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by HeySu

오늘은 새벽 두 시까지 아이와 투닥거렸다.

다음 주에 있을 중간고사를 앞두고 아이가 나름의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중학교때와 너무나도 다른 시험 공부량과 학습 방법에 아이는 많이 헤매고 있다.

어제는 얼굴 가득 걱정을 드리우며 자신의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내게 드러냈다.


"2주 남았는데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아니 겨울방학 때부터 내내 강조했는데, 그럼 매일 학원 가고 스카 가서 도대체 어떤 공부를 한 것인가?

간섭하면 부딪힐 일만 많았기에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지켜보는 것을 선택하고선 믿고만 있었는데...

그 믿음에 배신을 당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 그래도 2주나 남았잖아." 남은 기간이라도 최악을 막기 위해 노력해 보자고 이 말로 달래주었지만,

나의 불안은 이미 아이 이상으로 커지고 말았다. 불안이 풍선 차오르듯 팽팽해진다.

지금에서 내가 무얼 해 줄 수도 없는 거고, 이제 와서 공부방법을 정리방법을 모르겠다고 손을 드는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여태까지 난 무엇에 의지했던 것일까. 학원에 보내 놓고 거기만 따라가면 잘 될 거라고 순진하게 믿어왔던 것일까. 책상 앞에 앉아만 있으면 초집중력을 발휘해 알아서 척척 잘하고 있는 거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걸까.


나보다 아이가 더 불안하고 정신없겠지 싶다가도, 나마저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중학교랑은 천지차이임을 벌써부터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마당에, 도망치듯 나는 내가 읽고픈 책만 읽고 있었다.

대신 공부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기출문제를 뽑아서 단정하게 책상 위에 올려놔주는 것뿐.

속 터질 것 알면서 아이의 교재들을 슬쩍 들춰보다 답답해졌다.

내내 모범생였기에 늘 자랑스러웠는데, 아이는 그대로인데 내 마음은 왜 이렇게 달라지는가.

첫 시험 잘 봐서 자신감을 갖고 시작할 수 있길 바랐는데 큰일이다! 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 첫 시험점수가 고3까지 간다고도 하지만 이 또한 배움의 필수과정이라면 겪어야지 어쩌겠나 싶다.

많이 헤맸다가 길을 찾고 열심히 달려 나가길 바라보는 것. 그리고 끝까지 믿어주고 지켜주는 것.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자존감을 내려놓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것. 그리고 잘 먹이는 것. 응원하는 것.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세상이 무너질 거라 겁먹지 않게 하는 것.

내가 해 줄 일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엄마인 내가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