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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뇨 Apr 15. 2024

스탠다드 프로덕트 무인양품을 넘어서다

브랜드 에센스가 만드는 차이

일본의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어느 것이 가장 돋보일까? 다이소와 니토리? 혹은 무인양품일지도 모른다. 무인양품은 '이것으로 충분하다(emptiness)’는 철학을 바탕으로 일본 문화의 본질을 깊이 담아낸다. 그들의 실용적이고 깔끔한 디자인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많은 무지러(무인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무인양품이 작년부터 위기론에 시달리고 있다. 어떤 것이 문제일까?



지난 몇 년간 일본 무인양품의 영업이익률은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2021년 8월에는 9.3%였지만, 2022년 8월에는 6.6%, 2023년 8월에는 5.7%까지 떨어졌다. 24년 8월기는 480억엔, 영업이익률 7.5%를 예상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일본은 한 해의 정산을 8월로 진행) (1).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23년 8월에는 매출이 상반기 대비 1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상반기 대비 0.9%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8년 2월의 수치(11.9%)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런 지표로 작년 하반기에는 무인양품의 수익구조를 재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



다행히 23년 12월기, 무인양품의 영업이익률이 111% 증가했다. 무인양품 제20기 회계연도(2022년 9월 1일부터 2023년 8월 31일까지)에 따르면 영업이익 18억 원을 냈다. 다만 유동자산은 570억 원, 유동부채는 934억 원으로 지난 회계연도(유동자산 452억 원·유동부채 774억 원)와 비교해 각각 26.1%, 20.6% 늘었다 (3).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회복세는 중국에서의 성공에 기인하며, 일본 내에서는 아직까지도 회복세가 미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일본의 무인양품이 마주한 문제는 무엇일까?




브랜드 전략 기획자가 바라본 일본 저가 라이프스타일 시장

22년 10월 무인양품은 도쿄에 500엔 숍을 열었다. 500엔 이하의 무인양품 제품을 파는 무인양품 서브 브랜드로 소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물품(세제, 주방용품 등) 3000여 개 상품을 판매하여 재방문율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무인양품의 의류 및 식품 구성 또한 4계절용 상품 중심에서 시즌 혹은 트렌드와 관련된 상품을 늘리기 시작했다 (4). 23년 10월에는 신주쿠에는 의류 특화 매장까지 개점했다. 이런 전략들로 소비자들의 방문 빈도를 주 1회로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무인양품은 일본 소비자들의 방문율에 집중했을까?

무인양품 500엔샵
의류특화매장, 출처: 센켄신문


일본이 오랫동안 경제 불황을 겪으면서 다이소와 같은 100엔 샵 브랜드들이 성장했다. 일본 라이프스타일 시장은 대체적으로 다이소와 무인양품이 사이좋게 나눠먹고 있었다. 이렇게 두 분류로 나눠진 시장에 갑작스레 300엔 브랜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3 coins, Standard Products 등의 브랜드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일본 저가 라이프스타일 시장은 3파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흥미롭게도 300엔 시장의 활성화는 100엔 시장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무인양품이 점유한 500엔 이상 시장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300엔 시장의 브랜드는 100엔 시장의 브랜드보다 품질이 좋고 무인양품이 점유한 500엔 시장에 걸맞은 품질과 아이템 구성으로 고객들을 끌어모았다. 특히 standard products는 무인양품과 유사한 포지셔닝으로 품질과 가격으로 바로 위에 있는 Muji의 시장을 빼앗아 Muji 실적에 영향을 주었다. 놀라운 사실은 standard products는 일본 다이소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2019년 혜성같이 등장했다.

출처: 고전하는 무인양품과 무엇이 다른가, sbbit.jp / Title: 캐주얼 생활 잡화의 포지셔닝·이미지 / x축:품질  y축: 가격



Standard Products가 뭔데?

Standard products는 교체할 필요가 없는 좋은 품질의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브랜드다. 사용성, 친환경소재, 고품질,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브랜드로 A little nice, goes the extra mile (조금 좋은 것이, 계속 좋다)의 브랜드 에센스를 갖고 있다.



브랜드 에센스를 풀어보자면 Standard Products가 추구하는 ‘조금 좋음’은 상품의 개성을 드러내기보다 사용하는 사람이 제품의 의도를 분명하게 아는 것을 의미하며,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생활용품을 조금 더 즐겁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브랜드다. 그렇다면 일본 다이소는 왜 갑작스럽게 Standard Products를 론칭하였을까?



한국 다이소와 다르게 일본 다이소는 여전히 100엔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전 세계의 1000원 샵이 조금씩 가격을 올리는 것처럼 일본 다이소 마저 100엔 유지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 일본 다이소에서는 100엔으로 슬리퍼를 판매할 수 없게 되고 조리기구 등의 품질에도 한계가 오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100엔에 맞추지 못해 상품들이 사라지지만 SKU(상품종류)가 7만 6000이어서 고객들이 쉽게 눈치챌 수 없다고 한다 (5).



이처럼 다이소가 100엔의 단가를 유지할 수 없는 날이 가까워지면서 그 위기감으로 탄생한 브랜드가 Standard Products이다 (6). Standard Products의 제품 판매가는 300-1100엔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00엔 제품이 전 상품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인건비 이슈에서도 벗어나기 위해 제품의 대부분을 자국에서 생산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고 SKU가 작은 것도 아닌 게 2023년 기준 1,300개의 물품을 판매하며 매 달 고객 needs에 맞춘 100개의 상품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는 벌써 24년 1월 기준 5년 만에 91개의 매장을 소유하고 있다.




Standard Products의 무서운 전략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Standard Products의 빠른 확장과 300엔 제품 유지는 모두 다이소 유통망에서 오는 것이다. Business Insider Japan에 따르면 “고품질’을 유지하기에 300엔이라는 가격대는 결코 높지 않지만, 일본 내 3,620개에 이르는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다이소’의 물류망이 좋은 협력사들을 확보하는 힘”이라고 하였다. 이후 전통과 장인 정신을 지키는 메이커들과 더욱 폭넓게 제휴할 계획으로 일본의 색을 가진 브랜드로 변화하고 있다.



Standard Products가 내세우는 3가지 키워드는 가격 대비 고품질, 자국 생산, 장인과의 협업이다. 이것을 보면 생각나는 브랜드가 없는가? 3가지 키워드를 기존에 잘하고 있던 브랜드가 무인양품이다. 실제 Standard Products는 무인양품과 유사한 제품의 결을 보여주며 오프라인, 온라인에서 사용되는 이미지 또한 무인양품과 유사하다. 그러다 보니 일본 고객들에게 Standard Products는 Generic Muji(가짜 무인양품)로 불린다.

출처: 무인양품 홈페이지
출처: standard products 인스타그램


Generic Muji라고 불린다 해서 제품 질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인터넷상 무인양품과 Standard Products를 비교하는 블로그 글을 보면 무인양품 제품의 질이 압도적으로 좋다는 말이 많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양사 브랜드를 비교하는 것도 아니며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데에 있어 제품의 질보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분들도 많다. 그렇다면 Standard Products의 어떤 점이 무인양품과의 차별점을 만드는 것일까? 브랜드 전략 기획자의 눈으로 봤을 때 차이를 만드는 것은 브랜드의 전략, 에센스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무인양품 뭐 해?

무인양품은 18년부터 Localizing에 힘써왔다. 무인양품 매장 안에 생활용품뿐 아니라 식품을 함께 판매했으며 식품의 영역을 점차 확장했다. 실제 일본 무인양품 매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18년 7.6%, 20년 10.6%로 증가했다 (7). 또한 무인양품은 20년 여름부터 니가타현이나 야마가타현에서 무지투고라고 이름 붙은 버스를 활용해 이동형 판매를 시작했다. 주방용품, 식품, 의류품 등을 싣고 슈퍼, 편의점이 없는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8).



21년도 중기 경영계획에서는 무인양품이 처한 상황에 맞춰 지역사회 친화전략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자재, 소비재를 사들여 판매하고 이윤의 일부를 지역 사회에 환원한다. 그렇게 하여 지역 주민 및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충성 고객층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23년도 무인양품은 글로벌 시장의 확장을 위해 식과 농을 컨셉으로 매장을 출점했다.



무인양품의 식과 농의 컨셉은 지방 내에서는 성공했지만 도시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무인양품은 도시 고객들의 삶에 들어가기 위해 생활밀착형 mall&백화점에 입점하기 시작했다. 식품과 생활용품을 동시에 판다는 장점으로 고객에게 접근하였다. 다만 생활밀착형 mall과 백화점에 다니는 고객들에게 무인양품은 그렇게 매력적인 브랜드가 아니었다. 실제 Muji의 고객층은 Muji의 세계관에 공감하는 사람이나 지갑에 여유가 있는 사람으로 기존 일상 소모품 쇼핑을 하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Muji는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 (6). 그렇게 자연스레 매출은 떨어지고 기존에 세운 평당 매출액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면서 생활밀착형 백화점 내 무인양품은 재고 세일을 하기 시작한다. 재고 세일을 빈번하게 되는 순간부터 무인양품의 브랜드력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차이, 브랜드 에센스

무인양품의 브랜드 전략인 localizing은 아직까지 성공유무를 논하기 이르다. 비록 도시에서는 허탕치고 있지만 지역사회에서는 환영받고 있다. 그렇다면 브랜드 에센스의 관점에서 두 브랜드를 바라보자. 무인양품의 브랜드 에센스는 ‘이것이 좋다’가 아니라 ‘이것으로 충분하다’이다. 이 제품 하나로 삶을 사는데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브랜드 에센스를 달성하기 위해 무인양품은 40년 동안 제품의 실수와 개선을 반복하며 삶에 알맞은 제품을 만들어왔다. 다만 이러한 노력은 앞서 나가는 상품보다는 그 시대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보통의 상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즉, 무인양품의 품질 좋은 보통의 상품은 소비자들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 풍성한 삶의 emptiness 아래 평범함과 자연스러움이 되었다. 하지만 Standard Products는 그 점을 파고들었다. Standard Products는 조금 좋은 것이, 계속 좋다의 브랜드 에센스로 보통보다 약간 나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 즉, Standard Products의 ‘조금 좋다’의 가치는 무인양품이 구축한 일본 라이프스타일의 보통이라는 기준 위에 있는 것이다 (9).



문장 하나로 브랜드가 달라질까? 실제 Standard Products의 베스트셀러인 기후현 세키시에서 만든 산토쿠 부엌칼은 항상 품절이다. 블로그에 따르면 일반 식재료를 자르는 데에는 다른 칼과 다르지 않지만 토마토와 같은 부드러운 식품을 자를 때는 부드럽고 깔끔하게 잘린다고 한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칼이 종이 30장 정도를 자르면 절삭력이 좋다 하는데 Standard Products의 칼은 70장을 자를 수 있다고 한다 (10). 예시처럼 평균의 제품에서 약간의 디테일을 올리는 것, 그것이 Standard Products이 브랜드 에센스를 이행하는 방법이다.




무인양품과 Standard Products의 경쟁은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브랜드 전략 기획자의 관점으로 봤을 때 이 두 브랜드는 각자의 브랜드 에센스와 전략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한다. 시장 점유율뿐 아니라 어떤 관점으로 제품을 만들어가고 그 관점의 차이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볼 수 있다. 무인양품은 무인양품이다. 이번 위기도 팬들의 힘으로 거뜬히 넘어 더욱 견고한 브랜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할 점은 무인양품이 망해간다기보단 브랜드 에센스로 시장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브랜드 에센스와 전략이 시장 경쟁에서 사소한 차이를 만들어내고 그 차이가 경쟁에서의 승기를 만들어낸다.




참조

1) 역시 무인은 강했다! 양품계획의 실적 호전을 믿을 수 있는 이유, Full Kaiten

2) 도약하는 「유니클로」, 고투하는 「무인 양품」 왜 명암이 나뉘었는지, wwd japan

3) 노재팬 여파로 실적 주저앉은 무인양품···어떻게 반전 일궜나 [TF초점], Bizfact

4) 무인양품, 첫 저가형 '500엔숍', 한겨레

사진 출처: 센켄신문

5) イソー、「120円ショップ」にはならない深い戦略, toyokeizai

6) 고전하는 무인양품과 무엇이 다른가, sbbit.jp

7) 무인양품은 더이상 양품을 팔지 않는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8) 고령 '쇼핑 약자' 수요에 대응하는 日 소매업계, 이모코미뉴스

9) 【다이소와 무인 양품】 어프로치를 비교해 보았다, note

10) 스탠다드 프로덕트의 산토쿠 부엌칼과 다이소의 110엔 부엌칼, 예리함은 어느 쪽이?, https://dime.jp/genre/16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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