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의 비빔밥은 실패했지만 케데헌은 성공한 이유

by 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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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깜짝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 애니메이션은 한창 월드 투어 중인 인기 한국 걸그룹이 밤에는 퇴마사로 변신해 악령을 사냥한다는 기상천외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낮에는 화려한 무대에서 케이팝 아이돌로 군림하고, 밤에는 한국 무속 퍼포먼스를 연상케 하는 퇴마 의식으로 귀신과 맞선다. 케이팝과 무속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한국적인 색채로 작품 전반을 물들인다.


이 작품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 부문 1위를 기록했다. OST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 8위로 데뷔했고 스포티파이 미국 차트에서는 ‘Your Idol’이 1위, ‘Golden’이 2위를 차지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하나의 K 컬처 신드롬이 됐다.


2000년대 후반 한국 정부는 ‘한류’를 퍼뜨리겠다며 한복, 비빔밥, 태권도를 해외에 내세웠었다. 당시 대통령 영부인은 정상 배우자들을 초대한 만찬에서 비빔밥을 주요 메뉴로 올리며 “서로 다른 재료가 어우러지는 조화로움이 한국 정신을 보여준다"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비빔밥이 단지 “이국적이고 신기한 이벤트 메뉴”로 소비되는 데 그쳤다. 수백억 원을 들여 홍보한 '한식의 세계화'는 왜 실패했을까. 한국적 요소를 관광용 기호로 포장한 top-down 식 주입이 문제였다. “우리에겐 이런 전통이 있다"라는 강박적 메시지는 오히려 거리감을 만들었고 일상으로 스며들지 못했다. 비빔밥은 잠깐의 이색 체험으로 소비되고 끝났다.


반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적 요소를 놀라울 만큼 세심하면서도 부담 없이 녹여냈다. 걸그룹 멤버들이 입은 의상은 전통 한복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에 스트리트 웨어 감각을 더했다. 민화 속 호랑이와 까치는 애니메이션 마스코트가 돼 여자 주인공과 완벽한 시너지를 낸다.


한국인의 일상도 섬세하게 담았다. 남산타워와 북촌 한옥마을, 낙산공원 성곽길 같은 장소는 물론 연예인과 찍은 인증 사진이 걸린 한의원, 아줌마 팬들의 등산 룩, 김밥과 컵라면, 곰탕 뚝배기까지 한국적 디테일이 살아 숨 쉰다.

이런 전통 요소들은 일본 게임과 애니메이션 속 ‘왜색’과도 닮아 있다. 캡콤의 게임 〈몬스터헌터 라이즈〉는 전체 테마를 일본풍으로 꾸몄다. 게임 속 배경인 카무라 마을은 중세 일본을 떠올리게 하는 목조 건축으로 이루어져 있고, 헌터와 NPC들은 닌자풍 복식과 무기를 착용한다. 오다 에이치로의 만화 〈원피스〉 와노쿠니 편도 가부키식 연출, 모모타로 설화 등 작품 전반에 깊이 스며든 일본의 전통 요소들을 해외 팬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국스러운 디테일도 마찬가지다. 낯선 전통이 아니라, 세계가 열광하는 힙한 트렌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화는 위에서 주입된다고 퍼지지 않는다. 팬덤과 서브컬처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즐길 때 전통 문화는 세계로 뻗어나간다. 영부인의 비빔밥은 이색 경험에 머물렀지만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는 세계적인 문화가 됐다. 이는 다음 세대의 경제적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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