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헤세 <크눌프>,자유와 방랑의 시인

by HeySu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를 알게 된 것은 어느 북스타그래머의 피드를 통해서였다.

이 책은 헤세의 초기 대표작 중의 하나이며, 생전에 헤세는 자기 작품 속 인물 중 크눌프를 가장 사랑했다고 한다.

헤세의 수많은 작품 중, 나에게는 부끄럽게도 아직 낯선 것이었고 그 소개글에 매료된 직후 바로 서점 사이트를 열어 구매한 책이다.
두께가 생각보다 많이 얇아서 부담없이 시작을 했고, 일전에 읽었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연상시켰다. 그리스인 조르바에 꽂혔던 독자라면 이 책 또한 분명 마음에 들어하리라 생각한다.



총 세 가지의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눌프>

1. 이른 봄 : 무일푼으로 방랑생활을 하다 얻은 폐병으로 고향을 찾는 크눌프가 피혁공인 친구의 집을 방문하고 묵으면서 있었던 이야기

2.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 크눌프의 다른 친구가 화자가 되어 크눌프와 함께 했었던 여행을 회상하는 이야기. 그들이 공동묘지에서 나누었던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가 인상깊다.

3. 종말 : 죽기전 마지막으로 고향을 찾은 크눌프, 왜 방랑자로써 살았는가를 묻는 동창생의 질문에 숨겨왔던 속 이야기를 풀어내고 다시 방랑길에 떠나는 이야기.


P. 38
크눌프는 제 성격대로 살며 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옳았다.

그가 어린애같이 말하며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살 때 그런 그를 흉내 낼 수 잇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는 아가씨들과 부인들에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매일을 일요일같이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그가 하는대로 내버려 둘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몸이 좋지 않아서 휴식처를 찾을 때면, 사람들은 그를 받아주고 돌보아주는 것을 즐겁고 명예로운 일로 여겼다.

또한 사람들은 그가 오면 집안이 즐겁고 밝아졌기에 오히려 그에게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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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크눌프는 어릴적의 실연 이후로 정착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방랑을 지향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는 세상의 구속과 안정적인 삶의 형태를 거부하고 떠돌면서 지낸다. 그를 아는 이들은 그가 찾아오면 매우 환대하고 반기며, 크눌프는 늘 그들에게 자유로운 영혼으로써의 기쁨과 신선함을 선물했다.

정착을 권유하는 지인들을 뒤로 하고, 늘 그의 선택은 또 다시 방랑이었고 결국 병 들어 죽어가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혼자이기를 선택한다.

글을 읽다보면 낭만적이고 아름답다는 인상을 받는다. 시를 쓰는 크눌프, 자연을 사랑하는 크눌프, 사람들에게 차리는 정중한 예의 ( 속은 때때로 솔직하지만) , 그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유쾌하고 재치있는 사람이었다.

방랑의 삶은 누군가에게는 한심한 방종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크눌프가 결코 그리 '한심한 사람'으로 치부될 수만은 없다. 아무도 그를 미워하거나 천대하지 않았다 . 모두의 환대와 친절 속에서도 끝끝내 자연의 품에서 죽기를 선택하는 크눌프의 마음은 알것도 같다가 모르겠는 어려운 마음이다.
우리는 크눌프, 이 방랑자의 죽음을 통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때때로 방랑자로서의 삶, 자유로운 영혼의 길을 꿈꾼다.
안정된 삶으로부터 지루함을 느끼고 도망치고 싶어질 때도 있고, 홀로인 자유로운 몸으로 어떠한 것의 구속없이 떠도는 삶을 선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크눌프의 선택과 그의 평생의 가난하고 고독했던 삶을 지켜보면서 나의 안정된 삶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다.
어느 선택이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더 낫고 못하고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정말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자 가치관의 차이였다.
하지만, 삶이 끝나는 그 길 끝에서 크눌프의 마지막이 안타깝게 느껴졌다.그가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어느 누구는 그 마지막이 그래서 숭고했다고 말할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작가인 헤세도 말했다. 그 어느 쪽의 삶이 더 낫다거나 더 옳다는 입장을 말하지 않는다고.

'다만 그들은 각자 삶에 대한 그들의 생각에 따라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작가 헤세는 훗날 한 편지에서 '크눌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크눌프와 같은 인물은 비록 사회에서는 '유용한 인간'은 아니지만,
오히려 많은 유능한 사람들처럼 남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크눌프는 아무리 고독하고 힘든 순간에도
자연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생명력이 충만한' 사람으로서,
비록 방랑하는 존재라 할지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안에서 그의 '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 헤세가 자신의 독자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연약하고 쓸모없는 사람들이라도 그들을 '판단'하지 말고, 그냥 '사랑'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P.166



우리는 늘 일상을 살면서 성공과 실패라는 양자의 갈래에서 흔들리고 괴로워한다.
이 이분법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자유영혼이었던 그 크눌프마저 죽음 앞에서는 본인의 지난 삶에 흔들렸다.


우리는 쫓고 쫓는 이상과 부,그리고 온갖 선망의 대상들의 그 끝없음에 수없이 좌절하고 불안하다.
행복하지 않은 우리들. 우리에게 평범한 삶이란 말 그대로 '안정된 삶'이 맞기는 한걸까?
우리는 우리의 일상에서 어떤 반짝거림을 더 눈여겨보아야할까? 우리의 삶의 태도에 대해서 이 책 한권의 힘을 빌어, 크눌프의 삶을 빌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