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 FAQ 정리
연휴동안 클럽하우스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보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전통주를 궁금해 하면서도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 하는 것 같아 연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회의를 소집하여 지난 주 수요일(2/17) 밤 10시 클럽하우스를 오픈했다.
약 90분 남짓 동안 100여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했고 피크 때는 50 이상 넘겼던 것 같다. 동시간대 셀럽도 없이 이 열악한 단어 '전통주'를 걸고 진행한 것 치고는 약 1시간 동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들어와서 인사해 주셨다. 사실 긴가민가 오픈해 본 방인데 기존에 우리 회사를 알고 응원하던 분들도 많이 와 주셔서 내부에선 정기적으로 열자는 의견이 있어 일단 다음 스케줄은 2/23 화요일 밤 10시로 정해 보았다.
다음은 질문 전체는 아니지만 몇가지 핵심 질문이 있어 정리해 보았다.
물론 온라인 배송이 안 되는 것 보다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실상은 조금 다르다.
2020년 9월에 농림부에서 나온 가장 최신 자료다. 왼쪽은 전통주 온라인 구매인지도, 오른쪽은 구매의향을 나타낸다. 2017년 7월 전통주 오픈마켓 판매 규제가 풀리고 인지도는 3년 연속 상승했으나 의향은 떨어지는 결과를 보인다. 클하에서는 이 표를 말로 간단히 설명했다.
왜일까?
막상 소비자들의 구매 경험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 3가지 측면에서 온라인에서 구매를 했던 고객들이 불만을 느끼기 때문이다.
가성비가 후지다.
- 막상 시켜먹었더니 그냥 동네 마트 와인이 낫더라. 온라인에서 이 고생하며 또 시켜먹고 싶진 않더라.
배송이 느리다.
- 로켓 배송, 새벽 배송 시대에 3일, 1주일이 웬 말?
재고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 으아니 품절이면 품절 처리를 해야지, 주문하고 한참 안 오길래 확인했더니 품절이라고라?
로켓 배송 시대에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온라인 구매 경험 아닌가?
온라인으로 잘 나가는 곳들이 분명 있다. 최근 늘어나는 젊은 양조인들, 처음부터 마케팅과 브랜딩에 일정 금액 이상을 소비했던 곳들은 잘 하고 있다. 하지만 시골의 오래된 양조장들은 오히려 지금 멘붕이다. 외식업 경기가 최악이라 일정 금액을 깔아주는 지역 막걸리 매출이 감소했고 마케팅에 전문 인력과 일정 비용이 필요한데 이러한 전략을 짤 여력도 비용도 마인드도 없다.
사실 "전통주"라는 말 자체에 어폐가 있다. 전통주라는 법적 카테고리 안에는 탁주, 약주, 일반증류주, 소주, 리큐르 등 10여 종의 주종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발효를 기반으로 하는 양조주와 증류를 기반으로 하는 소주류의 관능을 같은 척도로 평가할 수 없다.
발효한 술은 커피처럼 단맛, 신맛 등을 중심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증류주는 다르다. 그리고 단발효 방식의 과실주와 병행복발효 방식의 쌀로 빚은 술은 그 복잡도에 반해 상업 양조의 역사가 짧아 아직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 특히 위스키, 브랜디, 고량주와 같이 소주 등의 증류주는 향이 70% 이상 맛을 결정하는데 아로마 연구가 아직 초기 걸음마 수준이다.
전통주라는 카테고리 보다는 양조주와 증류주, 그 안에서도 탁주와 약주같이 탁하냐, 맑냐에서도 일단 제품 특성이 너무도 달라질 것 같다. 와인은 과실주 한 주종인데도 넘나 다양한 관능 평가 방법이 있다. 전통주라는 카테고리 이전에 주종별 관능 평가 방식이 향후 발전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측면으로 신경쓴 제품들이 나온다는 걸 반긴다. 2014년 창업 당시에는 팔고 싶어도 팔 수 있는 술이 없었다. 그래서 창업 후 3년은 제품 기획과 브랜딩을 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들였다. 특히 술펀이 2014년 진행한 최행숙전통주가의 브랜딩이 세계적으로 히트치며 전통주 업계에서 같은 종류의 병과 디자인 업그레이드가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 사실 맛도 좋고 보기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여 가성비가 좋은 제품들이 쏟아지면 참 좋겠지만 아직은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라 지금과 같은 다양한 시도는 향후 더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여기까지가 클럽하우스에서 말한 내용을 요약한 거고, 아래는 글을 정리하며 덧붙인 한 마디.
홀로선도했던 외로운 시장에 작년부터 경쟁자가 다수 나타났고 그들이 아직은 죽지 않고 생존하여(2016~2018년에는 무수히 생겼다가 망한 걸 이미 경험했음) 이제는 우리도 선의의 경쟁이란 걸 할 수 있는 시장이 갖추어졌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펀펀하게 이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