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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Su Oct 10. 2023

어른의 표정

가끔은 내가 '어른'이라는 호칭으로 불려질 수 있는 깜냥이 되긴 하는가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거울 속 쳐져 가는 얼굴의 피부를 마주할 때도, 아이와 쓰잘데기 없는 주제로 유치한 언쟁을 하고 있는 동안 드는 순간적인 깨달음에도, 그리고 '어른'으로 불려지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마주할 때 그러하다.

특히나 노인의 표정에서는 '주름'이라는 이름으로 그 살아온 여정의 삶이 깊이 각인되어 있는지라 ,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가에 대해서도 감히 상상해보게도 된다.



얼마전 엄마의 병원에서 만난 노인은 유난히도 말이 날카로운 분이었다. 홉뜬 눈매는 유난히도 매서웠고 눈으로 매운 말들을 쏟아내는 것만 같았다. 앙 다문 입매는 지금 그 속 감정이 어떠할지를 그대로 드러낼 정도였으니, 나는 잠시 잠깐 스친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레 겁이 났다.

유약한 몸의 노인이 왜 저리 온 몸에 힘을 주고 소리없는 악을 토해내고 있는 걸까 싶었다.

입이 열려 소리로 나오는 말들은 불평불만과 남의 험담이었고 그 같은 문장, 같은 이야기가 수 분 동안 이어졌다. 노인은 다수의 누군가를 향해서 뿜어져나가는 불 같은 입김을 내뿜어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곤 했다.

이전같으면 그저 불쾌한 노인이려니, 듣기 싫은 세상에 대한 그네의 불만사 메들리로 치부하고 말았을 것이지만, 나는 왠지 그분의 마음이 저리 협소해진 데에는 순탄치만은 않았을 그간의 삶이 영향을 끼쳤을거란 생각이 들어 마음한켠이 아렸다.


중년의 나이가 절로 가져다준 것은, 앞서 나이 들어간 분들의 삶을 '사람'이라는 타이틀의 동료로서 이해할 아량이 아닐까 싶다. 새삼 흰머리가 매일 배수의 형태로 자라나고 있는 지금의 나이가 아주 조금은 고맙기도 하다.

종종 마주치게 될 그 독기 어린 눈빛이 솔직히 여전히 자신은 없다. 뒷통수가 따가워 돌아봤던 그 얼굴표정이 너무 차가웠어도 이왕 마주친 눈,  꾸벅하고 목례로 용기내어 웃는 인사를 건넸으나,  쌩 하고 여전하게 노려보는 눈길에 민망했던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며칠 뒤 또 다시 눈빛을 마주하게 되면 다시금 웃어보일 생각이다.

한 번 두 번 계속 눈을 마주치다 꾸벅 인사를 날리다보면 그 뾰족했던 마음도 조금은 그 끝이 둥글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괜히 사람 정이 그리워 일부러 뾰족한 티를 내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노인을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부디, 조금씩 조금씩 그 분의 표정이 그 분의 삶의 여정에서 쌓아둔 지혜로 온화해질 수 있기를, 차가운 마음 한 구석부터 온기가 스며들 수 있기를 응원하겠다.


비로소 진정한 '어른의 표정'을 짓고 편안해지실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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