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몰아내는 것들

by HeySu

좋아라하는 두 배우, 구교환과 문가영의 조합이라... 믿어의심치 않는 두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에 더불어 기대되는 스토리까지, 설렘에 벅차 간만에 극장을 찾았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두 인물의 스토리는 금세 '나의 것'이 되어버렸다.

<만약에 우리> 라는 영화다.



은호(구교환 배우) 와 정원(문가영 배우) 은 각자의 '집'을 찾아가는 도중 산사태를 만난 일을 계기로 친구가 된다. 물론 은호의 부던한 노력 덕에 죽 이어지게 된 인연이지만, 그 둘은 친구 사이를 넘어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서로의 꿈을 위해서 신실한 믿음을 보이며 함께 지낸다.

하지만, 보육원에서 자란 정원의 쉴 틈 없이 치열한 하루와 그럭저럭한 시골마을 식당 아들로 자란 은호의 열심인 일상은 그들이 꾸는 꿈에 다가가기에 너무나도 척박했다

보기만해도 순정적인 청춘들의 풋풋한 사랑은, 이내 가난 앞에서 으스러진다.


언제든 돌아가 안길 '집'을 꿈꾸었던 정원에게 은호는 그러한 집을 의미했고, 아름다운 결말을 함께 꿈꾸고싶었던 은호에게 정원은 사랑이자 삶 자체였다.


아름답던 대학시절이 끝나고 퍽퍽한 취업 현실에 그들은 점점 지쳐간다.

서로의 꿈을 지지하기 위한 각자의 양보와 희생이, 각자에게 무거움으로 내리앉히는 순간들이 잦아진다.

정원의 고시원, 손바닥만큼의 빛만이 허용되었던 그 곳에서 은호는 자기 방의 커튼을 열어주며 정원에게 온 마음을 내어주었었다. 그 집에서 내려 앉아 빛이 들지 않는 반지하로 이사갔을 처음만 해도, 그들은 무더위에도 부둥켜 안을만큼 여전히 사랑했다.

하지만, 단 한 대뿐이었던 덜컥거리는 낡은 선풍기를 가로채 자신 앞에 가져다 놓을 만큼, 그들의 사랑은 지긋지긋한 무더위같은 현실에 숨이 막혀간다.

결국 서로를 놓아버린 둘, 그리고 10년 뒤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재회하여 과거를 되짚어가는 이야기가 영화의 서사다.


영화의 초반부터 울컥했다,

그 시기만이 가능한 푸릇한 풀내나는 사랑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

가난이라는 현실에 잠식되어 가는 연인을 보면서 아렸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했던 그들의 결정이 안타까워서 힘이 들었다. 사랑과 현실 사이이 괴리를 알게 되어 버리는 어린 연인의 심장이 곧 나의 심장과도 같았다.


'가난이 앞문으로 들어오면 , 사랑이 창문으로 나간다'는 아픈 서양 속담의 말이 잔인하게 들어맞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어려서는 몰랐다. 사랑에만 빠져서 헤맬 때는 상상조차 못할 일이지.

현실의 삶을 살아내야 할 나이대에 접어들면 끝끝내 사랑을 이겨버리곤 하는 ' 가난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잔인하기 그지없다.

나는 '가난해도 둘이 힘을 합쳐 잘 살면 얼마든지 행복하다'는 둥, '돈 없어도 가정이 화목하다'는 둥,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결국 늙어서도 변함없는 걸 볼 때, 어쩔 수 없는 빈곤을 포장하고 자기 위안하는 말들이 너무나도 싫다 .

정신 승리라고 해야하나. 그냥 그 상황에 주저앉고 마는 것 같아서 속이 아린다.

살면 살수록 어느정도의 재력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임을 너무나도 잘 알아버렸다. 무엇이 힘들어지고 무엇이 망가져가는지, 경제적으로 부유한 이들은 절대 경험 못할 것들을 부득부득 경험해내면서 그들이 얻는 것은 끝없는 좌절감, 무력감, 관계의 무너짐이었다. 벗어나야겠다고 몸부림 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건강한 정신력이 있다면 그나마도 큰 행운이라고 해야할까. 그렇게 해서 벗어난 몇 퍼센트의 사람들을 보며 무한으로 희망 회로를 돌려대는 것이 위안이어야 할까?



영화를 보는 많은 이들의 생각이 각기 다를 것이다.

보는 사람의 연령에 따라서 매우 달리 느껴질지도. 분명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닮았기에 더더욱 공감이 가는 영화였다는 것, 그리하여 영화가 이어지는 내내 실은 불편했고, 눈물에 주체없이 흘렀다는 것.

특히 정원이 은호와 헤어지고 난 뒤 버스에서 우는 신은 ...말할 것 없이 함께 오열하게 만든다.



그들은 사랑에서 도망친 것일까? 서로를 놓아버린 것일까? 서로의 꿈을 위한 또 다른 응원의 방식이었을까?



다행스럽게도 10년 뒤의 그들은 각자의 꿈을 이루었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사랑의 찬란함을 서로가 고마워할 줄 알아서, 그리고 제대로 굿 바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영화를 보고 온지 며칠 되었는데도, 생각만으로도 자꾸 울컥울컥 속에서 올라오는 감정들이 있다. 이것이 곧 이 영화의 평이 돠겠다.

두 사람의 뒷 모습을 배경으로 색채가 살아나는 마지막 장면은 꿈에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

나의 지난 세월과 지난 사랑 ,지난했던 감정들을 다시 살려 살아보게 해 준 이 아름다운 영화에게 기립 박수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