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술펀도 자부담금은 꼬박꼬박 부담한다
제목을 어떻게 달아야 하나 많이 고민 중이다.
- 사업하면서 자부담금 안 내려는 사업장(체)들
- 자기 사업하면서 나랏돈 거저 먹으려는 자들
- 정부지원금 슝슝 세어 나가게 하는 양조장을 규탄한다
그런데 막상 약 3편에 걸친 글을 쓰다 보니 궁극엔 매우 자조적이고 회의적인 글이 되어 버려 이걸 이대로 발행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다음 편에 가면 결국 업체가 아닌 정부를 규탄하는 내용 뿐이니 말이다.
농촌은 항상 힘들고 어렵다고 난리지만 농업회사법인이나 영농조합법인으로 나가는 지원금은 종류도, 금액도 매우 다양하고 차고 넘친다. 심지어 농업, 농촌 쪽 대출 프로그램(상품)은 이자도 1%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이 돈들을 다 어디로 가는 걸까? 이 빌어먹을 시스템은 언제쯤이면 개선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살아 숨쉬는(?) 이 시대에 한국의 비효율적인 관료주의와 전문성 없는 공무원 제도는 어떻게 대안을 찾아내야 할까? 나, 그리고 우리 회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 자부담금 내지 않고 사업하려는 업체들에 일침을 가하고 정부 시스템을 규탄하며 현실을 드러내고파 쓴 글인데 뭔가 매우 이상한 거대담론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농촌6차산업 컨설팅을 하다 보니 정부지원금을 낀 업체들과 일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도 창업한지 만 3년이 안 된 기업이고 초창기부터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부터 시작한 회사라 정부지원금을 매년 1~2 차례 정도는 받아 왔다.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인 신직업 양성과정인 우리술 스토리텔러 주령사 역시 서울산업진흥원의 신직업 양성기관에 선정되어 일정 부분 지원을 받아 3기 부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2014년 창업 이래, 우리 회사가 받은 정부지원금을 정리해 본다.
2014년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사회적기업진흥원 2300만원 + 자부담 인건비, 부가세 약 1500만원
2015년 스마트창작터 중소기업청 2000만원 + 자부담 500만원
2016년 (예비)사회적기업 사업개발비 2000만원/전문인력지원사업 1500만원
+ 자부담 매칭 10%이상 300만원/인건비+4대보험료 1000만원
서울산업진흥원 미래형 신직업군 육성기관 선정 2300만원 + 자부담 매칭 200만원
2017년 (예비)사회적기업 사업개발비 2200만원 +자부담 20% 이상 550만원
자부담없이 100% 지원해주는 창업지원사업은 단 한 건도 없다. 우리 회사가 받은 사업들 뿐 아니라 다른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내 사업 내가 하려는데 내 돈 한푼 안 들이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윤 추구 대신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면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사회사업을 하는 쪽이 맞는 거지. 그리고 대부분의 정부 지원금이 결국 국민 세금이므로 이를 사용함에 따른 공식적인 행정절차와 서류처리가 매우 까다롭다. 매해 1~2건의 지원사업 처리 조차 매우 어렵고 인력손실이 크기 때문에 (주)소사이어티알렙 역시 예비사회적기업임에도 일자리 창출사업을 통한 인건비 지원은 한 해도 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받을 생각이 없다. 2015년에는 청년창업오디션에 선발되어 매우 큰 상금을 받았으나 말 그대로 지원금이 아니라 상금이었기에 자부담도 없었고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행정처리를 요구 받았으나 사용 금액을 정산하고 증빙하는 과정은 여기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었다.
지원금은 초기 창업 기업의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두팔 벌려 환영할 만큼 쉽고 편한 과정은 아니다. 그래도 나름 좋은 점이 있다면 까다로운 행정 절차 때문에 날밤새며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놓은 문서와 서식들이 훗날 실제 사업이 커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 나름의 도움이 되었고 클라이언트나 지자체와 일하면서 요구받는 서류들을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붉은색 글씨는 여러분들이 정부지원금을 받아 100만원 이상 집행할 때 제출해야 할 서류들이다.
지출품의서+결의서, 견적서+비교견적서(금액이 크면 2건 이상), 세금계산서, 사업자등록증, 통장사본
100만 원 사용에 대개 7건 이상의 서류를 요구한다. 만약 사용명목이 광고라면 결과보고서를 내야 하고 기자재 구입이라면 사진을 찍어 내야 하는 건 비목에 따른 별도 옵션이다. 누군가가 지원금 때문에 사회적기업을 선택한다고 하면 더이상 황당하지 않을 수 없는 소리다. 요즘은 일반 창업지원금도 활발하여 상당히 많은 민관 지원사업들이 있다. 물론 이 곳도 까다롭겠지만 양쪽을 모두 경험해 본 내 입장에선 단연코 사회적기업 쪽이 훨씬 분량도 많고 어렵다. ICT시스템화가 더딘 데다 중앙정부 시스템에 업로드하고 해당 지자체(구청 등)에 종이 문서를 한번씩 더 갖다내는 쓸데없는 절차를 두세번 더 거쳐야 하고 '사회적'이라는 미명 하에 일반 기업들에선 필요치 않은 더욱 많은 증빙들을 요구한다. 그에 반해 중진공 쪽 사업들은 시스템 업로드만으로 거의 회계처리가 완료되기 때문에 종이영수증에 대한 강박 등을 버릴 수 있어 훨씬 간편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원금 때문에 사업을 하겠다면 어떤 쪽이건 하지 말아야 한다. 발을 들여놓는 순간 정글이 펼쳐지고 나에게 안전망을 만들어 주던 회사가 얼마나 편한 곳이었는지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어느 시리즈의 카피라이팅처럼 '창업을 한 자, 그 고통을 견뎌라'는 말을 기꺼이 할 수 있게 될 지니...
농림부에서는 매년 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를 통해 농식품 전문 컨설턴트와 컨설팅사를 모집한다. 사실 우리 회사도 여길 등록해 볼까 했으나 망설이다 결국 하지 않았다. 왜인지는 이 글을 읽다 보면 알게 될 터, 아래의 공고들을 참조해 보자.
<심층 컨설팅 지원사업>
http://www.at.or.kr/article/apko364000/view.action?articleId=28408
<수출 컨설팅 지원사업>
http://www.at.or.kr/article/apko364000/view.action?articleId=28007
2017년 공식적인 농식품 컨설턴트 단가 산정표는 1MD(1달) 기준, 아래와 같다.
가장 많은 지원사업들이 이런 종류의 컨설팅 지원인데 농촌 경영체들을 선발한 다음, 미리 선정된 컨설팅 업체를 연결시켜 주고 정부에서 50~80% 지원, 경영체에서 50~20% 자부담의 구조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컨설팅이라는 게 워낙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보니 여기서 상당히 많은 돈이 줄줄 새어 나간다.
몇 가지 케이스를 살펴 보자.
1) 컨설팅 업체나 경영체 쪽에서 가짜 서류를 꾸며 자부담을 내고 정부지원금 나눠 먹기.
- 대체로 농업 경영체 보다는 컨설팅 업체 쪽에서 먼저 지원하는데 중앙 정부나 지자체에서 나오는 공고를 살펴 보다가 관련 지원사업이 뜨면 해당 지역 경영체에 제안하고 심지어 자부담 금액까지 컨설팅 업체 쪽에서 부담한 후 정부 지원금 일정 부분을 농업 경영체 쪽에 현금으로 돌려 준다. 1000만 원 짜리 지원사업에 매칭 비율이 20%면 농업 경영체가 내야 하는 200만 원을 컨설팅 업체 쪽에서 부담하고 800만 원을 정부지원금을 받은 후 300~500만 원 정도를 다시 농업 경영체에 페이백하는 식이다.
2) 비슷한 지원사업 매칭하여 경영체 쪽에 다른 사업 계획서 작성해 주기.
- 상대적으로 양호한 방식이다. 최소한 양쪽에서 모두 거저 먹는 건 아니니까. 1000만원 짜리 컨설팅 지원 사업을 받아서 농업 경영체에서 필요로 하는 좀 더 규모가 큰 사업(1000만 원이라면 전체 사업비 기준 적게는 5천 만원 많게는 1~3억 정도)의 계획서나 기획안을 대신 작성해 주는 것이다.
3) 컨설팅 업체에서 농촌 업체 정보 이용해서 지원사업 신청한 다음 보고서 대충 내고 돈 거저 먹기.
- 제일 쓰레기 케이슨데 예전에 한번 진행했거나 다른 사업 때 이용했던 정보, 혹은 친한 업체들끼리 공유한 타업체 정보를 이용해서 업체 찾아간 다음 사진 몇장 찍고 거짓 보고서 제출한 다음, 지원금 전부 털어먹는 컨설팅 업체라 쓰고 사기꾼놈들이라 읽으면 되는 것들. (내가 이런 생퀴들 때문에 매번 얼마나 열받는지 아는가? 내 손에 잡히면 뒈진다. 대부분 농촌 지역에서 1~3인 규모 매우 작은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며 그 지역 대학을 나와 해당 시군구 안에서 발이 넓은 중년 남성이 사장인 경우가 대다수.)
To be continued...
약은 약사에게 술은 술펀에게 http://sulf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