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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Feb 16. 2023

짧은 글쓰기를 즐기는 법


쉽지 않았다. 소설책을 외면하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 책만 딱 5권 집어 왔다.

소설은 내 삶의 비타민 할아버지 정도 되는 존재인데 말이다. 이제 글쓰기 책은 그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섯 권 중 마지막 남은 책 정여울 작가님의 [끝까지 쓰는 용기]를 책장에서 꺼내왔다. 읽는 내내 다정한 사촌언니와 이야기 나누는 느낌이다. 글로도 이토록 섬세하게 그 사람이 느껴진다니. 내 글은 어떤 느낌일까.





Q 문장력을 키우러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짧은 글쓰기를 즐겨 보세요. 친한 사람에게 "네가 좋아하는 단어 세 개만 선물해 줘" "아무 단어 세 개만 선물해 줘"라고 말해 보세요. 단어를 선물해 달라고 이야기하면 대부분 깊은 생각에 잠기고 단어를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단어를 선물한 사람의 삶을 묘사하는 것도 좋아요. 누군가의 아주 소중한 단어를 재료로 삼아 보석보다 더 애지중지 아끼는 마음으로 글을 써보세요. 어휘력뿐만 아니라 사유하는 힘이 길러질 거예요.

정여울 작가님의 - 끝까지 쓰는 용기 중에서 -





누구에게 단어선물을 해달라고 하지? 

블록으로 남아메리카 대륙을 만들고 있는 달이에게 물어봤다.


"달이가 좋아하는 단어 세 개만 선물해 줄래?!"

"[엄마, 아빠, 형아] 아니다 형아 빼고!  [엄마, 아빠, 나]"















빵을 돈 주고 사 먹는다고? 왜? 음 나는 공짜로 줘도 별로.

빵에 대한 평소 나의 생각이었다. 고기만 좋아했다. 쌈은 절대 싸면 안 되고 오리지널 고기만.

별이가 15개월쯤이던가.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코끝에 스치는 갓 구운 빵 냄새가 나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평소엔 쌩 하니 지나치던 베이커리 코너를 돌아봤다. 

'어머 나 지금 빵 냄새에 이끌린 거야? 삼겹살 굽는 냄새도 아니고 빵 냄새에?'


그날부터 시작이었다. 매일 아침 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후 마트 안 베이커리 코너로 출근했다.

밤식빵, 크림빵, 팥빵 하루도 빠짐없이 빵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다.

'갑자기 빵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 혹시 둘째? 진짜 둘째면 태명은 [빵이]로 지을 거다!'















달아 달이의 태명은 빵이었어.
[엄마]가 원래 빵을 먹는 사람이 아니었거든? 그런데 빵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는 거야.
만약 임신을 한 게 맞다면 태명을 빵이로 짓자고 [아빠]한테 얘기했어.
다음 날 함께 병원에 갔는데 세상에! 엄마 뱃속에 빵이가 천사처럼 예쁘게도 와있더라?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엄청 기다렸거든.
어려서부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야? 물으면 [나]라고 말하는 우리 달이.
벌써 초3 형님이라니 기특해서 바라만 봐도 미소 짓게 돼.
엄마와 눈 마주칠 때면 씩 웃는 개구짐과 귀여움 가득한 너의 눈동자는 언제나 반짝반짝 빛이 나.








짧은 글쓰기를 즐기는 동안 머릿속엔 온통 달이로 가득했다. 달이와의 대화 중 폭소했던 한 가지가 떠오른다.


"강아지 강아지 우리 강아지 일어났어?"
"엄마, 내가 강아지면 엄마는 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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