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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Feb 09. 2023

41살, 새로운 시작

"엄마 오이가 영어로 뭐야?"

"cucumber"


"엄마 윗몸 해 줘"

(윗몸일으키기 하는데 다리 잡아달란 말)

"이따가"


"엄마 채점 해 줘"

"달아 엄마 깨우지 마. 더 잘 거야"


"엄마 2월 1일부터 회사 가는데 미리미리 적응해야지이?"

"........."


밖은 아직 캄캄한데 달이가 몇 분 간격으로 안방을 들락날락 거리며 나를 깨웠다.

시계를 보니 새벽 6시 14분 하. 오늘도 실패다. 원래의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 2시간 정도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혹시 5시에 못 일어날 경우 6시에 라도 벌떡 일어나는데 거의 2주가 다되어가도록 퐁당퐁당 실패 중이다.






달이는 아침형 인간인 데다가 철저히 계획형 인간이다. 내가 미라클모닝을 성공하는 보통의 날이라면

새벽 6시 즈음 눈을 뜨자마자 엄마품에 와서 꼬옥 안긴다. 그리고 묻는다.


"엄마 형아 일어났어?"

"아니 아직. 너도 더 자!"


"안돼 난 형아랑 달라" 

".........."


달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불을 켠다.

책상 앞에 앉아 문제집을 펼치고 할 일을 쭉쭉해나간다.

먼저 끝낸 후 형아보다 더 많이 놀겠다는 속셈이다.






우리 집은 할 일을 끝내야만 놀 수 있다.

학기 중이라면 하교 후 정리정돈(가방, 옷, 알림장등)과 샤워를 먼저 한다. 간식을 먹은 뒤 시작하며 마감시간은 5시 40분. 지금은 방학 중이라 아침 먹은 후 12시 30분까지 할 일을 끝낸다. 할 일을 마치기 전 놀이는 불가. 하지만 예외로 책 보는 건 인정. 대신 마감시간은 알아서 지키기. 아 물론 이 모든 규칙은 아이들의 의사가 90프로 반영된 것이다. 나는 할 일을 마친 후 놀아야 한다는 큰 틀만 짰을 뿐.













별이에겐 절친한 J누나와 T형아가 있다. 유아기를 함께 보냈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돈독한 사이다. 얼마 전 J누나가 주말아침 계란밥을 해서 엄마와 7살 동생까지 챙겨 먹였다는 훈훈한 소식을 들었다.(J의 엄마는 전날 과음으로 인해 아침을 챙기지 못했다는 후문이?) 소식은 T형아에게도 전달됐고 T형아 역시 엄마에게 계란밥을 해주었다고 한다. 별이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며 엄마도 계란밥을 먹을 수 있는 거냐는 물음에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자신 있게 계란찜을 하겠다고 . 평소 엄마가 하는 일에 지대하게 관심이 많은 아이라 전자레인지로 계란찜을 만드는 모습을 여러 번 봐 왔었다. 별이는 처음으로 계란껍데기를 빠뜨리지 않고 내용물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손에 묻는 게 싫다며 계란을 하나씩 터뜨릴 때마다 손을 닦는다. 지나치게 깔끔 떠는 모습을 보니 어릴 적 나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직 방학이 끝나지 않아 출근 후 도시락을 시켜 줘야 하나 고민했는데 밥 걱정은 안녕이다.





공부습관도 잡았고 요리도 제법 한다.

이제는 때가 되었다.  할 일 딱 해놓고 깔깔 거리며 놀고 있다가

"엄마 오늘 어땠어?" 하며 달려와 안기겠지?





내일이 첫 출근이다. 걱정 1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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