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마자 5분 만에 차려지는 1인 술상
#술을읽다 시즌2는 더이상 술 구독 서비스가 아닙니다.
2019년 8월 술을읽다 베타 서비스 론칭 후 주류 시장의 다양한 트렌드를 톺아보며 전통주 시장에서 최초만을 이어왔던 우리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무엇'을 팔 것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음주 문화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섬세하게 추적했습니다.
"파편화된 시장에서 우리는 어떤 고객과 팬덤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 "소규모 생산자-고객-술펀 사이에 어떻게 모두가 상생하는 이해관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술펀팀은
술은 대화다
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혼술은 나와의 대화, 2명이 마시는 술은 주고 받는 대화, 떠들석한 술자리는 함께 나누는 대화가 아닐까요.
코로나 시대의 혼술홈술은 사람들에게 어떤 갈증을 느끼게 할 것인가?
우리는 그들과 어떻게 만나지 않고 대화 할 수 있을까?
우리 회사에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한 똑진(똑소리나서 붙은 애칭, 20대 초반)이가 기획 회의 시간에 가져온 노션 문구의 일부입니다.
STORY TELLING
옛날옛적, 어린 시절의 우린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내 삶이 한 편의 이야기일 것만 같았죠.
그러나 세상을 살다보니,
어느 새,
나는 무수히 많은 하루를
그저 살아내기 바쁜 어른이 되었습니다.
내가 주인공이었는지, 내 삶이 이야기였는지는
잊혀진 채 오늘도 나는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런 당신에게,
우리는 내가 하루 중 온전한 주인공이 되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어른의 특권인 '술'과 함께요.
지친 하루 ‘내 영혼을 위한 시간’으로,
봄 소풍 가고 싶은날 ‘집에서 즐겨보는 봄분위기’로,
당신이 꿈꿨던,
당신이 바랐던,
이야기 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똑진이의 기획안을 읽으며 20대 후반 언니들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양, 감탄을 금치 못했죠. 눙물 쫌 딲꼬;;; 그래서 우리는 지친 우리에게, 불안한 친구들에게, 코로나로 우울한 세상에 술이 아닌 위로받는 시간, 멋진 시간을 선사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인생의 꽤 긴 시간동안 자타공인-_-말술러였습니다.
인생에 주량의 총량이 있다면 애저녁에 제게 주어진 총량을 다 써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적당히 1잔 정도만 만시거나 테이스팅을 위해 맛만 봅니다. 가끔 좋은 사람들과 함께일 땐 과음을 할 때가 있지만 1~2달에 한번 꼴입니다. 특히 코로나로 술자리가 줄어들고 집에서 마시거나 사무실에서 마시는 횟수가 늘수록 술을 적당히 마시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말술러인 다른 팀원 부터 술알못, 술쓰인 팀원들도 다들 비슷했습니다. 적당히 취향에 맞는 술을 한두잔씩 마시거나 과음을 하더라도 4명 이상 집합금지라서인지 과거의 반 정도 수준에서 이미 취기는 비슷하게 올라있는 경험이 빈번했습니다. 특히 소비자 조사를 하며 생각보다 기쁠 때나 행복할 때 보다 "고단하고 피곤할 때" 술을 많이 찾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과음 하지 않고 적당히,
내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순 없을까요?
시즌 1에서의 소비자 조사 결과, 술만 받은 달에는 고객의 상당수가 바로 술을 마시지 않고 심지어 그 다음 구독 술이 갈 때까지 냉장고에 넣어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일까요? FGI를 할 수 없어서 전화와 1:1만남으로 다양하게 구독자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술 문화는 반주 문화가 대세라 술만 놓고 먹는 분들 보다 좋은 음식,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분들이 많았고 그렇다면 박스를 열자마자 안 먹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 만족도도 자연스레 올라간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코로나로 어차피 오픈하기 힘들었던 술다방 프로덕트를 전면 개편하여 즉석제조 허가를 받아 메뉴 연구에 돌입했습니다.
#술테라피 #음주테라피
01.
우리의 고객을 더 세분화하고 가격대는 29800으로 이전 가격보다 낮추어 고객 부담을 줄였습니다. 대신 소주를 좋아하는 분들(저같은 사람)을 위해 증류주 라인을 추가하여 취향 맞춤형 구독 상품으로 업그레이드 하였습니다.
02.
다음 목표는 AI 추천 서비스입니다. 인공지능이 전부 해결해 주는 시대에 술과 음식이라고 못할 게 뭐가 있습니까? 인공지능 소믈리에가 외국에서 먼저 나올 겁니다.
랜딩페이지에 우주최초, 지구인 같은 언어가 나옵니다. 저를 아는 분들은 이미 익숙하시죠?
어차피 우린 돌+I들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칠 거면 확실히 미치자? 컨셉이 시즌 2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당신을 위해 술을 읽어주는 시간!
처음 제가 이 기획안을 텐스트로 가져왔을 때 팀원들이 이상하다고(대표라 험한 말은 못 하고...)갸웃갸웃 했는데 "일단 한번만 해보자 얘들아"하고는 마치 요가나 명상 가이드를 하듯이 회의실에 모여 1인만 있다 상상하고 음악도 배경소리도 없이 목소리 가이드로 술 마시는 체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전원 외쳤죠!
"이거 미쳤어요 띠용 @@ 완전 맘에 들어요!!! 이걸로 가용~~~~~~"
저 빼고 전부 20대입니다 :)
03.
지독했던 2020 코로나를 보내고 봄이라는 계절이 지나가는 동안 위로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어요.
우리 모두 힘들었잖아요?
목소리 가이드는 어설픈 저와 술펀팀원들 대신, 정말 힐링이 되고 따스한 분들이 읽어드릴 거예요.
제가 평소 너무 존경하고 좋아하던 분들과 함께하기로 했어요.
아름다운 분들의 목소리와 술 한잔, 정성스런 음식이 당신의 마음에 편안한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준비했습니다.
3월에는 KBS 공채 성우 출신 정의진 성우와 함께 합니다. 성우, 방송인들이 너무 힘든 한해였어요. 목소리 만큼 외모도 인품도 훌륭하신 정의진 성우님,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려요. 그 누구보다 예의바르고 엔터테이닝하셔요.
4월에는 JTBC 런온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서재희 배우와 함께 합니다. 곧 '알고 있지만'이랑 '공작도시'라는 새로운 드라마를 준비 중이라니 응원해 주시고 많은 시청 부탁드려요!
5월에는 뮤지션 XXX과 함께 합니다.
(5월에는 6~8시즌 페스티벌과 함께 하게 되어 티져로 남겨 둡니다 :)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도대체 끝은 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린 계속 살아야 하잖아요? 그것도 행복하고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