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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옴 Feb 26. 2019

이렇게 출근만 하다가 죽는 게 아닐까

#2. 지난 3년의 중 - a

‘두 번째 시작-’

 당시 함께 했던 인턴은 나를 포함해 여섯 명이었고, 나 혼자 여자였다. 금융권의 IT 운영 업무를 하는 곳이었고, 회사를 지원했던 당시에는 그런 회사인 줄도 몰랐다. 코스피에 상장되어있고 돈도 많이 주니 "당장 생활비가 급하겠다, 좋아 보여서." 꼭 붙고 싶었다. 물론 당시 인턴 담당자가 퇴근도 빨리 시켜줬고, 하루 종일 회의실에 앉아있으면 각 팀에서 과제를 주거나 설명을 해줬기에 별달리 힘들었던 기억은 없다.


‘난 혼자 여자이니까 붙지 않을까?’라는 아주 몰상식한 기대감으로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다. 그렇다고 남들보다 과제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거나, 면접 준비를 덜 한 건 아니었다. ‘드디어 내가 인정받는 곳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전 회사보다 연봉도 높아졌고 개발업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너-무 기뻤던 나머지 합격한 날, 인사팀 선배한테 카톡으로 확인까지 했다.


그렇게 2017년, 나는 두 번째 회사에 정규직 신입사원으로 첫 출근을 했고 한껏 들뜬 기분으로, 나 혼자만 여자인 팀. 열댓 명의 남자 직원이 있던 곳으로 부서 배치를 받았다.






‘괜찮아. 컴공 비율이 뭐 그렇지.’

 노트북도 없이 손바닥 만한 노트와 펜 하나만 가지고 덩그러니 임시 자리에 앉아있었던 그날 사업부 총괄자가 신입사원이 왔다고 환영을 하겠다며 아침 8시 출근에 저녁 7시쯤 아니 8시쯤인지에 처음으로 그 회사의 회식에 참여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수저와 물컵을 돌리는 선배를 보며 위계질서가 엄청나다는 것이 느껴졌고, 괜스레 ‘대기업처럼 각이 잡혀 있는 이런 곳에 내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싫으면서도 좋았다.


9시, 10시, 11시.. 점점 시간이 지나며 원래도 알코올 쓰레기인 나는 생각보다 나 혼자 여자 직원으로 참석한 첫 회식이 좀 많이 무서워졌다. 첫날이라고 칼 정장 차림으로 갔는데 치마가 짧았던 나를 총괄자 옆에 앉혀준 덕분에, 괜히 애꿎은 핸드폰만 만지작대다 치마 위에 올려보며 테이블 밑으로 내 다리를 숨기고 싶었다.


그래도 11시에는 택시를 태워 보내주겠다며 콜택시를 잡아줬고, 그렇게 팀에서의 첫날. 나는 평소 교통비에 7~8배는 더 내고 집에 들어갔다. 내 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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