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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옴 Feb 26. 2019

이렇게 출근만 하다가 죽는 게 아닐까

#1. 지난 3년의 시작

‘아, 출근이다.’

 3년 전,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회사에 출근을 할 때의 아침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회사를 출근할 때, 불과 3개월 전 네 번째 회사를 출근할 때의 아침과 같았다. 재수와 휴학 없이 대학교를 다니고 24살부터 26살까지, 3년 동안 나는 네 번의 이직을 했다. 나의 지난 3년 동안 일어났던, 커다란 일들에 대한 정리를 통해 나는 지금의 내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첫 회사는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합격했다. 4학년 2학기는 나에게 이방인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려주었기 때문에, 최종 합격 메일에 눈물이 찔끔 났었다. 그렇게 졸업 전 마지막 12월에는 취직의 기쁨과 노예생활에 대한 걱정으로 보냈고, 2016년 1월에 처음으로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이었기에, ’

나는 회사와 나를 대단한 존재로 생각했다. 흔히 ‘자소서 잘 쓴 예’, ‘입사 후 포부 잘 쓰는 법’을 검색하며 얻은 자기소개서에서 회사란 제2의 인생이라고 했기 때문에, 나 또한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어리석었다. 당시 나는 졸업 후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았고, 그 회사에 가서 배우고 싶은 게 뭔지도 몰랐다. 취업 전 대학원을 가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해보았지만, 원하던 분야가 있던 것도 아니었던 터라 부모님의 대학원 반대에 수긍했다. 그저 보안 수업 성적이 좋았다는 이유로 평균 연봉의 중소기업 보안회사에 지원을 한 것이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내 꿈이 뭔지도 모른 채 지원한 회사에서의 생활은 점점 지루해졌다. 물론, 일과 사람마저 잘못 만났다. 나는 컴퓨터 전공자로서 당연히 개발을 하는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같은 회사에 함께 지원했던 친구를 따라가겠답시고 엔지니어로 지원을 하였고, 당시에 CS센터에 개발을 하는 일도 있다고 하여 회사 제품의 보안 로그인 모듈 유지보수 업무를 맡았다.

 





‘MFC. 이젠 학교에서도 가르치지 않는 분야를 평생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고?’

 처음 업무를 받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팀 배치 전 3달 동안 신입사원 연수라며 이상한 애들과 사업기획을 시키더니, 나에게 이 따위 일을 주다니. 멍청한 나는 스스로가 대단한 일을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업무가 너무 우스웠고, 맨날 트림하고 코만 파대는 사수 수석은 더할 나위 없이 무시했다.


두 달, 세 달이 지나면서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을 하면, 점심을 먹으면, 일을 하면, 주말이 오면 들었고, 스트레스로 말과 웃음을 잃었다. 일요일에는 월요일이 오는 게 너무 싫어 내내 잠만 잤다. 결국, 이러다 내가 죽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큰 맘먹고 내 뜻대로 내 인생을 살겠다며 입사 7개월째,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뛰쳐나왔다.


너무 기뻤다. 그리고 불안했다. 그해 하반기를 준비하기엔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7월에 나올 걸’이라는 시기에 대한 후회가 가장 먼저 들었다. 그래도 놀려고 나온 회사가 아니니까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8시, 늦어도 9시에 일어나며 공부하고 자소서를 쓰는 시간을 반복했다.


‘알고리즘 공부 시-작 ’

아니, 알고리즘 문제를 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언어 포기자였기 때문에, 문제를 이해하는 데만 일주일이 걸리는 수준이었고, 코딩을 하는 것은 그 이후의 문제였다. 하지만 아직도 멍청한 나는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지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 문제 이해에서부터 막혔던 나는 그저 개발을 하고 싶은 이야기만 자소서에 적으며 제대로 된 프로젝트 하나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이유로 9월, 10월 동안 냈던 이력서는 우수수 면접도 가기 전에 떨어졌다. 거의 50개 정도.  대부분은 서류에서 떨어졌고, 혹여 붙더라도 인적성과 코딩 테스트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그러다 11월 중순쯤, 두 번째 회사에서 인적성을 통과하여 면접을 보러 오라는 통보를 받았고 약 한 달 동안의 정규직 전환형 인턴생활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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