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후 공부하고 싶었던 걸 하며 자격증을 딴 뒤 내 시간이 많아졌다. 유치원 e알리미를 통해,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도서관과 여러 공공기관에서 교육을 한다는 걸 알게 되어 다양한 교육을 들었다.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들으며 글쓰기와 책읽기에 관심이 더 많이 생겨 관련 동아리도 참여하고 글쓰기 수업에도 참여했다.
특히 책동색동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월요일 만나는 아이를 둔 엄마들의 동아리 모임은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색색깔의 책을 다루는 다채로운 책동아리라는 뜻의 이 모임은 그림책 관련 교육을 듣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작년 11월부터 동아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올해 6월에 모임을 알게 되어 7월부터 함께 했다.
매주 그림책 한 권을 돌아가면서 정하여 세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발문지를 만들고 발문지에 대한 생각과 감상을 나눈다. 사적인 대화는 거의 없이 그림책 얘기가 주로 진행된다. 두 시간씩 이야기를 하기로 했지만 세 시간까지도 훌쩍 가버린다.
그림책을 보고 연관되는 책을 각기 한 권 이상씩 가져와서 회원들에게 소개한다. 어떤 회원은 여러 권을 가져온다. 연관되는 책이 스무 권이 넘을 때도 있는데 이 때엔 짧게 소개를 하기도 하고 연관되는 책이 적으면 낭독을 하기도 한다.
열 명 남짓 모여 책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쩜 다른 사람들은 아는 것도 많은지. 나도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새발의 피다. 다양한 책 얘기가 오간다. 그림책은 아동문학이라고 생각한 게 컸는데 그렇지도 않다. 주제 자체가 무거운 것도 있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도 많이 있다.
발문도 신박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이 책을 갖고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게 정말 재미있다. 지난 번 모임엔 '여름의 잠수'라는 그림책이 선정되어 일주일간 읽었다. 발문지를 담당 회원이 가져 왔는데 '당신이 특별한 우정을 나눈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어른과 아이의 특별한 우정을 나눈 책이라 이런 질문을 했구나 하며 나름대로 답을 적었다. 돌아가며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는데 '책동색동 이 모임 자체가 특별한 우정을 나눈다고 생각한다.'라고 어떤 회원이 말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다. 모임 자체가 서로에게 힐링이고 지지가 된다.
한글날을 맞아 인천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읽걷쓰 동아리 우수사례 공모전에 책동색동 동아리로도 서류를 냈다. 소개글을 어떻게 할지 읽걷쓰(읽기 걷기 쓰기, 인천 교육 브랜드)에 부합해서 어떻게 글을 정리해서 쓸지 단톡방에서 한참 얘기했다. 회장을 맡은 엄마가 총대를 메고 사진과 글을 정리했다. 결과는- 두구두구 상을 받게 되었다! 교육감상으로 상금은 동아리 전체에 5만원이었지만 회원들의 이름으로 개별 상장도 받았다. 오랜만에 받는 상이라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육아휴직 중에도 힘든 일은 많다. 살림과 육아를 하며 힘들고 지치면 쇼츠를 보며 인터넷을 하며 멍하게 보내는 시간도 있다. 그러던 중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런 모임에 참여하게 된 건 나에게 정말 좋은 일이다. 매주 숙제처럼 책을 보고 연관된 책을 찾아보고 읽어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매주 모임을 통해 재미있는 책도 많이 알게 되고 도서관을 가는 빈도도 높아졌다. 아이도 내가 빌려온 책을 함께 읽으며 책과 더 친해지고 있다.
월요일 두 시간마다 진행되는 이 모임은 큰일이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 참여하고 싶다. 각기 나이도 하던 일도 다르지만 그림책을 매개로 돈독한 우정을 쌓아나간다. 어디 가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과 작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모두가 동의하는 점으로, 이 모임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가 되고 삶의 활력이 된다고들 한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 상도 받았으니 일거양득이다. 다음 주는 또 어떤 책으로 무슨 이야기들을 하게 될까. 월요일이 기다려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