호 작용에서 비롯되고 인간이라면 공통점이 있으므로, 오감으로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은 나라가 달라도 유사합니다.
디자인을 할 때 나라마다 취향이 다른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기본을 제대로 제공했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가령 에어컨을 만드는 공업 디자이너도 사람들이 어떤 바람을 원하는지 고민합니다. 본질을 디자인을 하는 쪽으로 변해가는 것이죠.

- 스가쓰게 마사노부, 『앞으로의 교양』, 항해, 나오토 후카사와 인터뷰 中



재작년 운 좋게 괌 호텔을 리브랜딩 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괌에 직접 가진 못했지만 줌으로 일본 클라이언트와 대화하며 브랜딩 방향성을 잡아갔다. 리브랜딩의 이유는 위탁 경영해 주던 브랜드가 바뀌게 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일본, 한국, 미국 고객에게 다가가야 했다. 국내 호텔 브랜드였다면 역사, 시장 상황, 트렌드 등을 파악해 브랜드 포지셔닝 했겠지만 해외 호텔 브랜드였기에 역사와 시장 상황은 간략하게 조사했다. 코로나로 변화하게 된 호텔 트렌드와 여행 트렌드를 깊게 파고들었는데 그곳에서 호텔의 머무는 이유가 달라졌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당시 고객은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무너졌고 자신들만의 고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니즈가 컸다. 통제로 인한 고립과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간다는 것 그리고 자유롭게 여행 갈 수 없는 것은 사람들의 괴롭게 만드는 동시에 기존 일상이 급격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시 많은 잠재고객은 여행이 자신에게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으며 여행을 떠나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 아이러니하게 코로나는 사람들을 혼자로 만들었지만 미디어에서는 코로나로 시끄럽고 잠시 하는 외출 또한 신경 쓸 것이 많은 사회에 사람들은 지쳐있었다. 그래서 나가 아무 생각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진정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니즈가 커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휴식, 그리고 코로나로 변해버린 휴식에 집중해 리브랜딩 방향성을 잡아갔다. 휴식이란 결국 호텔이 고객들에게 주는 근본적인 부분이자 삶과 맞닿아 있는 것이기에 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혼잡한 세상에서 벗어나 혼자 만의 휴식을 기조 아래 브랜드 플랫폼을 만들었다. 미션, 비전, 슬로건도 자기 자신과 휴식에 초점을 맞췄고 색상 또한 생기 넘치는 yellow를 sub color로 활용했다. 특히 이미지 가이드도 디테일하게 만들었는데 사진은 괌의 광대한 자연 아래 혼자 또는 둘이 즐기는 사진들로 선정했다. (Behance나 전 회사 사이트에서 올려진 것은 올리는 과정에서 develop이 많이 돼 실제 납품된 디자인과 상당히 다르다)

출처: BAT



호텔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글을 쓰면서 현재 호텔 SNS와 호텔 리브랜딩 관련 리뷰를 보니 예전 컨설팅 때와는 상당히 달라졌다(behance 등 다른 곳에 업로드하기 위해 washing이 많아짐) 하지만 ‘휴식’은 다른 형태로 변화하며 여전히 고객에게 유사한 맥락으로 전달되고 있다.



로고와 이쑤시개에서 존헤스켓 또한 디자인이 문화와 경계를 가로지를 때 어떤 점이 불변하는 사항이고 또 어떤 점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 결정하는 문제는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한다. 문화의 불변사항을 왈가왈부하기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론 글을 적는 것처럼 해외에서 브랜드를 소개하고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만 했을 때에도 브랜드는 살아남을 수 있다. 서울시스터즈의 김치시즈닝 아이템처럼 고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상품을 고쳐가면서 고객에게 접근해 보자. 소통은 브랜드가 고객과의 접점을 만드는 것이고 강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러니 문화가 바뀌더라도 기본에 집중하고 브랜드에 집중하자. 그래야 크게 헤매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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