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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Apr 22. 2019

직원 이력서 대신 써 주는 CEO

술펀 아싸들의 애정표현이란


문사협X한국전통문화대 인턴십 지원사업에 나 다음으로 우리 회사 오래다닌 분 지도 인력으로 넣으려고 그 동안 이력 업데이트 된 거 정리해서 달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손을 좀 대야 할 것 같더라. 1만 국영문 이력서 DB를 보유했었던 전직 헤드헌터의 프로페셔널 솜씨를 발휘해 보자.


여기서 잠깐 홍보!

이 글을 보는 몇분이나 해당될진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전통 문화 분야의 지속가능한 인재 육성을 위해 문화재청, 라이엇게임즈와 함께 청년취업 인턴십 사업을 진행 중이다. 


http://mshkorea.org/default/mp2/mp2_sub1.php?com_board_basic=read_form&com_board_idx=16&sub=01&&com_board_search_code=&com_board_search_value1=&com_board_search_value2=&com_board_page=&&com_board_id=1&&com_board_id=1



처음에 면접봐서 입사할 때 뉴질랜드 워홀 간다고 비자까지 받아놓은 상태라 어차피 오래 할 것 아니구나 싶어 서로 거리를 두고 급한대로 당시 술펀2.0 작업이나 포스터 같은 편집 디자인 정도만 같이할 요량이었다. 그러던 것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연말에 워홀을 취소하고 주2회 출근하던 것이 다음 해 부턴 주3회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제는 전일 출근을 하며 술펀의 핵심인력이 되었다.


모든 스타트업, 코딱지 만한 조직이 그렇듯 닥치면 다 해야 된다. 그런데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더라. 이 친구만 해도 UX/UI 전문이었는데 학교다닐 때 인쇄소 다니며 편집디자인을 많이 해서 손이 빠른 편이었고 워홀을 취소하고 한국에 있기로 한 이후로는 나와 함께 본격 브랜드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작년부턴 브랜드 총괄 기획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인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고 올해부턴 아예 나의 디렉션을 최소화하여 계약부터 결과보고까지 진정한 디렉션을 맡겨볼 생각이다. 지금도 클라이언트잡 외에 자체 브랜드 개발을 할 때는 전적으로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회사 내에서 자신의 지위가 뭔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어떤 역할을 한 건지 꽤나 모호했을 테다. 그래서 수정해 오라 하지 않고 옛기억을 떠 올리며 한땀한땀 채워주기 시작했다.


한줄한줄 고쳐주면서 처음 면접 볼 때가 생각났다. 
새하얗고 쌍꺼풀 없이(이거 중요 나 취향적으로나 관상적으로나 홑꺼풀 매니아) 똘망똘망한 눈에 예쁘장하고 귀한 얼굴에 웨이브진 긴 머리를 풀고 하얀 원피스를 입고 와서 공주님(그닥 PC한 용어는 아니지만 정말 이 느낌 외엔 다른 단어가 없어요)처럼 앉아서 조곤조곤 말했다. 그땐 이렇게 탄탄하고 보이시하게 자랄 줄 몰랐지. 사실 알고보면 이미 터프했는데 면접 때만 숨기고 있었던 거고 ㅋ 면접 날 이후로는 내근 할 땐 거의 진이나 츄리닝에 운동화 신고 출근했다.


당시 디자이너 이력서도 많이 들어왔는데 포폴에서 별로면 일단 서류에서 걸리지고 면접을 꽤 봤었다. 내가 그때 이 친구가 다른 지원자와 다르다고 느낀 답이 딱 하나 있었고 그것 때문에 이 친구가 뽑혔고 이후 면접에서도 일종의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되었다.


당시 내가 업무면에서 공통적으로 하던 질문이 있었는데
"현재 술펀의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만약 본인이 바꾼다면 어떻게/어떤 방향으로 하고 싶냐?"


디자인 지원자들이 물만난 듯 줄줄줄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겉으로 혀를 끌끌차진 않았지만 한심했다. 논리도 분석도 브랜드에 대한 어떤 자신만으 이해도 없이 주워들은 것만 나열하는 느낌이랄까?


근데 이 친구는 어케 대답했을까? 
우리 ㅅㅇ는 답을 하기 전에 나한테 되물었다.
"대표님은 어떤 방향으로 하고 싶으세요?"


어떤 제품이건 서비스건 상대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는 것, 고객의, 클라이이언트의 니즈에 먼저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은 직장내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팀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 이거 트레이닝으로 되는 게 아니더라. 마치 매너와 예의처럼 아주 어렸을 때 부터 몸에 배어 있어야 하는 거더라. 이거 내가 비즈니스매너나 이미지매니지먼트 컨설팅 할 때 정말 많이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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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나 HR 업종에 종사한 경력이 많았기에 내가 창업을 해도 잘 할 줄 알았다. 근데 이게 컨설팅이나 강의하면서 남의 머리 깎아주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고 바지 사장 할 때랑도 크게 차이나더라. 정신없이 달려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사람들은 뒤쳐져 있고 나만 혼자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게 아닌지 싶은 순간도 있었고 생각지 못한 사고도 많이 터졌고 지인이랑 일하면서 인연도 다 끊겨 봤고 친구였던 철천지 원수가 되는가 하면 사직서만 던져 놓고 잠수탄 직원도 겪어 봤다.


회사라는 게 혼자 달려가선 안 되는 건데 어떻게 같이가는 건지, 시스템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 이 친구가 성장하면서 나도 비로서 대표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4년을 지나며 힘든 일도 많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고 무엇보다 사람이 남았다. 남들처럼 공동창업할 만한 사람도 주변에 없었고 유일하게 같이 일할 만하다고 여겼던 같이 술공부했던 이쁘고 똑똑한 언니는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너무도 생소하고 협소한 시장에서 창업하여 이 악물고 살아남아 술펀의 색깔을 찾아가는 데 이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내가 준비가 안 되었던 걸 스스로 인정하고 쉽사리 투자받지 않고 편하게 남의 돈 쓰지 않고 잘 왔다. 남의 돈은 내가 그 이상 돌려줄 수 있을 때 비로서 달라할 수 있지 않나,고 생각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현재 회사의 역량 보다 월등히 높은 사람이 들어오면 급여 외엔 더 잘해 줄 수 있는 게 없고 반대의 경우는 사람이 갈릴 수 있다.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특히 조직의 성장을 개인이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 직원이 가진 역량 보다 회사가 가진 역량이 70%정도인 상태에서 130%를 줄 수 있도록 함께 성장해야 한다. 어떻게 이 속도를 맞춰갈 것인가? 혹은 처음부터 어떻게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볼 것인가? 이를 실험하고 검증하는 게 올해 우리의 숙제겠지?


경력 부문 수정 다 한 걸 보내주며 
"이걸로 이직하면 안 돼잉~ 
술펀에서 CPO/CDO 정도는 해야지!"
라고 생색 좀 냈다.


디자이너만으로 살기엔 능력과 재능이 넘쳐서 나는 디자인 전공과 백그라운드를 가진 콘텐츠 기획자나 아트 디렉터로 성공의 맛을 보여주고 싶다. 술펀에 들어와서 3년 넘게 고생했으면 세상도 바꾸고 돈도 벌어야지, 우리가 대장부로 태어나서 둘 중 하나만 하고 살기엔 아깝지 않은가?


회사 다닐 때는 팀 보다는 개인 성과를 평가받는 업무 경험이 많았고 팀에 소속되어 있어도 일하는 속도가 워낙 빠르고 정확해서 거의 혼자 처리하고 직급에 상관없이 내가 디렉션을 주는 상황이 많아 누군가를 키운다는 느낌 보다는 팀이나 프로젝트를 이끈 경험이 많았다. 누군가를 성장시켜 준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고 조금은 냉정하고 건조하고 업무 중심적인 저의 마음에 벅찬 감동과 따스함을 심어준 우리 팀장님.


귀척 예쁜 척 날씬한 척 할 필요없다
강해도 괜찮다 
탈코해도 괜찮다
욕하는 것도 괜찮다
불의라면 싸우고 와도 괜찮다
차라리 돈을 잃고 오더라도 자존은 버리지 마라
고 가르치는 곳


강한 여자로 키워주는 곳, #술펀


일복이 터져서
우리 올해 내내 사람찾을 것 같다.
언제든 편하고 쉽게 컨택하세요.


남자는 못 오냐고요? 당연히 됩니다.
그래도 일단 남성 우대인 사회에서 
저희만이라도 여성 좀 우대해 주려고요.


#지금은주령사브랜드로바뀐예전캐릭터브랜드
#첫아이들버릴수없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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