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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Apr 22. 2022

사업계획서는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에 기승전결이 있는 것처럼 하나의 법인격이 살아갈 일생을 그려 나가는 사업계획이야말로 스토리텔링이 핵심이다.


기: 어쩌다 시작했나?

승: 시장의 전개

전: 비즈니스 모델 

결: 그래서 뭐?


분석을 제대로 했다면 시각화는 필수다.


PC통신 시절에 유행하던 천리안, 하이텔에서 히트친 연재소설을 기억하는가? 시퍼런 화면에 매번 다음 편으로 이어진다던 연애소설이 무에 그리 재미나던지. 김재연이던가, 하이텔의 에고이스떼 향수를 컨셉으로 한 중2병스런 소설이 가끔 생각난다. 


요즘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유행하는 연재소설은 전부 그래픽노블 스타일이고 매력적인 남녀 주인공들이 그려진 일러스트가 핵심이더라. 그 옛날 PC통신 시대와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비주얼 아닌가 한다. 


그렇다고 사업계획서에 들어갈 이미지와 도표가 화려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물론 한글이나 파포에 기본으로 깔리는 푸르딩딩한 색을 그대로 놔두는 건 성의의 문제이긴 하지만. 미끼를 던졌으니 떡밥을 회수해야 한다. 제목/아이템으로 시선을 끌고 시각화한 자료에서 낚아채야 한다. 


"에듀테크 앱을 만들겠다."


그러면 기본적으로 어쩌다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앱의 컨셉은 무엇이고 수요자나 공급자는 누구인지, 얼마나 절실하게 이 서비스가 필요한지, 그러므로 이러한 절박함을 이용해서 우린 어떻게 돈을 벌겠다, 서비스를 팔겠다, 는 스토리를 전개해야 하고 쉼표가 찍힌 곳마다 1~2개씩 시각화 된 분석 자료를 삽입하여야 한다.


이렇게 돈을 벌었을 때 사회가, 시장이, 우리가,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득이 뭐고 영향력을 무엇이고, 다음 스텝으로 기대할 수 있는 건 뭐다는 걸 마지막에 제시해 주는 게 사업계획의 통상적인 흐름이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넘나 당연하고 다들 그렇게 쓰는 것 같잖아?


그런데...


막상 사업계획서를 가져오면 이 쉼표 사이에 연결고리가 하나도 없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case 1.


*어쩌다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 해커톤 하면서 보니 필요할 것 같더라


*앱의 컨셉은 무엇이고


-> 영어 토익 교육을 하겠다


*공급자는 누구인지


->교육 콘텐츠 제작자/강사들


*수요자는 누구인지


-> 공립학교=공공기관


"그럼 대표님네 회사는 뭐해요?"





case 2.


*어쩌다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XX 교육 듣다 보니 필요할 것 같더라


<- 어디서요?


정부기관 BBB, CCC요.


<- 정부기관에서 얼마주고 산대요? 지불용이가 있나요?


(......) 용역이나 제안서... 입찰...


<- 그거 대학이나 연구소에 주지 않을까요?


저희가 제휴를 하면...


<- 대표님네랑 제휴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석박사들 쥐어짜면 되지.


"엄청 열심히 만들었다 쳐요. 다 만들고 나면 누가 사요?"



내 타임라인에 정부지원사업이나 VC 사업계획서 심사하는 분들 많을 텐데 나 포함  솔직히 심사위원 100이면 100 사업계획서 전부 안 읽어본다. 성의가 없어서가 아니다.


1. 첫 장에서 전부 결판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서식에서 요약이 제일 앞에 괜히 들어가 있는 게 아니다. 오죽하면 논문도 Abstract만 읽어보면 유료결제 할지 안 할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첫 장이 매력적이지 못 하면 뒷 페이지로 넘기지 않는다. 


2. 첫장을 넘긴 후에는 도표와 이미지 중심으로 본다.


텍스트를 한글 1페이지 아무리 잘 써도 1장의 시각화 자료 못 따라간다. 심사위원들은 당신만큼 그 시장을 이해하고픈 동기와 욕망이 없다. 당신의 생각을 하나의 자료로 요약해서 임팩트를 주지 못 하면 예산 페이지까지 넘기지도 않는다.


3. 스토리텔링을 본다.


물론 1, 2를 통과해야 3으로 도달가능하다. 드라마 다음 편이 궁금하듯 "오 이 얘네들 머야? 궁금한데? 만나보고 싶다."


그래야 서류에 합격한다.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거 뭐 좀 될 거 같은데? 돈 좀 줘 볼까?" 그래야 면접과 발표심사에서 합격한다.


최근에 초창패 예창패 시즌이라 찾아오는 분들 마다 않고 시간만 맞으면 조금씩 다 봐드렸는데(서류 불합격했다 해서 봐 드린 팀만 3팀 , 제출 전 혹은 서류붙고 발표 준비하는 팀 3~4팀 정도) 사업은 안 되는 이유가 하나(자금고갈)고 잘 되는 이유는 수만가지라면 정부지원사업이나 컴피티션은 붙는 공식은 하나고 불합격 이유는 수만가지다. 


졸립기도 하고 좀 두서없이 쓰긴 했는데 case는 무궁무진 하지만 대체로 플랫폼이냐, 앱이냐, 콘텐츠냐 등 비즈니스의 본질을 이해 못 하는 분들이 제일 많고(합격한 분들 조차), 시장이 원하는 거랑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구분 못 하는 분들이 비등비등하게 많다.


요즘 500만원선에 IR덱이나 사업계획서 만들어 주는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인 XXXXX란 곳도 있더군. 농담조로 나중에 잘 되면 컨설팅비 다 갚으라 하지만 막상 지금은 기프티콘도 죄송해서 못 받겠다. 아이들 치킨이나 사 주라고 선물 승낙 안 하고 있다. 내가 따로 인맥관리도 잘 안 하는 금주은둔형CEO인데 그래도 이렇게 살아서 사람이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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