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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Jan 02. 2021

나의 올바른 타로 카드 사용법

오라클 카드, 엽서로 활용하기

사실 올바른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게 정확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어그로 끌기용?


타로카드


라는 물건(?) 자체가 이미 일반적으로 점을 치는 도구로 사용되므로 어쩌면 정말로 맞지 않다. 특히나 더더욱 맞지 않는 이유는 이번 글에서 소개할 도구가 더욱 정확히는 타로 카드가 아닌 오라클 카드이기 때문이다.


What are oracle cards?

They're a tool that can be used for introspection or, depending on your approach, divination. But unlike traditional tarot decks, which come in packs of 78, oracle decks can include any number of cards. What's more, while tarot cards include a Major Arcana and a Minor Arcana arranged into suits, oracle decks don't follow this structure. There are no rules, and the possibilities are endless.


출처:

https://www.refinery29.com/en-us/oracle-cards-reading


오라클 카드란?


리더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자기성찰의 도구로서, 또 점을 치는 도구로서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 메이커와 마이너 카드를 합쳐 78장으로 정해진 타로카드와 달리 오라클카드의 수와 의미는 수없이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


나는 스무 살 끝 무렵 부터 명리학이라 불리는 사주를 독학으로 공부했고 30대엔 점성학에 빠져든 바 있다. 이렇게 말하면 완전 히키코모리에 오덕같은 이미지를 상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와 정 반대로 청소년기를 지나 대학에 와서 자유로운 문명 세계(?)를 넘나 열심히 활용한 덕에 기장, 회장, 반장, 온갖 리더를 맡으며 여중-여고 테크를 탄 내가 성인이 된 남녀 청년들과 부딛히다 보니 마음과 정신이 만신창이가 되어 도서관 은둔을 하며 보낸 시기에 손금, 관상 등 다양한 인간 마음 읽기 공부를 하며 취미로 터득한 학문들이다. 그리고 2학년 2학기가 넘어가면서 부터는 심리학을 복수전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어느 순간 부터 또 인간들(?) 때문에 힘든 고비를 여러 번 겪다 보니 새로운 점술학 도구들을 마음의 안식처 삼아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해 보면 알겠지만 사실 사주나 점성학 같은 건 예측과 택일에 도움이 될진 몰라도 지금 당장 울분과 분노를 가라앉히고 싶을 때 응급처방으로 쓰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내가 남의 운명이라고 잘 봐 주지도 않지만 내 운명이라고 잘 보지도 않는다. 많은 사업가들이 이미 겪어 봤겠지만 어차피 예측 보다 불확실한 결정을 내린 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쪽이 훨씬 크다. 물론 그 와중에 신점이나 굿, 부적 등 여러 도구들을 사용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면접자리에 관상가를 앉힌다고도 하지만 보통 좋은 걸 골라내기 보단 피흉에 그 목적이 있다. 그리고 솔직히 


예측 잘 안 맞아. 점 보지 마. 


신점부터 명리까지 전부 상징을 읽어내는 건 결국 인간이라 그 인간의 우주 안에서만 해석이 가능하다. 무식한 인간에 명석한 신이 들어올 리 없고 수학 못 하던 인간이 죽어 귀신이 됐는데 수학 잘 하게 되겠니?


타로가 예측을 위한 도구라면 오라클은 좀 더 수행에 가까운 것 같다. 물론 타로카드도 명상이나 수행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겠지만 메시지적인 여러 요소들은 오라클 카드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Botanical Insperation Oracle Cards


예쁘고 아름답다!




내가 많은 덱을 수집하거나 사용하진 않지만 너무 예뻐서 산 두개의 덱이 바로 엘 퀴 오라클 카드(이하, 여신 카드)랑 보태니컬 인스퍼레이션 오라클 카드(이하, 꽃말 카드)다. 


Botanical: 식물(학)의


란 의미답게 여러가지 꽃의 의미와 메시지가 적혀 있다. 식물덱이 여러가지 있지만 케이스부터 카드 하나하나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에 식물 이름과 명언이 함께 적혀있다.


Elle Qui Oracle Cards



여윽시 여신님들 조녜로움 ><


스페인어인 "엘 퀴"를 영어로 바꾸면 "She who"란 의미






그래서 각 카드 마다 여신의 이름 위에 "She who XXX"으로 여신들의 주제를 설명해 놓았다.


보시는 바와 같이 그림체가 상당히 몽환적이면서도 부드러운데 뒷면도 쩔 ;;; 


원래 스프레드 하는 리더들은 앞면도 앞면이지만 뒷면도 중시한다 카더라 ;;;


카드 마다 여신의 이미지와 의미가 적혀있는데 구글에서 각 여신의 상세한 스토리를 뒤져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한글 자료는 잘 없고 영어긴 하지만 원래 서양 점술 공부하려면 영어는 필수고 요즘은 구글 번역이나 네이버 번역이 괜찮다 카더라;;;


일식이 벌어지는 밤하늘을 보고 있어 뒷모습만 비추이는 데지레 여신님은 영어로는 "DESIRE", 즉 갈망의 여신, 갈망하는 여신 정도로 해석되겠다.

 

날아가는 새들 바라보며, 나도 따라 가고 싶어 ♪


라는 옛추억의 노래가 뙇 떠오르지 않는가?



2020년 말 현재 우리 회사는 아마조네스 상태가 되었으므로(대표부터 인턴까지 전부가 생물학적 젠더 여성) 예쁜 카드들 사놓고 보기만 하다 연말에 우리 회사 요직(?)들과의 면담 시간에 여신이랑 꽃말 카드를 한장씩 뽑게 했다. 여신 카드의 경우 직원이 뽑은 후 어떤 여신 카드인지 확인하고 나도 한장씩 뽑았다.


질문은 이러했다.


우리 XX님이 술펀에서 함께 어떤 미션으로 성장하면 좋을까요?


확인 후 내가 뽑을 때는 이러했다.


우리 XX님이 oo 여신스러운 미션으로 성장하는 데
저는 어떻게 도움을 주면 좋을까요?


음...저는 가이아의 딸이란 어떤 여신도 될 수 있기에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무리 코딱지 만하고 스스럼 없이 지내는 회사라 해도 대개 대표이사랑 면담이란 걸 하기 전에는, 특히 연봉 및 성과 평가와 직결될 수 있는 연말에는 서로가 조금은 긴장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예쁜 카드들을 책상위에 딱 올려놓고 스프레드 하면서 시작하니 한결 분위기도 부드러워지고 함께 영어로 된 메시지를 해석하면 아이스브레이킹 하기 넘나 좋았다. 나 역시 이 친구의 미션을 함께 해결해 주기 위한 동반자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또 어떤 상징적인 의미들을 마음에 담아둘지 고민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한결 집중되었다.


면담이 끝난 후에는 카드 뒷장에 네임펜으로 여신과 꽃말의 상징을 나름대로 해석해서 그 친구에게 필요할 것 같은, 지금은 아니지만 언제든 힘든 순간, 혹은 답답한 순간에 펼쳐보면 좋을 메시지 한 마디를 써 주었다.


둘다 오른쪽은 그녀들이, 왼쪽은 내가 그녀들이 뽑은 후 고른 카드



와, 없어 보이게 린넨 천 깔아놓은 거 봐 ㅠ 새해엔 벨벳 천 사야지. 아시죠 저 막 사는 거? 형식은 중요하지 않담서...

 

뭐 대략 요런 식으로 적어 준다. 다는 공개할 수 없고 얼마나 익명을 원하면 내 이름도 SJ라고만 적었겠음? 공개할 생각이 1도 없었기에 사진도 거의 찍어놓질 못하고 내가 뽑을 당시 의미를 좀 더 곱씹어 보고 싶은 카드들 위주로 찍어놓았다. 오늘 생각이 좀 바뀌었는데 정초에 출근하면 내가 써 준 메시지랑 카드 앞뒷면 좀 찍어서 나한테 보내라고 해야겠다 ㅋ


왼쪽은 꽃말 카드, 오른쪽은 여신카드


메시지는 꽃말 카드 뒷장에도 적어주는데 내가 사진을 다 안 찍어놔서 여기까지만 공개하는 걸로.


사실 여신 카드 뒷장 메시지는 내가 한 말이 아니고 니체가 "선악을 넘어서"에서 한 유명한 구절이다. 맥락은 전혀 다르지만 어쩐지 이 말이 떠올라 영어로 적어 보았다. 성지순례는 우리 둘이 서로 간에 하면 되니까 여기서는 맥락 생략!


여신 카드와 꽃말 카드 모두 44장씩이라 내가 44명의 요직(?)들로 술펀을 채우고 나면 내가 물러날 때가 올 지 모르겠다. 내가 모든 직원들에게 이 카드를 뽑게 할 것 같지는 않거든. 어느 순간되면 내가 아니라 HR에서 하고 있을 테니까 C레벨 이상 찐임원들 거나 뽑지 않을까?


이렇게 2020년 연말 면담을 끝내고 2021년 연말에 쓸 카드도 준비해 두었지롱~ 정말 거짓말 아니고 2020년 면담 끝내고 12월 30일에 구매해서 31일에 받았다. 내가 사고 바로 품절됨. 흐흐. 여긴 아예 메시지가 다 쓰여 있어서 사재기 해 놓고 직원들 면담할 때마다 뽑아도 될 것 같은 카드라 브친(?)님들께 특별히 먼저 공개합니다.


일단 카드 제목이 제 컨셉이에요.



The UIVERSE HAS YOUR BACK




"우주가 니 빽이야! 온 우주가 널 든든히 지켜주고 있어!" 

얼마나 든든한가 말이다. 허구헌날 우주 타령 하는 저에게 딱 맞는 카드죠. 우주처럼 든든히 니들을 지켜줄게. 


제가 최근에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난 이제 앞에서 끌어 댕기지 않을 거다. 뒤에서 받쳐줄게."


였는데 말이죠. 내년, 아니 올해 말에 오늘의 저를 돌아보며 정말 그런 대표가 되었나 반성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반말로 시작한 글이 어느 순간 부턴가 존댓말이 됐네요. 몰라요. 막 쓸래요. 그러려니 하세요 :)





이미지 일부는 구글 및 아마존 쇼핑몰, 인터타로 사이트에서 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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