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여름방학 때 장난감 도서관을 맛보고 어린이는 신세계에 빠졌다. 헬로카봇, 또봇, 미니특공대 등 여기 장난감 도서관은 로보트가 많아서 빌리고 싶은 것도 가득인 듯 하다. 매주 빌리고 싶은 게 달라져서 금요일은 태권도를 한 시로 바꾸고 두 시에 하원해서 장난감 도서관을 간다. 마침 어린이와 친한 친구도 형 시간에 맞춰 금요일은 한 시에 태권도를 하니 딱 맞는 일정이다.
장난감 도서관을 가다 보니 도서관에도 들러 책을 빌리는 게 좋을 거 같아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도 들러 온다. 사실 장난감 도서관에도 작은 도서관이 같이 있어 책을 두 권씩 빌릴 수 있다. 하지만 장난감을 빌리고 나서 빨리 놀고 싶은 마음에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신간이나 교과연계과정 등 내가 잠깐 보고 있으면 10~20분 내로 원하는 장난감을 골라 빌리곤 한다. 놀 수 있는 공간도 있지만 빌린 장난감으로 놀 수는 없고 비치되어 있는 장난감들로 놀 수 있어 대여 후 바로 이동한다.
두 시에 하원 후 장난감 도서관을 갔다가 도서관에 가면 세 시쯤 되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놀다 보면 금방 네 시가 된다. 두 시간정도는 도서관 투어를 하는 셈이다. 도서관을 가까이 하면 나중에도 좋을 거 같아 빌릴 책이 없어도 꼭 도서관에 간다. 다행히 어린이가 놀 만한 공간이 있어서 사운드북도 듣고 큰 책도 읽으며 나름 알차게 도서관에서 놀고 오고 있다. 겸사겸사 나도 요새 관심 있는 그림책도 보거나 빌리곤 한다.
그림책을 보다 보면 어른들을 위한 책도 많아 보인다. 아직 우리 집 어린이는 공룡에 한창 빠져 있어 관련된 책만 잔뜩 빌리지만 그 외에 다양한 그림책이 있다. 인생에 대해 얘기하는 그림책도 있고 자아성찰이나 위로를 전하는 책 등 소설이나 일반도서류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그림도 어린이들을 위한 것만이 아닌 다양한 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그림체들이 많이 있다.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들도 많다. 나와 맞는 그림책을 찾으면 또 보물을 찾은 것 처럼 기분이 제법 좋아진다.
신간이나 인터넷을 보다가 보고 싶은 책을 찾아보면 그렇게 대여 중이 많다. 상호대차 시스템이 있어 다른 도서관에 비치 중인 도서를 빌릴 수 있지만 신간은 모두 대여 중인 경우가 많다. 종이책은 없어진다고 누가 그랬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책에 대한 관심이 많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휴직기간이 1년 남아 시간이 많이 남았다 하다가도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또 훅 갔다 싶기도 한다. 그래도 이렇게 어린이와 시간을 여유롭게 언제 또 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여기 저기 더 돌아다닐 곳은 없나 찾게 된다. 두 시에 하원해도 집에 오면 네 시가 넘으니 잠깐 놀고 저녁 먹고 쉬면 하루가 금방이다.
그러고 보면 평일에도 어린이는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9시까지 유치원에 갔다가 3시나 4시에 하원해서 태권도나 미술을 하고 오면 6시 전후. 1시간 놀면 저녁먹고 조금 쉬면 잘 시간이다. 놀 수 있는 시간이 적어 아쉽다고 말하는 게 이해가 된다.
학교를 가고 나도 일을 하게 되면 좀 더 바쁜 일정을 보내야 하겠지. 지금이라도 약간의 여유를 갖고 놀 수 있으니 놀 수 있을 때 열심히 놀아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