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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Mar 27. 2018

목포 - 비금도 탐방기 上

다도해 해상 공원을 걷고 또 걷고

우리나라 관광 인프라 정말 너무 열악하다.

6차 산업을 부르짖고 농촌 관광을 활성화 해 보려는 사람으로서 너무 희망이 없다는 생각만 든다.

내가 비금도 가면서 느낀 건 필리핀 시키호르 갈 때 보다 더 정보가 없는 것 같다는 답답함이었다.

솔직히 흑산도 가려다가 당일 배표가 매진되어 급 비금도로 전환한 탓도 있지만 정보 없기로는 흑산도, 홍도가 비금도, 도초도 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무튼 너무 정보가 없어서 보잘 것 없는 나의 여행기나마 정보 차원에서 공유해 본다.

와 진짜 뭐가 이렇게 염전만 나오다 끝나냐고 욕하기 있기? 없기?


---------


우리 커플은 생일이 비슷한다.

짝궁은 3/17, 난 22일.

5일 차이고 춘분점을 기준으로 앞뒤 각 2~3일씩 더하고 빼면 된다. 

꼴랑 5일 차이라 생각되는가?

천문학, 점성학적으로 보면 겨울의 끝에 있는 사람과 봄의 시작에 있는 사람이니 극과 극의 사람인 거다.


아무튼 이런 연유로 우린 퉁쳐서 생일한다.

우린 기념일 따위 개나 줘 평소에 잘 하자- 는 실속파 귀차니즘 커플이지만

우리가 처음 만나 눈이 맞은 1/30, 그리고 3월 17일 근처 주말있는 주 둘이 합쳐 퉁 친 생일은 챙긴다.


올해는 우리 회사(술펀) 워크숍 관계로 16~17일 목포에 내려가게 되었다.

그래서 짝궁이(이하 즈모라 부르겠다)를 목포로 삐리리 호출~ 내가 미리 끊어놓은 KTX를 타고 목포에 도착했다. 차를 다같이 렌트해서 내려갔고 직원들이 렌트카를 가지고 상경했기에 나는 간만에 차없는 지방소도시 여길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었다. 스쿠터라도 빌릴까 했지만 이건 일단 즈모 만나서 결정하기로.


나는 좀 오지 여행을 좋아하는 모험가 타입인 관계로 집 구석에 콕~ 처 박혀 있길 좋아하는 즈모와는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른 인간이라 즈모는 항상 큰 맘 먹고 나와의 여행길에 오른다. 개고생길이 열렸구나 - 이런 거지 -_-



목포에서는 비금도-도초도-우이도-흑산도-홍도 등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으로 갈 수 있는 여객선 터미널이 있다. 목포항은 목포에 있지만 섬들은 신안군 산하에 있기에 들고나는 배 시간표 등은 신안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즈모가 신안군 흑산도는 섬마을 집단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라며 '이끼(웹툰) 분위기가 틀림없다, 그런 곳은 관광 불매를 해야 한다' 했지만 그건 아마도 전쟁같은 무인도 탐험 여행이 싫었던 핑계가 아니었을까? ㅋㅋㅋ 하면서 결국 내맘대로 끌고 감.


신안군 홈페이지에서는 목포여객선터미널 뿐만 아니라 목포 북항, 송공항 등 인근 해역에서 신안군 산하 섬마을로 들어오는 배 시간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예약은 되지 않으니 주의하자.


http://tour.shinan.go.kr/home/tour/traffic/traffic_01/traffic_01_01/



등산객 아줌마 아저씨들을 떼거지로 볼 수 있는 동양고속훼리를 타면 빠르고 비싸게 갈 수 있다.


http://www.ihongdo.co.kr/



목포 여객선 터미널 가는 길 

- 엥? 사진 찍었는 줄 알았는데 왜 없지? 도착지마다 들어가는 입구가 다르니 주의할 것.

다도해 해상 국립 공원 가는 배는 목포항 선착장에서 더 들어와서 비교적 빌딩이 높게 보이는 여객선 터미널까지 들어와야 함.


11:30부터 13시 출발하는 동양고속페리 발권이라길래 11시 10분 쯤 도착해서 기다리는데 이런 존장...매진이라고 한다. 아니 내가 제일 첫번짼데 웬열? 나처럼 워크인으로 섬에 들어가는 사람은 섬 주민들 외엔 거의 없고 관광객들이 대부분 패키지로 이용하기 때문에 이미 여행사 통해 예약한 사람으로 토요일 오후 1시 배는 만석이라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처음 도착했을 때 휑하던 대기실은 이미 이렇게 알록달록 등산복과 종이컵에 막걸리와 소주를 따르는 중장년 여행자들로 가득차 있었다.


직접 찍은 2018년 3월 17일자 동양고속훼리의 승선 요금이다. 참고하자.




대기 1번이라 일말의 기대를 안고 연락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며 내가 어제 목포에서 특별 주문한 생크림 케잌을 먹기로 했다. 즈모는 아침부터 기차타느라 나 역시 마중 나오느라 아직 아침을 못 먹은 상태라 배도 고팠고 근처에 밥 먹으러 갔다 대기표 사러 오라 연락올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아 뭔가 여객 터미널 복도에서 생일 축하라니...

굉장히 좀 불쌍해 보이시겠지만 우린 이런 거 좋아한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나만 좋아하나? 


케잌은 <알로하프라이데이>에서 목포 내려가기 전에 미니케잌 주문해서 받아 왔다.

알로하프라이데이 따로 홈페이지나 블로그는 없다. 인스타를 알려 주마.


https://www.instagram.com/alohafriday.kr/


젓가락도 없어서 케잌 자르라고 준 칼로 케잌 한 통을 다 먹었는데도 연락이 읍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지만 나는 즉흥 여행의 달인이기에

"우리 그럼 안전빵으로 1시 배타고 흑산도 말고 비금도갈까?"

즈모는 언제나와 같이 "어, 어신님 좋을 대로 해~"라고 선택권과 귀찮음을 나에게 토스~



케잌 먹으니 커피가 땡겨 편의점에 가서 여느 때와 같이 2+1을 고르고 있는데 12시 20분 경 061로 뜨는 전화가 울린다. '앗 - 득템인가' 싶어 냉큼 받았는데 오늘은 대기표가 안 날 것 같다는 맥빠지는 소리를 하네?


즈모가 옆에서 "오 잘 됐다. 섬은 무슨 섬이냐? 집에 가자ㅋㅋㅋ"며 징징대길래 얼른 매표소로 가서 사진에 보이는 대흥페리 비금도행 표를 끊었다. 어차피 전부 안 가 본 곳들이었는데 어차피 1박 하고 나올 거라면 '언제 또 오겠냐? 좀 먼 데 가 보자!' 싶어 흑산도, 홍도를 노려 봤으나 내 운명이 아니었나 보지.


대흥페리는 9천 원 밖에 하지 않았다. 2장을 사서 승선 준비!




아, 그리고 배타는 표를 사려면 신분증 필수다. 꼭 준비하시길.

신분증 검사 후 관광객에게는 표를 안 끊어줘도 주민들에겐 끊어 줌. 주민/관광객 할당량이 별도로 있는 듯.



우린 그렇게 대흥페리를 타고 팔자에도 없던 비금도를 가게 됐고 그래도 신난다고 배 앞에서 쌩쇼를 하며 마구마구 셀카를 찍었다. 본인의 얼굴을 SNS에 올리지 말라했기에 큰 하트로 가려 줌 ㅋㅋㅋ


아 그런데 외양부터가 동양고속훼리에 비해 넘나 허술해 보였던 대흥페리는 아앜ㅋㅋㅋㅋㅋㅋㅋㅋ

의자가 아니라 넘나  정겨운 온돌방으로 좌석이 되어 있었던 거시여떤거시다. 그래서 좌석번호가 없었던 거구나 -_- 라는 걸 그제서야 깨닫고 슬쩍 한번 찍어 본다.


초상권 때문에 사진 사이즈 대폭 축소


한편으론 목포란 장소도 그렇고 뭔가 세월호 영상이 생각나서 조금 시큰하기도...

자세히 보면 저 앞쪽에는 매트도 깔려 있다. 저긴 거의 남탕인 듯. 할매들은 한 분도 안 계시고 할배들이 다 차지하고 계셨음.


방바닥은 나름 따뜻했다. 갓 내려온 서울촌놈촌년인 우리 커플은 바깥에 나와서 갈매기도 구경하고 파도도 구경하고 새우깡 던져주는 아줌마아저씨도 구경하고 아무튼 바다를 만끽했다. 얏호~

미친년 널 뛰 듯 날아다니는 갈매기떼를 보련



나중에 비금도에서 목포 올 때 알게 된 사실인데 동양고속훼리는 운행 중 선실 안에만 있어야 하고 밖에 못 나가니 가까운 섬에 가실 땐 서울촌놈티 팤팤 내며 일반선 한번 이용해 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우리 즈모가 서울에서부터 깨알같이 싸 온 필리핀 과자(2월에서 시키호르 마트에서 샀었던)를 먹으며 바닥에 앉아 폰질도 하고 이런저런 잡담도 하며 비금도로 향했다. 아 군것질 거리 안 가져왔음 심심할 뻔. 배 안에는 물과 음료, 과자 등을 파는 매점도 있었다.한켠에는 아니나 다를까, 역시 술판 벌인 할배들이 몇 있었는데 좀 치우고나 가지...란 생각이... 아오 정말 빡쳐...




비금도 가는 길에 지나친 섬들. 비금도 가산항은 두번째 서니까 이때 내리지 말기요~




난 대책없이 비금도 온 녀자니까 내리자 마자 목포 나갈 배편 얼른 찍어놓기!




목포항으로 나가는 건 하루 두번 있나 보다. 내일 여기서 타게 될 지는 미지수.

매표소 앞에 몇 장 안 남아있던 비금도 안내도를 얼른 하나 집었다. 빨리 안 집었으면 등산객들한테 털릴 뻔.

이거 없으면 비금도 못 다니니까 꼭 한장씩 득템하길 바람.





가산항 나오자마자 서 있는 비금도의 상징! 

독수리상 앞에서 포즈를 잡아 보았다.

찍사인 즈모가 손수 <독수리의 기상>이란 제목을 붙여 주었다. 영광 -_-V


비금도 가산항에 내려 지도를 득템하고 나오니 23인승 미니 관광버스가 여러 대 대기하고 있더라.

그러나 우린 맨발의 탐험객인 관계로 지도를 펼치자 나오는 큰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거짓말 아니고 자전거/오토바이 대여소, 택시, 버스 단 한대도 없었다. 

아 섬 주민들을 태우는 봉고형 미니버스를 보았는데 지리도 노선도 모르니 탈 수가 없었고 잠깐 사진 찍는 사이 버스는 배에서 내린 주민들을 태우곤 부웅~ 떠나버렸다. 



자, 본격 스릴의 시작이다. 과연 우리는 오늘 어디서 어떻게 먹고 자게 될까?



길을 따라 1분 정도 걷자 염전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 이게 바로 현대판 염전 노예 사건을 불러 일으킨 바로 염전인가!?"

몇 안 되는 나의 본방사수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가 떠오른다. 

아, 정말 이 너른 염전을 언제 다 갈고 닦는다냐.


가도가도 염전이다. 레알 염전. 염전 천지. 염전 천국, 염전 지옥, 온통 염전.




왼쪽은 토판 염전, 오른쪽은 장판 염전.

난 장판 염전은 못 먹을 것 같다. 

근데 공산품으로 나오는 건 거의 장판이라던데, 소금 박사를 나중에 소환해 보겠다.

소금 얘기 쓰기 시작하면 이 글 절대 못 끝낸다.



이렇다고 합니다.

나름 유적지 코스프레를 해 놓았지만 역시 보이는 건 위 사진에 있는 염전 뿐이다.

이걸 보러 오는 관광객은 없을 것이다.

염전 체험이라도 만들던가. 이건 뭐 어쩌라는 건지.



들어는 보았나? 섬초.

시금치랑 같은데 섬에서 나는 건 섬초라 부르더라.

아무튼 경상도 사투리로 천지빼까리~로 곳곳에 시금치가 널렸다.

수확해 놓은 시금치 곁에 한가로이 노니는 바둑이가 보인다.

다만 이걸 마트에 납품하는 건 아니겠지 조금 걱정했다.




1시간 쯤 걸었더니 이런 표지판이 나왔다.

우리가 본 건 염전과 섬초 뿐이다.

길에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아주 가끔 길에 지나가는 차들 뿐이다.

무슨 만화 <까페 알파>도 아니고 세기말에 생존자가 우리 둘 뿐인 것 같은 그런 고요함과 적막함이랄까?




가도가도 염전 뿐이다.

우리 둘 다 이상한 캐릭터니까 이렇게 걸어가고 있지만 여느 커플이라면 분명 싸웠다에 백만원 건다. 

둘 중 여기 가자고 한 사람이 분명 쌍욕을 먹고 있을 거고 가자고 한 사람도 왠지 미안하지만 우겨보느라 다툼이 오갔을 게 분명하다.



섬나라 필리핀에서도 구석탱이에 있는 시키호르란 작은 섬에서 사온 7D 망고를 먹으며 2시간을 넘게 걸었다. 식당, 민박, 수퍼 뿐만 아니라 심지어 택시까지 관광객에게 필요한 인프라는 다 하나도 없었다. 

편의점이야 그렇다 치고 어떻게 작은 동네 수퍼 하나도 없을 수가 있지? 

나 웬만한 오지 다 가 봤는데 보통은 가정집 코스프레 해 놓고라도 간단한 생필품은 판단 말이야. 

여긴 도대체 뭐야? 



빨간 동백과 파란 지붕의 조화가 녜뻐서 둘이 찰칵찰칵 찍어 봄.

우리 나중에 이런 집에 살자~ 함시롱...



걷고...



걷고...................



또 걷고...



혹시나 버스 타 볼까 해서 이리저리 살펴 보지만 어디에도 버스 시간표는 없을 뿐이고...



우리가 지금 비금가산선착장에서 수림리 1호 염전 끝쪽 두번째 갈림길까지 걸어온 걸 아시나요?

필리핀 건망고랑 편의점에서 산 훈제달걀 먹으며 조금 쉬어 오는데 3시간 걸렸음 -_-;;;

짧아 보이죠? 7km 넘습니다.


계속 직진해서 면사무소까지 갈까?

하다가 여기까지 왔으니 바다라도 실컷 보자며 갈림길에서 원평 해수욕장으로 발길을 틀었다.

아, 신의 한 수 였지. 면사무소 갔으면 레알 염전과 섬초만 보다가 실망만 직싸게 하고 다음 날 섬에서 못 나올 뻔.



버스 번호도 시간표도 없고 정류장마다 이렇게 노선도만 그려져 있는데 네이버지도나 섬 안내도랑 매치해 봐도 어디가 어딘지 전혀 모르겠음.



도대체 이거 뭐가 기준인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2코스 온 거네.

아 우리 둘 다 걷는 거 무지 잘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서서히 지쳐간다.




아무튼 계속 걷다가 면사무소 쪽으로 직진하지 않고 지도의 두번째 갈림길에서 원평 해수욕장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그때 갈림길에서 요런 표지판을 보고 찍은 것 같다. 왠지 관광객 편의시설(수퍼라든가 식당이라든가...식당...식당...진짜 배고파 죽는 줄 ㅠㅠ)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그러나 가도가도 염전과 섬초 뿐...



빠리에 다녀온 치킨집은 문을 닫았다. 

주유소도 장사를 안 한다.

우리 모르는 사이에 진짜 지구 종말 온 거 아님?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코빼기도 안 보일 수 있음?


너무 걸어서 지쳤다.

다음 편에 또 써 보도록 하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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