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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Dec 20. 2020

개태사 가마솥이 건낸 지폐 1장

출장 아닌 논산 찐투어 (2)

커피를 안 마시는 친구가 카페인이 부족한 날 위해 예쁜 찻잔에 내어준 홍차(줄무늬 양말 특별출연)


은진미륵 기를 받아서 인지 어제도 편했던 잠자리는 오늘 더 편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논산 로컬푸드 맛집에서 할매밥을 먹고 태조 왕건이 고려 건국하면서 지었다는 개태사로 향했다.


개태사 가는 길에 들른 로컬푸드 부페식 밥집 #대추꽃피는밥상


이곳은 할머니들의 일자리를 위해 마련된 곳인데 월-토 하루 2시간씩만 운영한다. 연산면사무소 옆에 위치한 곳으로 아래 사진의 맛깔난 한식들이 1인 8천원에 매일 10여 종 이상 세팅되고 자유롭게 부페식으로 먹고 갈 수 있다. 또한 로컬푸드를 쓰는 곳인데다 일하는 분들이 전부 지역 할머니들이라 그 옛날 우리 외할머니가 생각나는 곳이기도 했다.


사진은 전부 친구의 작품



난 참 이런 사회적경제가 좋더라. 사회적경제는 정말 서울이 아니라 지역에서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다. 친구가 자신있게 맛집이라며 데려 올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는 직원분들도 이러한 사명이 있어서 인지 무척 친절하고 토욜 낮 시간인데도 생각보다 주민들이 꽤 밥 먹으러 오더라.


부른 배는 산책으로 꺼뜨려야 제맛!

지금도 운영 중인 연산역이 관광지로 조성되어 있어 잠깐 들러 본다.


연산역 철도문화체험



고려 태조 왕건이 고려를 건국한 후 지었다는 절, 개태사.


개태사 명물은 바로 철확!

개태사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직격이 3m, 높이가 1m 정도 되는 거대한 가마솥이다. 흔히 고려때 스님들이 국을 끓이던 솥이라고 하는데 「신동국여지승람」에는 장을 끓이던 솥으로 적혀 있다 한다. 이 솥은 그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전설을 많이 갖고 있는데, 한 전설에 의하면 고려말기 왜적들의 침입으로 개태사는 쇠퇴하여 가고 가마솥은 녹슬어 쓸모없게 뒹굴고 있었는데, 왜적들의 침입이 있자 우리나라 군사들의 식사를 마련하기 위하여 이 솥을 다시 쓰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솥에 밥을 지어먹은 군사들이 잘 싸워 그 때부터 왜적들이 물러가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 이 솥은 왜적들에게 원한을 지게 되었으며, 왜적들이 이 솥을 옮겨가려고 할 때면 하늘에서 천둥과 벼락이 쳐 손을 대지 못했다고 전한다.

- 논산시청 홈페이지 발췌


우와 이 큰 솥에 밥이든 국이든 장이든 끓여 먹으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양을 하고

얼마나 많은 스님들이 수행을 하고

얼마나 많은 장작들이 필요한지


감히 상상도 가지 않는구나!



직접 찍은 개태사 가마솥, 아이폰 11 앵글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다.



근데 더 깨알같은 게 이리 영험하다니 사람들이 기복을 하며 던져넣은 동전 좀 보소.

인간이란 참 귀여운 존재야 :)


때마침 누군가가 동전이 없어 천원짜리를 넣었던 모양인지 불어오는 쌩한 겨울 바람에 지폐 한장이 내 가슴팔에 철썩 붙었다 떨어진다.


으아니 이...이거슨 태조 왕건님이 내게 주신 복이 아닌가 말입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친구가 술펀 대박 징조라며 얼른 부적처럼 만들어서 간직하고 다니라길래 키둑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동전이 없어 지폐를 넣어가면서까지 간절히 빌었을 생각을 하니 차마 도둑질 하는 기분에 가져가긴 어렵고 다시 넣자니 분명 칼바람에 들어가지도 않을 뿐더라 애써 다시 들어간다 한들 곧 튀어나와 누군가가 들고 갈 것 같더라.


그래서 대웅전 "불전함"에 넣었다. 므흣.

다시 나오지도, 그렇다고 누군가의 소원이 버려지지도, 또 나의 발복이 날아가지도 않을 곳.


탑정호가 바라다 보이는 "늘, 까페"


개태사 석불을 둘러본 후 탑정호 근처 카페로 향했다.


어영부영 이틀 동안 논산 8경 중 반을 둘러보게 되었네? 관촉사 미륵 - 옥녀봉과 금강 - 개태사 - 탑정호까지 로컬 친구 덕택에 느긋하지만 알차고 여유롭게, 그리고 맛있는 시간을 보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해가 정면에서 서쪽 우면으로 넘어갈 때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광합성을 하고 나니 친구가 통영에서 주문한 뿔소라 택배가 도착했다고 어여 들어가잔다.


아아, 나 이렇게 포식해도 되는 거야!?



똥 싱싱한 거 보소



어제 남은 막걸리를 한 잔씩 하고 슬슬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오는 길에 처음 타 본 프리미엄 버스도 한 컷!



참, 나에게 어울리는 여행이었다. 혼자 떠나길 잘 했다. 그리고 필요한 시간이었다. 처음 3년은 살아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고 이후 3년은 좌우를 곁눈질하고 훑어보며 정신없이 또 많은 시도들을 했다. 6년이 채워지자 이제서야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마음이 생겼다.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법. 필요한 만큼만 같이 걷고 적절한 때 헤어지는 법, 사회적경제가 아닌, 단순히 벤처기업으로 남은 지금에서야 오히려 함께 가는 길, 공익적 사업 영역에 대한 확신, 앞뒤좌우를 살피면서 가는 법, 무엇보다 어떤 외부의 영향과 폭풍우 속에서도 나의 중심을 지켜내고 길게 가는 것, 버티는 맷집. 출근해서 만나는 나의 동지이자 동료이자 후배이면서 함께 가는 사람들에게 진실된 나를 내어주고 그들을 응원하는 법.


많은 것들이 정리되었고 명료해졌다. 이 자리를 빌어 자신의 소중한 공간과 시간, 자원을 아낌없이 내어 준 논산의 친구에게 더없이 감사하고 또 친구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한다.


남은 연말동안은 그 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그들에게 더 나은 방식으로의 감사를 전하며 마무리 할 테다.


본글의 사진 중에는 친구가 찍은 것도 반 정도 섞여 있답니다 :)




코로나 청정구역에 가기 전에 현재 서울시에서 무료로 실시 중인 #코로나 선제 검사를 받았다.


(아래는 본인의 페북글을 그대로 펌)

급진하는 확진자수로 인해 서울시에서 임시검사소를 수십군데 확장하여 코로나 선제검사를 무료로 실시 중입니다.


회사 버로 앞 탑골공원에서 현재 무료로 코로나 선제검사를 실시 중이라 방금 나가서 체험(?)하고 왔는데요, 저는 만에 하나를 대비해 집과 회사 외의 외부 일정은 거의 진행하지 않고 있지만 지방 출장도 그렇고 술다방에서도 더욱 안심이 되고 바로 앞에 있길래 더 안심하러 다녀왔습니다.


예약같은 거 안 해도 되고 거리두기 줄서고 있다가 차례 되면 들어가서 전번 말하면 담당자가 본인이 가진 폰으로 제 번호로 전화를 겁니다. 실제 전화가 울리면 받고 끊으라고 해요. 그런 식으로 본인인증 확인하고 코한번 목구녕 한번씩 쑤시고 10초만에 끝납니다.


아프다 어쩐다 겁주는 기사들 있는데 몸에 긴장을 빼고 숨은 크게 내쉰 후 입 벌리고 한번, 코에 힘빼고 한번이면 끝나요. 괜히 겁먹지 마시고 온 몸에 힘을 풀어요. 생각보다 아프지도 눈물나지도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근육이 긴장을 하면 흠칫할 거예요.  


서울시 #코로나 #임시선별검사소 목록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가능합니다.

https://news.seoul.go.kr/html/27/525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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