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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Mar 31. 2018

목포 - 비금도 탐방기 下

다도해 해상 공원을 걷고 또 걷고

http://www.onkweather.com/bbs/board.php?bo_table=eco1&wr_id=987

목포 - 비금도 탐방기 上

https://brunch.co.kr/@ssoojeenlee/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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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에 다녀온 치킨집은 문을 닫았다. 

주유소도 장사를 안 한다.

우리 모르는 사이에 진짜 지구 종말 온 거 아님?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코빼기도 안 보일 수 있음?


너무 걸어서 지쳤다.

다음 편에 또 써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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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틀어 걷다 보니 이세돌 기념관이 나왔다. 

비금도 지도 우상단에 보이는 이세돌 생가와는 다소 떨어진 곳이니 착각하지 말자.


이세돌은 매우 훌륭한 청년이지만 기념관까지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필시 볼 것도 없을 게 넘나 뻔하지 않겠는가? 세돌이고 네돌이고 우린 지금 너무 배가 고파 ㅠ_ㅠ


다만 윈드펜션에 넘나 눈길이 갔으나 이왕 걸은 거 조금만 더 걸어서 바닷가 근처에서 자 보자, 다짐했다.


가는 길에 찍은 사진들을 몇 장 올려본다.

근데 허기와 지친 몸으로 맛이 살짝 간 상태라 순서가 아래와 같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혹시 이 후기를 보고 길을 걷는 분들이여,

지금 이 순서로 가고 있나 이걸 보며 착각하지 말지어다.

수림마을

역시 사람은 없다.



이번에도 걷고...




오오 - 뭔가 관광지 냄새야!

(관광지 좋아하지도 않는데 반가운 이 기분이란 -_-;;;)

하며 들어갔는데 아무 것도 없이 이런 안내문 하나 세워져 있을 뿐이고...



풀아 풀아 

넌 먹을 수 있는 아이니?


맨날 마트에서 보던 적채가 있기에 살짝 맛을 보았다 ㅋ



이 섬엔 시금치 뿐만 아니라 이런 쌈채소들이 곳곳에 널려 있어 나와 즈모는

"여기 와서 살아도 굶어죽진 않겠다 히히호호-"

하며 즐겁게 거닐었던 기억이 난다.




또 걷고.........................


여느 시골길 걷다 보면 늘상 들리는 개짖는 소리조차 거의 없었기에

요 검은 바둑이가 넘나 방가웠다.



요녀석도 사람없는 이 곳이 참으로 심심했던지 우릴 보자 짖건 커녕 같이 놀고 싶어 목줄을 당기고 난리였다.


비금도를 한 장으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 사진 같달까?


나보다 백만천만만만배쯤 강한 감성과 정서를 보유하고 계신 즈모님께서 볕을 쬐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몸 전체로 받아들이고 계신다. 역시 모델이 좋으니까 나같은 막찍러가 찍어도 멋있구나 ㅋㅋㅋ


절대 얼굴 나온 거 올리지 말라는데 효과줘서 살짝 흐리게 만든 다음 허락받고 올린다.


걷고 또 걷고 8km를 걸어 우리는 드디어 운-_-명의 갈림길에 섰다.



두둥~



원평까지 가려면 온 만큼 더 걸어야 하고 명사십리까지는 넉넉잡고 30분만 더 걸으면 된다!


게다가 시간은 벌써 4시를 넘고 해가 지면 필시 가로등 조차 하나 없는 이 섬에서 맹수의 먹이가 될 지도 몰라 ㅠㅠ (아 이건 너무 과장인가? 아 차라리 '염전 노예로 팔려갈지 몰라'가 더 무섭고 현실성 있겠다.) 

 

자, 독자 여러분들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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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기대와 달리 우리는 원평 해수욕장 방향을 택했다.


아무리 모험을 좋아하는 나라도 아는 이 하나 없는 생면초가 섬에서 어두운 밤을 맞게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구글맵으로 hotel을, 네이버 지도로 민박, 호텔, 펜션을 현 위치에서 검색했다. 

그런데 원평으로 가는 길엔 수 개가 뜨는데 명사십리 쪽은 단 하나의 펜션만 뜨는 것이 아닌가?


오랜 나의 오지-_-경험 상 없으면 없었지 하나만 있는 곳은 다소 선호하지 않게 되더라. 

그리고 안내도에서 오로지 그 펜션만이 일반전화가 아닌 휴대폰으로 되어 있었고 

스릴러와 미스테리 매니아인 나에게 섬의 외딴 펜션이란 온갖 상상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으니... 

(물론 펜션 사장님께 전혀 악감정은 없습니다 ㅡㅡ;;;)  




별 것 아닌 바위처럼 흘긋 보곤 지나가려는데우리 즈모가 옆에서 신기하게 쳐다 보며

화산에서 용암이 폭발한 게 그대로 굳어진 암석이라고 했다. 오오오 - 

우리 즈모는 역시 모르는 게 없다. 너무 훌륭하다.

그러니까 내가 같이 살지 않겠음?



군데군데 이런 크고 작은 저수지가 있다.

섬이라서 농사 지으려면 이런 민물 구덩이가 필요한 게지.



와우!!!

드디어 사람 발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가 얼마나 반가웠으면 사람이 보여 사진을 찍었겠나? 

섬에 들어와서 3시간 30분 만에 처음으로 차를 타지 않고 길에 있는 사람을 보았다.

신이시여, 종말은 아니었군요...



물기가 거의 없는 염전이 나와서 찍어 보았다. 

아아 이 섬엔 염전 밖에 없는데 염전에 볼 것이라곤 네모 반듯한 구획 뿐이니...



오왕 이건 뭐지? 시키호르에서 본 맹그로브!

...인 줄 알았지만 그냥 작은 바위섬인 것 같다.


걷다 보니 슬슬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다.

안돼, 우린 아직 쉴 곳을 못 찾았어. 배도 고프고... 


앞에도 몇번 언급했던 이런 작은 저수지를 '둠벙'이라고 한단다. 이것도 즈모가 알려 줌.


농수로가 놓이기 전 ‘둠벙’은 농경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곳이었다. ‘둠벙’이란 지하를 흐르던 물이 자연스럽게 지표면으로 분출돼 나오면서 형성된 물웅덩이를 일컫는다. 우물보다는 크고 깊이는 1m 이상 되는 둠벙을 옛 농부들은 가장자리에 돌이나 흙을 쌓아 필요할 때 농수로로 사용했다. 

농수로가 설치되고 경지정리가 되기 전, 둠벙이 있는 논은 논에서 논으로, 논에서 밭으로 물을 흘려주는 물길이었다. 자연히 농경문화도 이런 곳에서 시작됐다. 둠벙이 있는 주변은 구릉 지형의 습지형태를 갖춰 벼농사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농촌마을 곳곳에선 가뭄에 대비해 작은 저수지 형태의 둠벙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나도 둠벙이란 걸 처음 알게 되었으므로 정보를 링크로 걸어본다.


http://www.onkweather.com/bbs/board.php?bo_table=eco1&wr_id=987





섬 곳곳에 바람의 결대로 자란 갈대와 나무들이 빈번하다.

자연의 빠워오브더빠워란...



드디어 우린 평림마을에 다다랐다. 



빨간색 별표 있는 곳이 바로 평림마을 입구 되시겠다.



명사십리?

검색해 보면 완도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만 허벌나게 뜬다.


그러나 비금도에도 있다는 사실!

우린 명사십리 해변 방향으로 가지 않고 원평 쪽으로 왔으니 잘은 모르지만 아마 쭉 이어지는 뭔가가 있나 보지?





역시나 사람이 고팠던 똥강아지.

우릴 보고 넘나 반가워한다.

그래 니들도 얼마나 외로웠겠니.



100미터는 쫒아오다 돌아가는 백구를 뒤로 하고 드뎌 해변을 보겠다며 전진, 전진.



오 - 역시 해변은 관광지야!

그러나 영업은 하지 않는다.


오오 드디어 원평 해변 도착!



그런데 이게 뭥미?

지자체 수질 관리, 환경 관리 안 함?

아마 썰물 때 밀려 온 쓰레기들 같은데 참 마음이 아프네.

지구에서 젤 먼저 청소해야 할 건 바로 인간인 거시다. 



바닷가 바로 앞엔 펜션이 있다.

오늘 밤은 여기다!



우리 말고도 손님이 있네.

다행이다.

외딴 펜션의 실종 사건 같은 건 상상하지 않아도 되겠군 ㅡㅡ;;;



요런 건물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1박에 6만 원이라고 한다.

비수기라 5만 원 해 주셨다. 

밝히면 안 될 정도의 에누리는 아니라 쓰지만 성수기에 가면 얄짤없겠지. 


이것저것 따질 새 없이 짐풀고 밥 부터 시킨다.

여기도 식당은 아니지만 펜션 손님들에겐 음식을 해 준다고 한다.

우리에겐 선택지가 몇개 없어서 한상에 3만 원 짜리 제철 회 무침을 시켰는데 아쉽게도 공기밥은 불포함.


방에 부엌 시설이 다 되어 있어 차 가지고 오는 거면 식재료 사오는 걸 강력 추천한다.

왜냐고?


사진 그럴싸해 보이지?

와 - 세상 맛없다. 전라도에서 이렇게 맛 없는 밥상 받기 진짜 힘들걸랑.

웬만한 백반집 들어가도 기본은 하는 데가 전라도다.


아 주인 아줌마 친근한 경상북도 사투리 쓸 때 뭔가 예감이 심상치 않더라니...

경상도 사람들 진짜 음식 못 해.

나도 대구 사람이지만 우리 엄마가 강원도 사람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메인 요리인 회무침이 얼마나 맵던지

(매움의 원인은 과한 양념 뿐 아니라 분량 이상 투입된 청량고추였다.)

물에 씻어야만 먹을 수 있었고

나나 즈모나 웬만하면 음식 투정 없이 먹을 거 앞에서는 겸손해지는 인간들인데 

한입한입 먹을 때마다 짜고 맵기만 한 맛 때문에 생일 저녁에 최고 맛 없는 거 먹는다며 

끊임없이 욕이 나왔다 ㅠ_ㅠ


이렇게 헹구어 낸 접시가 열번 이상은 된 거 같다.

라면이라도 먹으려고 펜션에 딸린 구멍가게에 물어봤지만 주인 아주머니께선 라면은 안 판다고만...

라면 팔면 손님들이 마진율 높은 음식을 안 시킬 테니 없다고 하는 게 이해는 간다만

음식으로 고문을 하시려는 겐가?

(그래도 음식 빼곤 시설이나 친절 등등은 나쁘지 않았음.)


그래도 없던 식당 밥이라도 먹게 된 게 어디냐며 이런저런 얘길 나누며 전기장판에 몸을 지졌다.

외벽은 다소 부실한지 보일러를 올려도 공기가 더워지진 않았다.


아침 일찍 하트 해변=하누넘 해변을 가기로 했다.

오늘은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어제 우리가 걸어왔다니 놀래 자빠지려던 주인 아주머니가 콜택시 번호를 알려 주신다.

먼저 전화를 걸어 보시더니 20분 뒤에 올 수 있다고 하셔서 슬슬 걸어나와 어제 평림마을 입구 앞까지 도착했다.


섬이나 농촌 마을은 대부분 콜택시를 이용한다. 

평림마을 입구 앞 콜택시 번호 하나 남겨둔다.




손수 번호를 고쳐놓으신 간판 ㅋㅋㅋ


어제는 백구만 있더니 오늘은 누렁이도 함께 있네.

신나게 논다.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강아지랑도 놀고 동네 할아버지 경운기 시동거는 것도 도와드리며 택시를 기다리는데 그 좁다란 시골길을 시속 80이상의 속도로 마구 달려와 우리 앞에 서는 SUV형 택시!

오오 - 풀메이크업에 도저히 섬마을 중년 여성으로 보이지 않는 세련된 기사님이 뙇~

(내가 더 섬마을 주민같은 행색 ㅡㅡ;;;)


원평 근처에서 하트 해변까지는 정액 15000원이라고 하셨다.

그 외에 행선지는 미터 요금 받는다는데 우리는 가 보고서야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맵으로 보면 단선 길이는 짧아 보여도 여긴 광관객 아니면 가지도 않을 것 같은 산등성을 몇개나 넘어야 도착하는 곳이었거덩...


아 택시타길 잘 했지!

이건 도저히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었고 오르락 내리락 급경사와 언덕길이 장난 아니었다.




하트 해변은 원래 하누넘 해변이라 불리는데 어떤 드라마에 나오고 유명해졌단다.

해변 모양이 하트로 보여 하트 해변이라 불린다는데 하트 해변 옆을 지나면 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전망대까지 오르면 비로소 하트의 형상이 뙇ㅎㅎㅎㅎㅎㅎㅎㅎ




가는 길에 여러 스팟들을 설명해 주시고 속도를 낮춰 둘러볼 수 있게 가이드 역할을 해 주셨다.

전망대에 내려서는 훈련된 솜씨로 사진도 여러 장 찍어 주셔서 1만 5천 원은 택시비라기 보단 단거리 로컬 관광 가이드 요금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물론 돈이 아깝진 않았다.  


아 뭔가 택시 아줌마 레알 프로였음.

콜택시 번호 남긴다. 영업용으로 쓰는 거니까 사생활 침해 아님.

벤 말고 관광용 미니버스도 운행한다고 하심.


010-4631-5454



찰캌찰캌 

훈련된 포쓰로 20여 장 이상의 사진을 찍어 주시더니 얼른 떠나버리는 아리따운 기사님.

좀 더 아래까지 데려다 달라 할까 봐 겁나셨나? -_- ;;;



자, 이제 다시 도초 선착장까지 걸어 볼까?




한옥 펜션은 대체 어디에?

관광지 조성하려다 실패한 마을의 공터.jpg




여기가 돌담길이다.



진짜 너무 별거 없어서 놀라울 정도다. 

원래는 해변 다 보고 내촌돌담마을 구경하고 좀 걷다가 선착장 갈 때 콜 부를 거라고 기사님께 슬쩍 말씀 드렸는데 걷기왕인 우리는 걸어서 도초도 도착 -_- ;;;


걷는 동안 찍은 흐린 날의 섬 풍경 좀 보고 가실게요~ 



수대는 비금도에 있는 선착장이고 도초도엔 화도 선착장이 있다.

비금도와 도초도는 다리 하나로 이어져 있어 도보 및 차량 이동이 가능하다.



이거이 바로 비금도와 도초도를 잇는 다리. 



도착하니 대기실에 매표원이 없었다. 



선착장이라 그런지 식당이 몇 군데 있다.


13시 배는 걸렀구나 하고 기다리려는데 배가 도착하네.

근데 어떤 아저씨가 배 앞에서 우릴 보고 미친듯이 소리치며 손짓한다.


"목포? 목포?"


나도 소릴 지른다.


"표를 못 끊었어요오오오오오오~~~~~~~~"


"일단 와 보랑께~~~~~~~~~~~~"


이런 대화를 두어번쯤 반복하고 내가 즈모 손을 부여잡고 뛰어갔더니 일단 돈을 내라신다. 

표는 모바일로 보내주겠다고. 



그리고 우린 올 때 타지 못했던 홍도, 흑산도에서 나오는 고속페리에 올라탔다.

배에 타니 좌석이 널럴해서 2층에 올라가 아무 데나 앉았고 폰으로 배표를 받았다.

아아 - 역시 즉흥 여행의 묘미란 이런 거야!!!


오늘도 5km 이상 걸어 지친 덕분에 배 안에서 말없이 폰질을 했다.

거리는 어제 보다 짧았지만 날씨가 매우 춥고 흐린데다 바람이 불어 그걸 고스란히 맞으며 걷자니 저항력이 ㅁ해 더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역시나 장년 남녀등산객들의 추태가 시끄럽고 볼성사나웠지만... (이하 생략) 

고속페리를 탄 덕분에 1시간 10분 만에  목포 도착!


아침도 못 먹고 어제 먹다 남은 필리핀 과자로 당 보충만 했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겠는가 ㅠㅠ

어제의 맛없는 저녁을 보상하기 위해 오늘은 반드시 맛집으로 가야 한다!!!


아 공개하기 싫었지만 공개하는 대망의 목포항 근처 맛집.


<선경준치횟집>

예약가능 061-242-5653

http://naver.me/5Yk40jzD




밑반찬부터 국, 메인 요리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곳이다.

우린 병어조림을 시켰다.

회무침에 대한 어제의 악몽 땜에 회무침이 사실 존맛이라 들었는데 오늘은 따뜻한 음식을 먹기로...

독자분들이라도 일단 한번 가서 다른 거 드셔보삼.


기분 좋게 한끼 식사를 끝냈다. 역시 맛집만큼 행복한 게 없어 >.<


비금도에서 부터 흐렸던 하늘에선 목포에 도착하니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우린 하룻밤을 더 묵기 위해 예약해 놓은 곳으로 향했다.

 

우리의 걷다 끝난 여행기는 이것으로 마친다.

다음에 여행가면 또 써 보도록 한다.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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