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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Aug 19. 2018

서울 시내 호텔 후기

2018년 폭염은 호캉스로, 40만 원의 행복

요즘 호텔(hotel)과 바캉스(vacance)를 합친 말로 호텔에서 바캉스를 보내는 휴가 방식을 일컫는 호캉스란 말이 유행한다던데 우리 부부의 이번 여름은 의도치 않은 호캉스가 되어 버렸다. 이유는 우리집에 그 흔한 에어컨 하나 없었기 때문. 호캉스란 말은 우리 직원이 말해줘서 알게 되었는데 그 말이 있건 없건 집에선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여름이었다. 어째됐건 우리집 올 여름 휴가는 호캉스로 명명해 본다.


에어컨 없는 이번 여름은 너무도 끔찍했다. 아니 여전히 초열대야 진행 중이니 끔찍하다고 쓰는 게 맞겠지. 7월 중순쯤, 처음 초열대야가 시작되고 우리는 도저히 안방에선 잘 수 없다 판단하여 거실 대나무 자리 위로 잠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침대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이 더위 때문에 푹신한 요도 깔지 못하고 바닥에서 자고 나니 온몸이 쑤시고 결리는 게 환장할 지경이었다. 특히 요즘 더위 속에 을지로에 사업 확장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정신과 육체를 불사르는 내게 불면의 댓가는 너무도 비효율적이고 끔찍한 것이었다. 


그래서 우린 휴가를 가지 않는 대신 호텔 생활을 하기로 했다. 사실 '우리'라고 하기 보단 나의 강요가 더욱 맞겠지. 나의 논리는 아래와 같다.


1. 내 노동과 올바른 정신의 원동력은 숙면이 절반 이상인데 난 이렇겐 못 산다.
2. 어차피 이번 여름 휴가가긴 걸렀고 둘이서 1박 2일 어딜가든 30만 원 이상은 쓰게 될 테니 휴가간다 생각해 달라. 대신 30만 원 내외에서 예산 책정하고 여름 휴가 따로 가자고 안 가겠다.
3. 우리가 2in1 에어컨 사서 설치하려면 200만 원은 깨진다. 게다가 전기세도 올해처럼 폭염이 이렇게 일찍 시작되어 계속되면 누진세까지 최소 한달 20만 원은 나올 거다. 8월은 더 심할테니 전기세 최소 35~40만 원은 내야겠지. 휴가비+전기세 50만 원 이내로  쓴다고 생각하면 진짜 적은 돈이다.


돈 쓰기 스타일이 나와 정반대인 그는 몇 차례 저항과 반항을 반복했지만 선풍기 2대를 동시에 돌려서도 해결 안 되는 더위 앞에 별 수 있나? 마지 못해 굴복하는 척 했지만 다 안다. 당신도 괴롭지? ㅋ


내가 원래 오지 탐험, 버젯(Budget) 여행 전문간데 요즘 진짜 세상 좋아졌지. 앱 하나면 한국 최저가가 아니라 세계 최저가를 바로 알 수 있으니까. 그래 우리 이번 주말은 시원하게 뒹굴거려 보자.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금토(요일)는 비싸기에 7월 22일 일요일을 골라 아고다 검색 시작! 




그리하여 우리 부부는 가장 더웠던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약 2주 간을 위에 보이는 서울 시내 3-4성급 호텔에서 보내게 되었다. 다만 내가 요즘 을지로에서 일하고 있는 관계로 강남 쪽으론 내려가진 않고 대부분을 강북에서 보냈으니 참고하자. 


총 7박 8일을 묵었고 전체 예산 43만 2천 원 정도가 소요되었다. 8월 첫째주 4일을 밖에서 떠돌다 집에 돌아오니 한전에서 전기료 고지서가 도착해 있었고 우리집 7월분 전기세 18,500원 나왔다. 선풍기 두대 하루종일 돌린 8월 전기세도 작년치 감안해 볼 때 기껏해야 3만~3.5만 원 이상 나오진 않을 것 같다.


주구장창 아고다 검색하며 몇가지 팁과 깨달음이 생겨 공유해 보고자 한다.


1. 같은 호텔도 모바일과 PC 검색가가 다르다.

모바일이 좀 더 저렴해서 항상 모바일로 예약하고 결제까지 했던 것 같다. 검색했던 곳을 기억했다가 자주 검색하면 다소 높은 가격을 보여준다는 썰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모바일로 검색했던 적이 많았는데 왜 모바일 최저가가 단 돈 몇십 원 이라도 쌌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2. 5성급 호텔은 거의 다 풀 예약, 그리고 자사 사이트나 오픈 마켓이 더욱 저렴!

아고다는 역시 여행자를 위한 1-4성급 호텔 및 게스트하우스까지가 적합하고 편의시설과 수영장이 갖추어진 서울 시내 5성급 호텔을 원한다면 각 호텔의 자사 프로모션을 이용하거나 가끔 11번가, 쿠팡 등에 풀리는 '밀레니엄 힐튼 써머 패키지', '현대 호텔 조식 패키지' 요런 것들을 이용하도록 하자.


마침 경기도 사는 동생네가 아이들 방학을 이용해 밀레니엄 힐튼으로 레알 호캉스왔길래 잠깐 조카들 보러갔다 꼭대기층에서 창문으로 보이는 전망 한 컷 남겨봤다. 애들 있는 부모들이 전부 호캉스를 온 건지 밤 10시까지 수영장 터져나가더라.


3. 역시 가장 저렴한 건 마감임박!

어차피 서울에서 바로 이동할 거니까 예약은 대부분 하루 전, 동대문 코업 레지던스 같은 경우 당일 정오쯤 예약한 적도 있다. 역시 취소 불가 당일 예약이 항상 가장 저렴했다. 그 전날 가격보다도 최소 -5% 이상은 빠진다.


4. 마일리지, 현금 할인 받을 건 다 받기

요즘 트립 어드바이저,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등등 많은 호텔 예약 사이트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모텔은 야놀자, 여기 어때 등등 로컬라이징된 특화 사이트들도 많다. 그러나 근 20년 숙성된 버젯 여행 전문가인 나님은 아고다를 추천한다. 약간 팁을 더 써 보자면 해외 갈 때는 구글맵으로 목적지 주변을 맵핑한 다음 'hotel'을 검색한다. 그럼 호텔 사이트 전부를 비교해서 최저가와 예약 가능 여부를 알려준다. 거기서 가장 저렴한 곳을 예약하면 되는데 이걸 수십번 해 본 결과 아고다가 가장 나았다는 걸 알고난 이후로는 검색 시간이 다소 줄었다. 10년 전에는 아시아룸즈닷컴이란 사이트를 종종 이용했는데 요즘은 망하거나 도태된 것 같다. 


아고다에는 항공사 마일리지를 연계할 수 있고 나같은 경우 아시아나에 몰빵인데 큰 도움은 안 되도 버리는 것 보단 낫다. 그리고 예약시 현금으로 포인트를 리워드하는데 1~5% 정도 되는 적지 않은 금액(6만원 짜리 예약을 하면 3천원 정도라 쏠쏠하다)이고 이걸 다음 예약시 바로 쓸 수 있다. 


이번에 예약하며 과금 시스템을 분석해 보니 검색결과에 나온 금액에 세금/봉사료 10%를 더하고 아고다 수수료를 추가로 10% 과금하는 방식으로 되어있던데 예를 들면 검색최저가가 56752원이라면 10%인 5675.2를 더한  62427에 6243을 더해 68670이 최종 결제금액이 되는 셈이다. 어떤 호텔은 수수료 없이 세금 10%+봉사료10%를 한번에 과금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말한 현금 리워드는 최종 결제금액이 아닌 최저가에서 할인 후 세금 및 봉사료가 추가되므로 바로 사용하는 쪽이 가장 좋다. 일단 아고다 시스템 자체적으로 바로 쓰도록 되어 있기도 하고. 


10년 전만 해도 세계적 관광지인 경우 1-2성급 게스트하우스라면 워크인으로 바로 들어가는 게 저렴한 경우도 많았지만 요즘은 무조건 아고다다. 이런 걸 보고 참으로 격세지감 느낀다고 해야 하나.


5. 우리집 라이프스타일에 가성비는 역시 4성급 레지던스.

3성급 부터 룸컨디션이 확 낮아진다. 별 하나 차이인 것 같지만 3성으로 내려가면 책상이 일단 사라진다. 대부분의 3성급은 화장대 수준의 탁자 외에 책상으로 쓸만한 가구를 거의 갖추고 있지 않다. 퇴근 후 잔무를 처리해야 하나는 나, 집에서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는 나의 짝궁에게 매우 적합하지 않았다. 레지던스형 호텔은 스튜디오형 오피스텔, 원룸 정도의 작은 부엌을 갖추고 있기에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곳이었다고나 할까. 그 중에서도 서대문역의 바비엥2 레지던스와 동대문 코업 레지던스가 가장 추천할만 했는데 바비엥은 룸컨디션과 소파가 있다는 점이 좋았고 동대문 코업은 사무용 의자+책상이 구비되어 있어 비즈니스 트립에 가장 최적화된 곳이었다.


6. 그 외 추천vs비추천

이태원 크라운 호텔은 최저가가 4만원 대에 뜨는 거의 유일한 4성급 호텔이다. 냉난방이 온돌형이 아니라 중앙천장형이라는 단점 외에 별다른 단점이 없다. 주변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고 이태원 맛집 갔다 들어오기 좋다. 반면 아카시아 호텔은 주차가 불편했고 책상은 있었지만 방 구조가 다소 이상했다. 뭔가 조명도 파란기가 돌아서 편하지 않고 가성비로만 따지면 괜찮지만 막 엄청 편하고 그렇진 않아서 최저가가 떠도 다시 예약하고 싶진 않았다. 블레싱 인 서울 역시 주차가 불편하고 투숙객 대부분이 중국인이었으며 주변에 편의 시설이 없어 불편했다. 

 

7. 그리고... Explorer the Seoul!

호텔에 투숙하니 당연히 밥도 밖에서 먹어야 해서 둘이 손잡고 이곳저곳 어슬렁 거리는데 정말 여행온 기분이었다. 나는 버젯(Budget)& 오지 탐험 여행만 하던 사람이고 짝궁은 해외라곤 안 나가는 사람인데 우린 둘다 '세상 어디를 가도 우리집 방구석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은 사람들이랄까. 여행에 별로 집착하지 않는 사람들이다(하긴 우리가 집착하는 게 뭐가 있단 말이냐). 항상 다니던 서울이 참말로 낯설게 느껴지고 묵었던 동네들에서 잠을 자는 건 처음이라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카시아 호텔에서 묵을 때는 광장시장 가서 군것질이나 할까 하며 나갔다가 덥고 귀찮다며 바로 맞은 편 허름한 호프집에서 후라이드 한마리에 생맥주를 마시는데 그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니까. 마치 90년 대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그런 기분?


우린 또 추억 하나 쌓았다며 둘이 애들처럼 키득거리며 푹푹찌는 2018년 여름을 보냈다.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초열대야를 3-4일 더 보내야 했지만 최고기온 30도 초반으로 떨어지니 이제는 살만한 것 같다.


아 우린 진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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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다 마케팅팀 보고 있냐? 

나한테 상품권이라도 좀 적립해 줘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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