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엄마고 누가 앤지 모르겠는 상황이다. 꿈은 판사고 미리미리 대비하자가 좌우명인 별이는 제법
철두철미 하다. 엄마가 브런치를 4수 끝에 통과하는 과정을 함께 했고 구독자가 늘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오늘은 뭘 또 확인하려는지 마우스에 손이 슬쩍 올라간다.
"엄마 통계 좀 볼게"
"어? 어 그래 "
얼마 전 다음에 이틀정도 올라간 글 덕분에 조회수가 몇 천인걸 확인했던지라 그 후로 종종 통계를 묻곤 한다. 엄마 오늘은 조회수 귀엽네라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도 건넨다.
별이가 궁금해서 내게 오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별이에게 먼저 손 내미는 경우도 많다.
이 글엔 어떤 사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제목은 뭘로 하지? 읽어봐 맥락에 안 맞는 거 있는지 등등
"엄마 나 읽어봐도 돼?"
"그래 ~ 엄마 화장실 다녀올게 대신 다른 건 건드리지 말고 읽기만 해 알았지?"
[응]이라는 대답을 듣고 갔건만 뭔가 건드린 게 분명하다. 다급하게 날 찾는다.
"엄마엄마! 큰일 났어 내가 맞춤법 검사했는데 이상하게 된 것 같은데?"
"어?? 맞춤법 검사를 왜에?? 혹시 글 날아갔어?"
"음 그럴지도 몰라"
"별아 진짜 다 날아갔으면 니 머리 엄마가 다 지 뜯어 뿔지도 몰라"
노트북 화면을 보니 이대로 나가시면 저장이 어쩌고 저쩌고.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방학이라
돌(아서면)밥 챙겨가며 틈틈이 쓴 건데. 아흑. 진짜 날아갔다면 아마 울었을지도.
"엄마 있잖아 그래도 나 사랑해?"
"물론이지 니가 글을 통째로 날린대도 사랑하지 근데 니 머리는 지 뜯어 뿌고 싶을 것 같아"
난 주야장천 읽기만 했지 제대로 된 글은 써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 쓴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누가 내 글을 볼라치면 쪽팔려서 가리기 바빴다. 그런 나도 시간을 들여 노력하니 일단 써지긴 했고 쪽팔림도 옅어졌다.(매번 기를 쓰고 내 글을 읽으려는 별이 덕분에 강해진 멘털) 방학숙제로 30일 치 일기를 몰아 쓰던 엄마와 달리 아이는 매일 일기를 쓴다. 쓰는 행위를 큰맘 먹고 해야 되는 일이 되지 않도록, 밥 먹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망설임 없이 뭐든 써내려 갈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오늘도 난 너의 글을, 넌 나의 글을 [어쩜 이렇게 멋지게 쓴 거냐]며 최고라고 추켜세워준다.
별아, 우리 같이 평생 쓰자. (일기 따위는 왜 있어서 나를 힘들게 하냐는 달이는 일단 보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