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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Aug 17. 2021

미라클 모닝 vs 아침형 인간

아침이면 어떠하고 저녁이면 어떠하리



아침형인간은 일본의사가 1993년에 일본에서 출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히트를 쳤다. 그땐 내가 대학생인 시절이라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나는 1학년 1학기 때는 휴학까지 하고 대학생이 된 자유를 만끽하다가 2학년 부터 갑자기 대외 활동을 중단하고 도서관에서만 살았던 극단적인 생활을 했다. 아침형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도서관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나왔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사람들 많은 곳을 싫어해서 사람들 별로 없을 때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걸 좋아했다.


미라클모닝이란 말은 솔직히 올해 처음 들었다. 그런데 검색해 보니 벌써 2016년에 나온 책이고 우리 회사 00년생 인턴이 내 기상 시간과 아침 일과를 듣더니 "대표님도 미라클모닝하세요?" 하길래 "잉? 그게 뭐야?"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알람없는 생활을 한지8년이 넘었고 1년에 1~2번 정도 새벽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사살용 알람을 맞춘다. 실제로 그걸 듣고 일어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늙으면 아침잠 없어진다고 하더니 나도 나이들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한다. 알람없이 살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한 건 거의 없고 금주나 절주 정도인데 술을 과하게 마시면 숙면이 힘들어서 푹 자기 보다는 오히려 자주 깬다. 


난 원래 자기계발서는 안 읽기 때문에 미라클모닝이랑 아침형인간 둘 다 읽지 않았지만 워낙 미디어부터 주변에서 많이 떠돌았던 말이고 기사라 대충은 뭔지 안다. 두개 차이점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데 서평을 뒤져보니 일단 미라클모닝은 저자가 전형적인 영성치유사(?)의 길을 걸었다. 큰 사고 이후의 기적 같은 것. 즉, 저자에게는 자신의 시련을 극복해야 할 확고한 이유와 의지,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무작정 따라하기를 무조건 권고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해 보고 판단하는 것은 권장할 수 있지만.


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오전 시간 보다 밤에 집중이 떨어지기 때문이고 월-수는 7시에 저녁 요가를 해야 하는데 그럼 업무시간이 줄어드니 아침부터 할 수 밖에 없으며, 원래 성향이 남이 뭐라 하는 걸 싫어하고 독립적이라 알람이 날 깨우는 게 기분 나쁘고 아침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3년 전에 발목 인대가 늘어난 이후로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할 수 없고 호흡 중심의 하타 요가가 나의 유일한 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운동 루틴은 어렸을 때부터 항상 저녁이었다. 수영이건, 댄스건, 달리기건 아침 운동이 나랑은 맞지 않다. 아침에 운동하고 나면 이후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깨끗하게 씻고 자야 한다.


미라클모닝은 루틴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는 자가 주거 취득에서 취업까지 성인들이 성취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경제는 어려워지고 세상은 각박해지면서 생활 속 작은 습관을 지키는 것으로 작은 성취를 만들어가기 위함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본인에게 맞지 않다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바이오리듬과 타고난 체질에 따라 저녁과 새벽 시간에 말똥말똥하고 아침 시간의 새벽 공기 대신 한밤중의 밤공기에 더욱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아침형인간이 히트를 칠 때도 '저녁형인간'이란 반의어와 밈이 함께 유행했다. 미라클모닝 유행이 흐릿해질 때 쯤 되면 "새벽 루틴, 모두가 잠든 새벽 3시 당신의 심장/감성이 깨어난다"이런 책이 나오지 않을까?


미라클을 불러오는 건 아침이 아니라 자기자신을 아는 것, 항상 맑은 영혼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에 함몰되는 것, 자의식과잉이 높은 자존감과 너무 많이 혼동되고 헷갈리고 있다.



 나를 사랑하는 것



이 이기주의와 타인의존에 오히려 가까운 개념이 되고 있다는 게 최근 영성자기계발서들의 가장 큰 문제다. 국가 공무원이 되었으면 세금에 정직하고 예술을 한다면 자아표출에 순수하고, 조직에 들어갔면 회사의 비전에 자신을 일치시키는 게 높은 자존감이다. 그런 게 싫으면 그냥 혼자 산속에 들어가서 자연과 함께 도를 닦는 것이 좋다. 내가 택한 삶, 나의 현재에 충실한 것, 진짜 자기자신을 안다는 건 공자의 지천명, 예수의 사랑에 오히려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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