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가난하다지만 빠른 성장으로 조기 은퇴 쌉가능
마케팅 수업을 들은 자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름 필립 코틀러.
밀레니엄까지만 해도 마케팅 2.0의 시대였는데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3.0의 시대가 되었고 벌써 4.0이다. 2.0의 시대가 반 세기 이상을 이끌어 온 걸 생각하면 다음 버전으로 넘어가는 주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짧아졌다.
아마 2020년대 초중반엔 5.0의 시대가 될 것 같은데 불과 20년만에 마케팅이란 것 자체가 너무 빨리 변해서 이제는 오래되고 늙은 마케팅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점점 줄어들고 오히려 지식과 정보는 전혀 없어도 빨리 실전에 써 먹고 성과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스스로 성장하는 사람만이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없어도 빨리 윗세대를 앞지를 수 있는 시대고 어릴 때부터 디지털화 된 지금 세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대기업의 연공서열과 위계질서를 지키는 문화는 지금처럼 빨리 변하는 사회에서 무척 위험하다.
MZ 세대는 10년 안에 과거의 세대가 20년간 이룬 것을 2배속 이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여러 장치와 툴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본인의 야망과 욕구만 구비되어 있다면 충분히 성과를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마케팅 영역에 있어서는 일정 기간, 실제 클라이언트나 프로덕트를 다뤄 본 경험 자체는 중요하겠지만 무조건 오래 일해 봤다고 해서 성과가 나는 시대는 일찌감치 지났다.
얼마 전에 줌으로 온라인 채용박람회를 진행하는데 질문이 좀 뜸해져서 역으로 "어떤 회사를 좋은 회사로 생각하냐고 내 쪽에서 질문했더니 "직급에 상관없이 인정받는 회사"라고 하더라. 대기업 입사하자마자 퇴사하는 이유를 알 만 하지 않은가?
누군가는 입사한지 5년 만에 임원급이 되고 누군가는 5년이 지나도 여전히 애널리스트 레벨이라면 후자의 사람이 조직에 남아있을 수 있을까? 악착같이 하나라도 더 배워서 써 먹으려는 사람과 회사에서 돈, 시간 다 제공해 준다고 해도 안 배우려는 사람이 같을 수 있는가?
구조적이고 외부적인 요인과 별개로 자신의 개인브랜딩을 만들고자 일하는 사람과 노예근성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몇년이 지났을 때 다른 위치에 있는 결과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동일하다는 전제하에서 입사하자마자 성과를 내고 지표를 상승시키는 사람과 그 반대의 사람 사이에 동등한 보상이 주어지는 게 당연한가?
대기업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야생의 스타트업 바닥에 오면 이런 점을 가장 이해 못 하는 것 같다. 코로나로 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탄탄한 고전적 대기업들도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외부에 조용히 대규모 인력감원을 실시하고 있는 곳들이 많은데 의사결정자들이 고인 물인데 밑에서 아무리 물갈이 한다고 크게 바뀔까 싶다.
남말할 때가 아니라 나야말로 더더욱 빠르고 젊고 린하게 회사 구조를 만들어야겠다. 아무리 겪어봐도 어디까지가 회사가 제공할 수 있는 교육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개인 상식의 영역인지는 매번 헷갈리지만 뭐, 영원히 헷갈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