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eautiful mind'를 처음에 본 건 대학에 들어오기 전이다. 수능이 끝나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려고 비디오 대여점에 갔더니 추천해주어서 처음 보았다. 비디오를 보면서 책도 같이 보았는데, 그 때는 정신분열증에 대해 잘 몰라서 그저 실화라는 얘기에 그냥 재미있게 보며 상당히 특이한 사람이라고, 미쳤다가 제정신이 돌아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지막 노벨상을 받는 모습이 굉장히 미화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조금은 비판적으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두 번째로 이 영화를 본 것은 심리학과수업시간이었다. 이상심리학 시간에 정신분열증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영화라고 수업시간에 보았는데, 그 때는 주인공 존 내쉬의 특성이나 생활상의 문제점, 그리고 일반적인 정신분열증의 특성에 주의를 맞춰 보느라 처음보다 깊이 있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처음 볼 때에 몰라서 느끼지 못했었던 병을 이겨보려는 필사적인 주인공의 노력과 노력의 결실 등에 더욱 감동했던 시간이었다.
세 번째는 정신보건 사회사업시간에 영화를 보면서, 전에 느끼지 못했었던 것들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의 정신분열증이 말기로 치닫는 과정을 보면서 영화에서 미처 보지 못했었던 암시적인 것들도 발견할 수 있었고, 주인공에 국한 된 것이 아닌 주변사람이나 상황적인 면에서 주인공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주인공에게 좋을지 등을 생각할 수 있었다.
「뷰티풀 마인드」는 수학자 존 내쉬의 천재성이 가져온 삶의 힘겨움과 그를 믿음과 사랑으로 붙들어 주었던 한 여인, 또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천재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정신분열증의 정도가 아주 잘 나타나 있고, 멜로물처럼 아내 알리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정신분열증이 치유되어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나와 있어 자꾸 못봤던 부분도 찾아내고 하는 재미에 20년이 지났어도, 이번에도 시간을 내 또 봤지만 몇 번을 봐도 지루하지 않다.
처음은 숫자와 기호에 집착하는 공대생의 이야기를 그려내는가 싶더니 갑자기 생각난 것으로 순식간에 논문을 써내 그것으로 좋은 일자리를 구하고 교수까지 하다가 아내를 만나게 되는 내용까지는 멜로물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반부에서 존 내쉬가 암호를 해독하면서 쫓기게 되는 설정과 팔에 칩을 박아 넣는 등의 것은 공포감을 조성하는 분위기의 미스터리 물처럼 흘러가다가 절정부분에서는 내쉬의 질환 때문에 환각, 환청, 망상이 생겨나는 것이라는 반전은 몇 번을 봐도 대단한 구성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마지막 치유과정에서 약을 끊으면서 다시 나타나는 망상과 그에 대한 내쉬 자신, 그리고 주변의 반응의 묘사가 인상 깊었고 이겨내려는 의지가 영화 곳곳에서 보이는 것 같았고, 노벨상 전의 식당에서의 만년필을 받는 장면은 몇 번을 보아도 가슴이 찡한 장면이다.
영화라는 것의 특성상 많은 부분을 재미있게 그리고 드라마틱하고 약간은 사실과 다르게 그려내기도 했지만 그래도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정신분열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영화인 것 같다. 마지막의 해피엔딩과 사랑은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다는 식의 풀이가 처음 볼 때부터 조금 거슬렸었지만 영화상에서의 깔끔한 마무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존의 인생을 통해 진정 아름다운 정신, 아름다운 마음이 어떤 것인지와 천재의 고독, 천재의 낭만, 천재의 내면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인 것 같다. 처음에는 자만하고 남들을 깔보는 시선에서 머물렀지만 나중에는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부드러운 말을 하는 등의 모습으로 그의 성숙한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실존인물이라 그 재미가 배가된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뛰어난 수학자에서 정신분열증 환자로 다운되는 삶에서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내쉬 스스로와 그 주변의 모습이 우리나라와 다른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심리학 수업을 들을 때나 정신보건 사회복지론 시간에 배웠던 것처럼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들을 포용하지 못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보다는 그래도 정신질환에 대해 관대한 사회가 되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강박이라던가 공황장애 등을 많이 다루기도 하고, 상담하는 과정이나 검사도구 등에 대해서도 대중화 되어 정신에도 질병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정신과 약이라거나 정신과 상담을 간다고 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앞세우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인식이 많이 변화되어 노벨상 이야기가 아니라 정신질환자가 그저 사회에 동화되어 살아갈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제2, 제3의 존 내쉬가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