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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Jul 13. 2021

40대, 20대 연습장 다시 쓰기

불안한 40대에게


1. 시간의 신, 토성

영어로 Saturn이라 쓰고 우리말로 토성이라 읽는 7행성 중 가장 바깥에 있는 별, 크로노스는 제우스의 아버지인 티탄 중 하나이면서 시간의 신과 거의 동음이다. 그리스신화의 Cronos는 제우스의 아버지로 토성을 다스린다. Chronos라는 시간의 신과 동음이며 실제로도 고대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중이다. 천해명이 발견되기 전 토성은 태양계의 가장 바깥쪽 행성이었고 인간의 모든 문제와 한계와 행복은 바로 '시간'의 유한성에서 부터 생겨난다. 죽음이 없다면 인간에게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2. Mortal vs Immortal

내게 육임을 사사해 주신 사부님은  "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mortal vs immortal이라 답했다. 그렇다면 의식 체계를 업로드 해서라도 불멸의 삶을 추구하는 현재의 인간은 신에 도전하는 것이고 최근 인공지능과 기술의 발달의 디스토피아적 측면을 바벨탑에 종종 비유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일 것이다.



3. Saturn Return

사람은 서른 즈음에 토성 회귀(Saturn Return)을 맞이한다. 인간은 스무살이라는 공식적 성년 이후 10여년 간 울타리와 보호를 떠나 홀로서는 연습을 한다. 토성의 공전주기는 29.5년이고 인간이 서른 즈음이 되면 내가 태어난 순간의 토성이 있던 자리에 토성이 태양을 360도 한 바퀴 돌아 다시 그 자리로 오는 순간인 '토성 회귀'를 맞닥뜨린다.  오죽하면 100년 전 지구 반대편에서 잉게보르크 바하만은 '삼십세'를 썼고 기원 전 공자는 이립을 주창했을까.



4. End of the 20's

그래서 누구에게나 20대 후반의 시간은 불안하고 어떤 변화의 시기들을 겪게 되며 크고 작은 여러 변곡점의 사건들을 겪게 된다. 날깡패 같은 인간이 개과천선을 하기도 하고 결혼이나 출산을 하기도 하고, 개인만이 알 수 있는 의미있는 지인의 죽음이나 여러 갈등을 겪게 된다. 사회 생활, 경력 개발 단계에서도 이 시간은 신입에서 주니어로,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가기 전 단계의 바쁘고 일 많고 종종 밤을 새기도 해야 하는 갈등과 성장의 시간이다. 사건의 대소와 형태, 타입과 양상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기에 하나로 정의할 순 없지만 대체로 부서지고 깨지면서 고통 속에 자아를 찾아가게 된다. 그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잘 모른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모호하기만 하다.



5. 고통과 행복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성장은 고통을 수반하지, 행복을 수반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 행복은 고통의 뒷면이고 기쁨은 눈물을 수반한다. 출산은 고통이지만 아이는 기쁨이고, 결혼은 행복이지만 결혼 생활은 그 반대다. 로또는 행운이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삶은 불운인 경우가 대다수이며 창업의 순간은 성취같지만 이후의 성공은 가시밭길이다.



6. Uranus, the Transformation

천왕성은 윌리엄 허셜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으며 이 시기는 18세기 후반 미국의 독립전쟁과 프랑스 혁명의 시기였다. 태양계의 끝인 줄 알았던 토성, 시간의 신을 건너 우리가 더 바깥에 존재하는 천왕성을 맞닥뜨렸을 때 세계는 기존 체계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미합중국이라는 거대한 자본주의와 시장주의 결정체인 새로운 국가가 탄생하고 평민들은 왕의 목을 단두대에서 내리쳤다. 



8. 84년, 천왕성 공전주기이자 선진국 인간들의 평균 수명

천왕성은 84년이 지나야 12사인 360도를 돌아 내가 태어났던 별자리 도수로 다시 돌아온다. 40년 정도가 지나면 내가 태어날 때 있던 자리의 반대편 사인으로 오게 된다. 이 시기는 요즘 유행하는 MBTI에서 부기능, 열등기능을 발달시키는 시기이기도 하다.



9. 40대, 천왕성 반주기

그래서 사람은 40대에 들어서면서 내가 타인을 톺아보게 된다. 토성 리턴을 후두려 맞고 나를 찾기 시작했다면 그 일련의 과정을 거친 이후 부터는 나를 넘어 타인의 삶을 반추하기 시작한다. 인간에게는 개인마다 아주 오랜, 기억조차 하지 못할 시기로부터 흘러온 "습"이라는 게 있는데 산스크리트어의 삼스카라(Samskara), 달의 상징, 내가 벗어날 수 없는 어떤 오랜 무의식적 반응이 있다. 어떤 상황, 사람, 사건에 맞닥뜨렸을 때 마도 모르게 찾아오는 한기, 불안, 기쁨, 틱 부터 말과 버릇까지 다양한 것들.



10. 삼스카라 알아차리기

너무도 오랜 시간 습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혼자서는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 또한 상술한 바와 같이 습은 의식적 작용이 아닌 무의식적 '자동' 반응이다. 습을 벗어나기 위해, 아니 벗어나는 시늉이라도 하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내가 가장 어색해하고 마주하기 싫었던 타입들과 마주해야 한다.



11. 반추의 시간

공교롭게도 나를 찾기 위해 헤매이던 20대 후반에서 부터의 10여 년 보다 40 이후의 시간동안 우리는 타인를 통해 나를 반추하게 된다. 자아를 찾기 위해 거울처럼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보냈다면 타인의 거울 속에 내 모습을 비추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단순히 SNS에서 보는 타인의 행복을 나와 비교하는 차원이 아닌 내 주변의 사람들, 가장 가까운 타인들, 내가 젊어서, 혹은 어려서 겪은 사람들과 함께 나이먹고 늙어가면서 일종의 종단 연구 결과와 같은 자신 안에 축척된 빅데이터들을 분석해 보게 된다.



12. 타인의 거울에 나를 비춰보기

30대에 극복을 추구했다면 40대엔 한계를 발견한다. 혈기왕성한 시절에 '안 되면 어떻게든 되게 해야지'가 가능했다면 40대 부터는 내가 비슷했다고 믿어왔던 나의 초등학교 친구들, 대학 친구들, 젊은 시절 직장동료들과 많이 다른 삶을 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결혼을 하면 한 대로, 안 했으면 안 한대로, 그땐 같이 울고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각자의 영역을 이루고 각자의 삶을 살고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게다가 그 사이 이해관계없이 친하기만 했던 관계 보다 비즈니스로, 직장에서, 사회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이 내 옆을 채우고 있다. 나를 중심으로, 또 각각의 다른 개인을 중심으로 각자의 우주가, 그 경계가 모호하던 20대를 지나 훨씬 뚜렷해져 있다. 각도기를 대고 삼각형을 그릴 때 처음 1cm는 1도만 벌어져도 차이가 안 났던 것이 30cm를 더 그리고 나면 붙을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 있다.




(이게 먼 개소리야...)




13. 40대, 두번째 20대 

나는 개인적으로 20년씩 잘라서 하나의 주기를 바라보는데 10대운을 보는 동양철학이든 12대운을 보는 서양철학이든 60에서 최소공배수로 만난다. 사람이 40대가 되면 20대를 다시 한번 살게 되는 것이다. 젊은 시절을 함께 했던 누군가가 죽고, 헤어졌던 첫사랑을 다시 만나기도 하고 멋 모르고 시작했던 신입사원 시절처럼 관리자로 새로운 커리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14. 마흔, 두번째 스무살

얼마 전에 영화 유튜버가 소개해 준 어떤 영화에서 '두번째 스무살'이란 표현을 봤는데 어쩜 그리 찰떡인지. 40대가 되어 흰머리도 나고 허리춤에 군살도 늘어가고 밤 샐 체력도 예전같이 않고 타고난 주량 총량도 거의 소모했지만, 20대의 무모한 도전 보다 좀 더 경험있고 연륜있는 우아한 모습으로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그 기회는 태양계 지구별 안에 태어난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다. 부디 나의 페친님들이 그 기회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15. 당신의 우아한 40대를 위하여

천왕성이 180도를 지나 남은 180도를 돌아 다시 그 자리에 오기까지, 최근 인간의 평균 수명과 비슷해진 천왕성 공전주기 84년 중에 40대인 당신은 이제 겨우 반을 살았고 두번째 20~40살을 40~60살에 살 수 있는 좀 더 우아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벽걸이 시계처럼 시계 바늘이 원의 반을 돌아 다시 역으로 반을 돌아가는 


 

16. 불안할 땐 당신의 20대를 떠올려 보자

40대인 당신은 20대의 젊음도 만끽했고 30대엔 자아도 탐구했고 이제 타인을 통해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나갈 것이다. 불안하다면 더 불안했던 당신의 20대를 떠 올려 보자. 놀랍게도 거울처럼 닮아있을 것이다. 데칼코마니처럼 같은 모양, 다른 반향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때의 선택이 어땠는지, 20년을 지난 지금의 나라면 어떻게 선택하는 게 미숙했던 나의 선택을 상쇄할 것인지 그때를 상기해 보자.



17. 현타의 순간

처음 이 글을 읽고 "뭔 말이지?" 했던 사람들, 시간이 지나고 두번읽고 세번째 읽으면 무릎을 탁! 치며 아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나는 오늘 저와 인연이 된 분들에게 지구의 비밀 하나를 또 알려드렸습니다. 
저와 함께, 이곳에 사는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지구의 시간을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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