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시타나츠 / 위즈덤하우스
P.26 ~27
산에 늦은 봄이 찾아와 헐벗은 나무들이 일제히 움틀 때. 그 직전에 나뭇가지 끝이 아롱아롱 밝아 보일 때가 있다. 희미하게 붉은빛을 띠는 수많은 나뭇가지 탓에 산 전체가 빛을 내뿜는 것처럼 보이는 광경을 나는 매년 목격했다. 산이 불타는 것 같은 환상적인 불꽃에 압도되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오히려 기뻤다. 그저 발걸음을 멈추고 심호흡했다. 봄이 온다, 숲이 지금부터 어린잎으로 뒤덮인다, 분명한 예감에 가슴이 뛰었다. 지금도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움을 앞에 두면 멈춰 설 수밖에 없다. 나무도 산도 계절도 그대로 붙잡아둘 수 없고 내가 그 안에 끼어들 수도 없다. 그래도 그런 것들을 아름답다고 부를 수 있음을 알았다. 그것만으로도 해방된 기분이었다. 아름답다는 단어로 치환한 덕분에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 되었다. 남에게 보여주거나 나눌 수도 있게 되었다. 아름다운 상자가 늘 몸 안에 있기에 나는 그저 뚜껑을 열면 된다.
자주 찾는 책방의 안 마당 목련 나무에서 보슬보슬한 봉우리들을 보았다.
볼 때마다 커져있는 아직은 수줍은 연두의 목련 꽃 봉우리가 머지 않은 봄을 더더욱 기다려지게 만들곤 했다.
그런 중 만난 이 문장들이 이렇게나 좋을 수가 없다. 간만에 가슴이 콩닥거리고 애가 탔다.
봄이 오고있다.말 그대로 '분명한 예감'이다.
그 무언가에 아무것도 하지 못할 만큼 압도당하는 느낌은 무얼까.
그런 상황들이 있었나.
함께 있는 사람과의 대화가 뚝 끊기고 갑자기 침묵의 순간이 다가온, 각자의 그 놀라운 순간들에 몰입하는 순간이.
생각해보면 몇 번 있었던 것 같기도하고.
이 글을 필사하다보니 머지않은 봄이 더더욱 애타게 기다려지는 마음이다.
어디까지 왔나~멜로디가 흘러나올만큼.
올해의 봄은 유난히 찰나일거라는데.
놓치지 말고 그 봄 무르익는 날들마다 가슴 뛰어야지.
좋은 사람을 만나러가고,봄 꽃 향기를 선물해야지. 그 봄의 연두를 곁의 이들과 함께 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