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갈...까?
학부모 총회가 있었다. 다행히 이 날은 수업도 없고 모임 약속도 없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운동을 좀 하고 씻고 가면 딱 맞을 시간이었다. 수영을 갔다가 목욕을 갔다가 가볍게 점심을 먹고 한창 준비를 했다. 학교에 가는 건데 츄리닝으로 갈 수는 없으니 옷을 꺼내고 화장을 했다. 봄이라 입을 수 있는 옷이 제한적이다. 너무 두껍지도 않고 얇지도 않고 춥지 않으면서 적당한 옷을 꺼냈다. 화장도 원래는 썬크림만 바르지만 나름 섀도우도 하고 볼터치도 하고 오랜만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학교 가는 길 구두를 꺼냈다. 이것 저것 신어봤는데 이제는 구두를 못 신는 몸이 되었다. 너무 다 아파서 단화를 신었다. 15분 거리를 20분이 넘게 갔다. 발바닥이 너무 아팠다. 운동화만 신다가 구두를 신으니 죽을 맛이다. 그래도 학교에 가면 강당에서 또 교실에서 앉아 있어도 되니까 나를 위로하며 천천히 걸어 갔다.
2시에 학부모 총회가 시작이었는데 여유롭게 나가서 1시 40분쯤 학교에 도착했다. 사실 구두 때문에 더 일찍 나간 거기도 하다. 강당에는 아무도 없어서 1등으로 도착했다. 어머 이렇게까지 일찍 올 생각은 아니었는데.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좀 보고 릴스를 좀 보다 보니 사람들이 좀 오는 것 같아 다시 나갔다. 의자가 시급하기도 했다.
학교 소개 영상을 보고, 각 학년별 선생님 소개를 받고, 연간 일정을 확인하고, 이런 저런 공지를 들었다. 학교생활안내에 나왔던 내용인데 육성으로 듣는 느낌이었다. 새로운 내용이랄 게 딱히 없고 입학식 때 들은 수준이었다. 학부모 임원 등에게도 임명장을 주니 총회가 끝났다. 50여분 정도 걸린 듯 하다.
의외였던 건 전 학년 학부모가 골고루 왔다는 점이었다. 난 압도적으로 1학년이 많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조금 많은 정도였다. 6학년 학부모부터 교실로 이동하고 1학년 학부모는 제일 나중에 교실로 이동했다.
교실에서의 시간은 나름 의미가 있었다. 선생님의 학급 운영 방침과 가치관 등을 공유받고 아이의 작품도 소소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서랍도 보고 사물함도 열어봤다. 학교에서는 나름 각을 잡고 정리하는 걸 보니 안심도 되고 귀엽기도 했다.
담임선생님은 나보다 좀 나이가 있어 보이셨다. 40대 후반쯤으로 보이셨는데 그만큼 노하우가 있으시겠지. 이번 아이들은 밝고 명랑한 편이라고, 발표하는 걸 너무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하셨다. 조금 더 아이들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이 지나야 상담도 가능할 거 같다셨다. 상담주간 없이 필요한 부모님만 신청을 하라고 한다. 부디 그런 일 없이 잘 지나가는 1년이 되길.
학부모 총회는 일단 1학년 때 갔으니 내년에도 갈지는 미지수다. 나름 의미는 있었지만 내 시간을 3~4시간 투자해야 하는 건 맞는데 굳이...갈...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