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결말(?)로 막을 내렸으니 9월에 페북에 친공으로 쓴 글 공개로 올려본다*
공항에 있으면 정신이 너무 산만해서 똥글아니면 쓰기가 힘들지만 요즘 <흑백요리사>라는 게 내 타임라인의 주요이슈인데다 쓰레드에도 엄청 많이 뜨길래 어쩔 수 없이 내눈에 많이 보였다.
그 중 젤 이슈되는 게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수익성인데 주요 팩트와 의견만 놓고 보면
1. 마진율, 수익성이 박하다.
2. 물장사=와인 장사가 안 된다.
3. 자본의 힘이 필요하기에 투자자가 붙는데 쉐프랑 의견 안 맞으면 레스토랑도 폐업하게 된다.
먼저 수익성이 박한 부분, 사실 2번은 1번의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하고 3번은 1번과 상관관계가 있지.
이미 유럽의 미슐랭들이 사람 문제로 힘들어 하는 건 오래된 얘기다. 미슐랭 본국 프랑스에 재패니즈, 일식 스타일의 미슐랭들이 대거 늘어난 이유도 전부 인건비에 MZ들의 워라밸 때문이다. 이제 도제 스타일로 굴러가는 예전의 조폭 혹은 장인 스타일의 주방 운영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시급과 노동법 문제 뿐만 아니라 젊은 친구들이 더 이상 장시간 근로와 쉪들의 전유물인 폭언을 견디지 못 한다. 그나마 이걸 견뎌낸 게 아시아 국가들인 8090 일본인과 2000년 대 이후의 한국인들이다.
재패니즈 스타일 미슐랭이 최고점을 찍고 있는 요즘, 다음 웨이브는 한국이 될 거라 내가 몇년 전 부터 예측했다.
최근 우리 회사에 전통주와 미슐랭 전커플(이젠 아니니까) 업장에서 일했던 매니저급 직원들이 일했었는데…할많하않. L씨는 귀에다 대고 끝없이 쌍욕을 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어느 날 갑자기 도망쳤다고 한다. 차라리 맞는 게 나았을 거 같다며.
근데 내가 뭐하고 했게?
“쌍욕 갖고 뭘 그래? 주방에서 일하면 쪼인트 까이는 거 기본 아냐? 쉐프랑 일하면서 싸대기 안 맞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라.”
선진국의 아이들은 곱게 자랐다. 우리나라는 교육열 땜에 더하다. 주방이나 업장에서 욕 듣고 맞는 걸 거부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초과 시간 근무 마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리, 특히 미슐랭 같은 고급 요리는 완전히 장인과 아트의 영역이다.
그래서 유러피언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프렌치 미슐랭에 먼저 일본인, 그 다음 한국인들이 점점 자리잡기 시작했고 일본 출신 쉐프들이 현재 유럽 미슐랭 1-2스타를 장악하고 있다. 다음은 한국인이 될 것이고 이미 미국과 호주에는 이름난 코리안들이 미식 사업에서 이름을 드높이고 있지.
그럼 다음은? 인도 동남아 아프리카가 장악하는 것도 20년이 채 안 걸릴 것이다.
헤드쉐프가 르꼬르동블루나 CIA 출신이면 서열대로 홀과 주방, 소믈리에까지 못 해도 한국에서도 한국조리고등학교 에 경희대 세종대 정도는 나온 인력들이다. 10명이 일한다 치면 월 평균 인건비는 쉐프 급여 포함 최소 5천만 원은 잡아야 한다. 30명이면 1억이 훌쩍 넘어간다. 도산대로 임대료는 또 얼만가? 월 5억을 찍었던 정식당 수익률도 좋을 수가 없다.
얼마 전 글에도 썼지만 와인 시장은 점점 줄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매우 할말도 많고 예측 데이터도 많지만 일단 전반적으로 알콜 소비 자체가 감소하는 중이다.
https://www.wine21.com/11_news/news_view.html?Idx=19620
와인 시장 역시 중가 시장이 사라지고 저가 혹은 고가로 쪼개지면서 쌍빠뉴(접니다 빠돌이) 포함 부르고뉴의 한정판 럭셔리 와인들이 판을 치면서 5대 샤또와 나파 중심 레스토랑 식음가 20-50만원 대 와인들의 미슐랭 포지셔닝이 매우 어중삥삥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미슐랭에서 30만원 짜리 디너하면서 어떻게 와인까지 30만원 주고 시키냐고요. 2명이면 100만원, 3명이서 2병만 먹어도 200만원인데 대한민국에 이 정도 소비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소비층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저만 해도 남자한테 명품도 안 받는 인간인데 무슨 100만원 짜리 밥을 얻어 먹겠습니까)
최근 코리안 프렌치라던지 컨템포러리 쓰타일에는 전통주 페어링도 많이들 하는데 와인도 안 팔리는 나라에서 아이고 말을 말자. 전통주 가격이랑 마진이야 제가 누구보다 잘 알지요. 게다가 양조장 사장들 개념이 미슐랭 어디서 써 준다 하면 콘텐츠랑 홍보 효과가 얼만데, 한박스씩 서비스 턱턱 보내고 해야할텐데 소상공인들이 그런게 어딨겠음? 이것도 할많하않. (난 아는 게 너무 많아서 한국에서 더이상 사업을 못 한다)
최근에 서현민 쉐프의 랑쁘라씨옹(임프레션이라 부르지만 저는 불빠니까) 투자자 겸 기획자랑 미팅했는데 그분이 바로 와인수입사 및 유통사 대표이기도 하다. 랑쁘라씨옹은 서쉪을 1대로, 2대를 윤태균 쉪으로 하여 현재도 미슐랭을 유지는 하고 있다고 한다.
몇년 전, 서현민 쉐프는 여기 밝힐 수 없는 모식품회사 대표의 투자로 조선팰리스가 위치한 센터필드 2층 레스토랑 알렌의 대표가 되었지. 오픈 전 같이 찍은 사진이 내 페북 어딘가에도 있을 거다.
밍글스나 정식당처럼 오너 쉐프 자체 자본이 대거 들어간 경우가 아니면 ‘투자자의 수익 회수vs쉐프의 예술성과 장인정신’이 일치하기란 쉽지 않다. 갤러리의 그림처럼 어느 순간 뻥 튀겨져 잠재 수익을 창출하기란 불가능하다.
왜냐? 술과 음식은 먹고 나면 사라지니까!
정식당 밍글스가 괜히 디저트 포장이나 밀키트 연구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을 사랑한다면 식사 보다 상품을 팍팍 팔아주세요. 마진율로만 따지면 한끼 식사 보다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