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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Su Oct 11. 2023

 내향적인 책방감성


내가 "이건 정말 행운이야"라고 생각하는 지점에 '책방'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사는 동네 부근에서 멀지 않은 곳들에 특색있고 정감 있는 책방들이 수도 없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도 책을 멀리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책에 대한 애정과 특히 '동네책방'을 향한 사랑이 유별나게 폭발하기 시작한 것은, 대형서점 말고 '독립서점'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였다.

책방지기의 사심이 듬뿍 담긴 북 큐레이션을 살펴보는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손글씨로 독후 감상을 작은 쪽지에 써 둔 것을 읽을 때면 책방지기가 푹 빠져들어 있던 그 시간을 엿보게 되는 것 같아 살짝 부끄러우면서도 기대감에 들뜨곤 했다. 



소소하게 들렀다오는 나만의 책방 여행을 기록으로 남기자 마음 먹었던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었건만, 왜 이렇게 그 시작을 오래 미뤄왔는지 나조차도 의문이다. 

그저 단조로운 나만의 내향적인 책방 감성이 드러내 밝히기에는 너무나 수줍었기 때문이라 변명하고 싶다. 

특별하게 애정하는 단골 책방 몇몇이 생긴 것도 여러 해가 지나지도 않았다. 

처음 인사를 나누고, 간간이 거듭되는 재방문에 서로 물어오던 안부가 어느새 '정'으로 무르익어 가고, 얼굴만 봐도 함박웃음으로 서로를 환대하는 게 가능해진 책방지기도 생겼다. 

마음이 부쩍 무겁거나 괜시리 힘에 겨운 날 더더욱 생각나는 그 책방 안에서, 늘 한결같은 책방의 향기에  취한다.  방해받지 않는 몰입의 시간을 선물해주는 그 공간에서 오는 치유의 힘을, 나는 정말 사랑한다. 

햇살이 좋아 기분이 좋은 날도, 툭 건드리면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은 날도 나는 책방을 찾는다. 

그날 그날의 마음에 따라 유독 눈에 드는 책들을 두 세권 골라 사고, 작게 마련된 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옆에책을 쌓아둔다. 쌓아둔 책 중에서 책방에서 완독하고 갈 책 한 권을 골라낸다. 

그리고 두어 시간동안, 말없는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때론 과몰입으로 유난스럽게 감상적이 되어버리기도 하는데 그때는 몸뚱아리 구멍 몇 군데에서는 뚝뚝 물방울이 떨어지고, 훌쩍대는 소리로 부끄러운 소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때론 피식 피식 웃음을 흘려보내며 눈은 거꾸로 U자를 연신 모양짓고 있다. 

지켜보던 책방지기가 자리를 파하려고 주섬주섬 짐을 꾸리는 내게 책의 감상을 공유하며 웃는다. 

 

책 감성이 비슷한 책방지기를 만날때면 참으로 행복하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났었다며, 내가 오길 별렀다가 잊지 않고 책을 추천해주는 마음이 사랑스럽다. 

아니나다를까 어쩜 내 취향을 딱 맞췄을까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움을 느낄 때면, 다음 만남엔 나눌 인사가 훨씬 많아지고 만다. 


앞으로의 글에서 다녀온 책방들을 사심 듬뿍 담아 소개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들뜬다. 

글을 쓰면서 또 다른 책방들을 목록화하고 한 군데 한 군데 찾아가게 될 생각을 하니 이 또한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바라건대 책을 읽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작은 동네책방만의 감성에 심취할 수 있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어느날의 나처럼 지치고 허기졌던 마음을 충분히 달래고, 그 돌아가는 길이 좀이라도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나'를 꽉 붙들어줄 인생책 몇 권을, 그 누군가들이 책방을 오가는 동안 반드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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