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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Jan 04. 2018

독감, 그것이 알고 싶다

경험으로 써 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알고 가기


(마지막에 요약 있음)


내 생각에 대표들은 어쩔 수 없이 일중독자들인 것 같다. 대표가 되어서 일중독이 된 건지 원래 일중독자들이 끝끝내 대표가 되는 건지 인과관계는 모르겠지만 상관관계는 분명 있다. 7년 차가 되면 그때부턴 시스템이, 직원들이 일을 한다고는 하더라만 난 아직까지 그렇게 안 되어봐서 모르겠고 내 주변 창업가들을 봤을 때 그 시기되니 또다른 고통이 함께 하더라. 그리고 끝없이 일을 벌여 확장시키는 탓에 나보다 오래한 분들을 봐도 정작 안정기(아, 안정이라는 그거, 과연 뭘까?)에 접어든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창업 만 2년, 3년 차가 되어가던 2016년 말에서 2017년 초 겨울 내내 병원에 엄청난 돈을 들여왔기에 2017년은 무조건 건강을 우선으로 하는 걸 목표로 했다. 충분한 양은 아니었지만 평균 주 2회 매번 1시간 10분 이상은 운동을 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2016년 11월 처음 휘트니스에 등록했을 당시에는 목동에 출퇴근하며 2년 여를 거의 운동과 멀어져 있던 탓에 기초체력이 너무 떨어져 있어 스피닝 40분을 못 타고 중간에 나와야만 했다. 1년을 꾸준히 다녔더니 예전 수준은 아니었지만 유산소 40분, 요가나 근력 40분 정도는 버틸 수 있게 되었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버티는 게 아니라 2시간 정도는 거뜬히 했는데 노화는 역시 나의 의지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미녀농부에게 특별 주문한 100% 홍삼을 1년 동안 환절기마다 꾸준히 먹었다. 이번 겨울까지 아마 50포씩 5번은 시켜 먹은 것 같다. 남편이랑 나눠 먹은 걸 감안해도 서너달은 복용한 셈이고 덕부에 피로감이나 면역력이 꽤 증대되었다고 생각한다. 플라시보라고 해도 할 말 없다. 확실히 먹을 때가 안 먹을 때 보다 덜 피곤했고 일부러 공백기를 가지고 간헐적으로 복용했으며 다른 약재와 함께 달인 것보다 홍삼 100%가 나에게는 훨씬 잘 맞았다.


조직의 리더라는 자리는 굳이 회사의 대표가 아니더라도 사람으로 인해 온갖 골치를 썩는 자리이다. 작년에 병원에 돈을 갖다 부은 데는 나를 영혼까지 탈탈 털고 간 직원그 분도 털렸겠지만이 있었기 때문이고 작년에 바닥을 치고 나니 올해는 어떤 사람이 와도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어떤 사람이 어떤 사고를 쳐도 그 친구보단 나을 거기 때문이며 실제로 그러했다. 역시 나의 내성 탓일 수도 있겠지만 올해는 그 정도 맘 고생은 안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두둥~


2017년 12월 초에 된통 감기에 걸렸다. 이건 확실히 감기였고 같이 일하던 직원한테 옮은 것 같았다. 공기를 타고 감기 바이러스가 내 몸 속으로 침투할 때 느낌이 있는데 어김없이 하루 지나니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무슨 너는 사이보그 로보트냐 해도 영혼이 맑으면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 매우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아픈 몸을 세밀히 관찰하는데 익숙하고 성인되면서는 주치의 비스무레한 사람을 두고 체질이나 경과를 실험해 보면서 나의 몸에 대해서는 초진 의사 보다는 더 잘 알지 않나 생각한다. 이번에도 의사가 괜찮다고 해서 첫날 진료 받고 일반감기약 2틀치나 처방받아 집에 왔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그 다음날 다시 가서 독감 검사를 받겠다고 주장해서 빨리 확진 판정을 받은 거지, 빠른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독감 진단에서 큰일날 뻔 한 거다. 나도 모르게 B형 독감 바이러스 퍼뜨리고 다니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생화학 무기 될 뻔 한 거지.


병원을 처음 간 게 1월 2일 화요일이었고 B형 독감 확진받은 게 3일이다. 그리고 나는 독감에 너무 무지한 인간이라는 걸 깨닫고 시체처럼 누워서 끙끙 앓다가도 정신을 차리면 검색 삼매경에 빠졌다 지쳐 다시 잠들곤 했다. 그래서 나처럼 독감에 무지하지만 정보를 빨리 찾고 싶어할 인간들을 위해 손가락으로 얻은 독감 정보들 정리!


그러나 저 역시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거니까 의사를 일단 먼저 찾고 정보를 얻을 목적으로만 사용할 것!



1. 독감은 감기가 아니다.


진짜 무식하게 나도 독감이 감기랑 비슷한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독감이란 여러가지 바이러스들 중에서도 인플루엔자(Influenza) 에 의한 감염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감기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연쇄구균, 아데노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200종이 넘는 바이러스가 모두 원인균이 될 수 있다. 숨을 쉴 때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 해 몸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증상 자체를 감기라 부른다. 별다른 치료를 안 해도 푹쉬면 보통 3~10일 지나면 낫는다. 감기는 휴식과 충분한 수분 및 영양 섭취만 해도 대부분 이겨낼 수 있다. 증상이 심해서 당장 일상생활이 힘든 경우만 열을 내리거나 콧물 멈추는 식의 대증치료를 하면 된다. - 고 대부분의 건강신물에 써 있다고 카더라.


감기 원인균은 종류별로 여기에 상세히 쓰여 있다.

http://nocoworld.com/archives/523


반면 독감은 주로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때문 에 생긴다. 저절로 낫는 감기와 달리, 독감은 바이러스성 폐렴이나 세균성 폐렴 같은 합병증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독감으로 죽는 사람이 지금 보다 훨씬 많았고 세계인구가 20억 정도였던 1918년에는 A형 독감의 아형인 스페인 독감으로 전세계 인구의 5%가 사망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14만명, 혹은 30만명이 죽었다는데 이것도 기록이 조금씩 다르다. 암튼 독감은 사람을 엄청나게 빨리, 많이 죽일 수 있는 위험한 바이러스다. 라스트쉽이나 좀비 드라마, 감기같은 SF가 먼 얘기가 아닌 것 같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4042902019976650003



치료법도 다르다.  독감도 저절로 낫는 경우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소아, 노약자, 만성질환자는 타미플루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해야 한다. 감기에는 쉬는 게 약이지만 독감은 백신을 미리 맞거나, 걸렸을 땐 타미플루 같은 특정 항바이러스 제제를 복용하는 듯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하고 독감에 걸린 사람은 절대 타인과 접촉해선 안 된다. 안전불감증의 나라답게 독감 걸려서도 멀쩡히 걸어다니고 그러는데 절대 그러지 말자. 걸어다니는 생화학 무기 되시겠다. 회사에서도 근무일수 아까워하지 말고 부디 쉬게하라. 1명의 회사원이 100명에게 감염시킬 수도 있다. 학교, 직장, 가게 등 단체 생활 금지이며 집 안에서도 따로 밥과 물을 마시고 수건도 따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합병증 가능성이 있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아이는 입원해서 격리하기도 한다.




2.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인플루엔자에 대한 설명은 위키백과에 매우 잘 나와 있다.

https://ko.wikipedia.org/wiki/%EC%9D%B8%ED%94%8C%EB%A3%A8%EC%97%94%EC%9E%90


독감으로 알려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 B, C형으로 나뉘고 A형의 경우 다양한 아형(바이러스의 변형된 형태)이 존재한다고 한다. 어떤 문서는 H14*N9 해서 126가지라 하고 어떤 문서는 H18*N11 해서 198가지라 하는데 뭐가 맞는지 논문까진 뒤져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고 워낙 자주 변이한다니 최근에 더 발견된 건지도 모른다. 아무튼 A형은 엄청 많고 숙주 역시 인간 뿐 아니라 개, 돼지, 새 등 여러 개체를 거쳐다닌다고 한다. 흔히 알려진 조류 독감도 바로 이 A형 독감의 일종이란다.


그에 비해 B형은 훨씬 아형이 적고 발병률이나 유행도 훨씬 덜 하다고 한다. 인간에서 인간으로만 전파된다고 하며 나는 왜 조금 안심인 걸까 증상도 A형에 비해 훨씬 가볍다고 한다. 이쯤에서 A형 안 걸린 거에 감사해야 하나 싶은 마음까지 든다. 나의 경우에는 목이 칼칼하니 뭔가 감기 초기 증세가 오는 것 같아 12월 31~신년 첫날까지 연휴 이틀을 꼬박 집에 있던 상비용 약을 조금씩 먹으며 신정 연휴를 버텨냈다. 그리고 휴일이 지나 영업 개시일이 되자마자 병원에 갔는데 어느 병원을 가나 10명 이상의 대기인들이 버티고 있었고 X내과에는 50명의 환자가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인데도 대기를 하고 있었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일단 목이 부은 것 같고 목소리가 쉬었다, 가래와 재채기를 한다며 증상을 설명하자 이리저리 문진을 하고 열을 재더니 열이 없다며 일반 목+코감기약을 처방하고 보냈다. 뭔가 의사에게 괜찮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정말 괜찮겠지 하며 쉬는 날이지만 신년맞이를 직원들 보다 한발 먼저 하기 위해 사무실에 나갔는데 계속 어질어질 하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루만 더 일찍 타미플루 처방 받았어도 ㅠㅠ


결국 사무실에 계속 앉아 있기가 힘들어 성북구 왕뜸 한의원을 폭풍 검색해서 몸에 기를 돌리러 갔다. 가뿐한 상태로 시무식을 하고 싶었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새마음 새뜻으로 하고 싶은 간절함이 매우 컸기에 2018년 최초 근무일인 1월 3일 아침에 상콤한 얼굴로 사람들을 맞이하고자 안간힘을 쓴 것이다. 정말 나의 간절함, 옆에서 지켜본 남편은 너무 잘 알 것. 한의원에서 그 전에 삐끗했던 허리까지 치료해서 몸 상태는 가뿐해졌지만 순환을 한번 시키고 나니 확실히 내 몸에 떠다니는 게 내가 그간 겪어본 일반 감기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확신이 왔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의사가 없다던 고열, 까지는 아니지만 열이 나기 시작했다.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면 열이 난다지만 나는 넘나 신기하게도 내 몸에 있는 바이러스가 그냥 감기 바이러스가 아닐 거라는 감을 잡았다.


저녁에 집에 와서는 열심히 처방받은 약 성분을 조사해 본다 -_- 인터넷 참 좋은 곳이다. 예전엔 내가 먹는 약이 무엇인지 나도 몰라 며느님도 몰라였는데~ 아무튼 검색해 보면 누구나 아는 타이레놀 외에 알러지성 코 병증, 비염 등에 먹는 약이고 소염제도 하나 있다. 다행히 강력한 항생제는 쓰질 않아서 처음 간 병원이지만 성신여대 근처에서 갔던 대기 환자도 없는데 문진도 없이 1분 안에 진료끝내는 병원보단 여길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안아키는 아니지만 기계적으로 항생제랑 주사 처방 하는 병원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3. 독감 검사와 백신은 비보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독감은 감기가 아니며 어느 유형인지 확진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검사가 필요하다. 이 독감 검사는 비보험이며 방법은 코 속에 매우 긴 면봉을 집어넣어 분비물을 채취한 후 별도의 키트를 이용해 판정하는 건데 동네 웬만한 의원에서는 다 할 줄 안다. 혹시 걱정되면 미리 전화해서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내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그냥 의원 등등 대부분의 3차 병원에서 실행하니 아마 검사 안 하는 병원 찾는 게 빠를 듯.


나같은 경우 2만 5천원에 받았고 그 전에 전화해 본 사무실 근처 가정의학과에서는 2만원이라고 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한번 갔던 이비인후과에 다시 가기로 했다. 시무식이고 뭐고 마스크를 벗지 않고 직원들에게 현 상황을 얘기하고 뒷처리를 부탁한 후 어지러운 뇌를 부여 잡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이상하니 어서 빨리 내게 독감 검사를 해 보라 했다 -_- 의사가 다시 열을 쟀다. 열이 없다고 한다. 나의 흔들리는 뇌와 어젯밤의 열은 무엇이란 말인가? 됐고 근육통이 있고 아무래도 하수상하니 검사를 해 달라 했다. 내가 연말에 소파에서 일어나면서 허리를 삐끗한 건지 계속 등과 엉치뼈에 통증이 있어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2~3일 받았기에 혹시 그 통증인가 했는데 확실히 등 전체가 얼얼하니 단순 허리 통증은 아닌 것 같았다. A, B형 모두 근육통이 특징이라고 한다. 온 몸을 두들겨 맞은 듯 아픈 사람들도 있고 뼈 마디마디기 쑤신다는 사람도 있었다. 내 경우는 어깨와 등이 많이 결리고 아팠는데 아무래도 사람들마다 평소 좋지 않은 부위가 집중적으로 아픈 모양이다.


면봉이 매우 콧속 깊은 곳까지 들어오는데 그 불쾌감을 여기다 쓸 순 없을 것 같다. 아프진 않은데 기분이 너무 안 좋고 수영장에서 물 마셨을 때 귀나 코로 다시 나오는 현상을 강제로 겪는 것 같다. 우리 조상님들 일제 시대, 전두환 시대 물고문 어떻게 견뎠지 ㅠㅠ 10분쯤 대기실에 앉아 있으니 다시 들어오라고 한다. 결과지를 찍었어야 되는데 무척 후회되네. 임신 테스트기처럼 A, B, C가 써 있고 B형에 줄이 가 있었다. B형 독감이라며 간호사가 가차없이 마스크를 씌웠다 ㅠㅠ 난 이제부터 걸어다니는 생화학 무기야 ㅠㅠ 그리고 절대 단체 생활 하지 말고 항바이러스 제제 5일치 처방해 줄 테니 집 밖에 나오지 말고 집 안에서도 밥과 물 따로 마실 것, 타미플루 다 먹고도 아프면 다시 오라고 했다. 그리고 일단 의사는 마스크를 쓰고 말했고 나와 말하길 꺼려하는 눈치였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분 탓이겠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백신은 3만 5천원인데 난 이미 발병했으니 맞아도 소용없다. 백신도 비보험이라 병원마다 5천원~1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는데 3가형은 파격가로 파는 병원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이왕이면 4가형을 맞자. 인플루엔자는 여러 아형들이 존재하지만 현재 4가형 백신은 A형 2종, B형 2종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3가형 백신은 A형 2종, B형 1종에 대한 예방을 한다니 바이러스에 수에 따라 3가, 4가를 나눈다고 보면 되겠고 이왕 맞을 거면 돈이 좀 더 들더라도 가급적 4가를 맞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아래 블로그에 표로 잘 정리되어 있으니 살펴 보자.


http://m.momq.co.kr/infant/infantInfo.action?bbs_no=0000074&bbs_dtl_no=1711179844&clss_type_no=1408000204&detail_page_index=1&clss_type_no_detail=1408000204



그리고 나는 타미플루, 대신 타미플루의 제네릭인 한미플루를 처방받았다. 약값은 보험적용으로 7500원인데 나처럼 진단 받은 환자의 처방 목적이 아닌 예방인 경우에는 비보험가로 알고 있다. 이걸로 예방하지 말고 그냥 예방 백신 주사를 맞자.


12시간 마다 1정 복용, 약사들의 아침 저녁 설명이 싫다. 성인에겐 정확한 복용 간격을 말해 달라! 문자중독인 나는 깨알같이 설명서 무지 열심히 읽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타이레놀을 비롯하여 널리 쓰이고 있는 다양한 약들은 대부분 서양의 회사들이 오리지널을 연구개발하여 만들었고 약 15년 간의 특허 기간이 끝나면 다른 제약사에서 제네릭이란 이름의 카피약들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나의 첫직장은 한국화이자제약의 엘리트 공채 입사자였고 ㅋㅋ 연수기간 내내 맛있는 밥반어법이다 뒤지게 공부하고 나면 허기가 안 질 수가 없잖은가 과 최고의 특강을 들으며 팔자에 없을 줄 알았던 인체해부학과 약학을 밤새 공부하고 한번의 낙제없이 좋은 점수로 내가 원하는 곳에 발령받아 갔다. 연수원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의약학 용어랑 신체구조 외우느라 참 힘들었는데 그때 배운 지식들이 아직도 엄청 유용하게 쓰이고 있으니 다들 어느 순간이든 최선을 다해 살자.


아무튼 나는 오리지날을 만드는 회사를 다니며 Amlodipine Besylate 와 아직도 스펠링 기억하는 내 자신에 놀람-_-요즘 디펜던트 스펠링도 e인지 a인지 햇갈리는데 제제인 노바스크를 억대로 팔아댔었지...노바스크의 특허가 끝나면서 한미약품에서는 아모디핀이라는 Amlodipine Camsylate 제제를 만들어 판매했는데 Amlodipine이라는 성분명 뒤에 붙어 있는 베실레이트, 캠실레이트는 염의 이름이다. 염의 특허기간이 남아 있는 관계로 한미약품에서는 베실레이트 대신 캠실레이틑 붙여서 노바스크의 약 70% 가격으로 제네릭을 많이 팔았다. 나는 사실 제네릭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가난한 사람에게 좀 더 싼 약이 필요할 수 있고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돈을 좀 많이 벌어야 말이죠. 내가 참 좋아하는 직장이고 신의 직장이긴 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덕택으로 제가 엄청난 연봉을 받긴 했을 테죠...그렇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기초연구에 돈을 쓰지 않는 분위기가 너무너무 한심하고 요즘 창업하고 정부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더더욱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다. 아까운 우리들의 세금들...


독감 항바이러스 제제로 한미약품에서 출시한 한미플루는 바로 타미플루의 주성분인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에 다른 염을 붙인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설명서를 읽어봐도 정확한 염기명은 표기되어 있지 않다. 병원에서 확인했으면 타미플루로 바꿔주세요 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거의 눈만 뜨고 있지 맛이 살짝 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약국에 와서 약사가 약통에 복용법을 적어주는 순간에서야 알았다. 독감 걸린 기념으로 타미플루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게 대체 뭔 부심이란 말인가...)



한미약품 한미플루 분말 버전 출시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9232


로슈에서도 직접 개발한 건 아니고 최초 개발사에 대한 독점 판매권만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로슈는 이런 걸 참 잘 하는 회사다. 외국계지만 연구개발보다는 유통이나 영업을 우선시했고 매우 국내스러운 회사라 업계에서는 로슈를 사실 외국계로 쳐 주지 않았다. 영업 방식도 웬만한 국내 제약사 저리가라였고. 아 잊고 있던 가십들도 떠오르고 이게 벌써 다 10년 넘은 추억일세...


타미플루의 독점권이 풀리면서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동이나서 몰래 사재기를 했다던 독감약이 넉넉하게 되었으니 다들 올 겨울에 감기 걸리시면 집에서 절대 참지 말고 병원가서 독감 검사부터 받아보시길...음성이면 좋은 거고 양성이면 발병 후 48시간 이내가 중요하니 합병증 생기는 것 보단 나아요!




긴 글 읽기 싫은 분들을 위해 필요한 부분과 위에 없는 정보들 위주로 다시 한번 정리합니다.

(진단 전)
1. 발병이 의심되면 독감 판정 검사를 받는다. 비보험으로 수가는 2~3만원 정도.
2. 증상은 사람에 따라 다르니 무조건 인터넷만 믿지 말고 가벼운 감기증상이라도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자. 특히 B형 독감은 A형에 비해 고열도 없고 증상이 경미할 수 있다고 하니 저처럼 의사말 듣지 말고 박박 우겨서 검사 받아 보자. B형 증상이 심해진 경우 48시간이 지났을 수가 있다. 초기에 잡아야 한다.

(진단 후)
3. 절대 격리. 진단받은 당신은 걸어다니는 "바이러스 생화학 무기 괴생물체" 민폐를 끼치지 말고 집에서도 죽은 듯 숨어지내자. 물컵, 밥그릇, 수건 등등 개인물품은 물론 화장실 두개 있는 집은 따로 쓸 것.
4. . 타미플루/한미플루 1일 2회 12시간 간격으로 복용. 이 약은 식사 유무와 관계없으니 반드시 시간 간격을 지켜서 복용하고 증상에 따라 타이레놀 등 다른 감기약을 병행 복용해도 무관하다고 함. 가장 좋은 건 약사/의사의 처방/진단을 받는 것. 난 같은 병원/약국을 갔기 때문에 복용에 있어서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음.
5. 열로 인해 몸이 건조해지고 목과 코점막이 마르게 되니 물을 자주 마실 것. 저는 결국 가습기 주문함 ㅠ
6. 식사는 알아서 잘들 조절하세요. 밥맛없는데 꾸역꾸역 먹지말고 죽 드시고 술은 절대 금물입니다.

(예방)
7. 4가형 백신을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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