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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옴 Feb 28. 2019

이렇게 출근만 하다가 죽는 게 아닐까

#3. 지난 3년의 중 - b

“안녕하세요, ㅇㅇ팀 ㅇㅇㅇ입니다."

 이렇게 전화받으면 돼요. 첫 사수였던 주임이 알려주었던 것 같다. ‘직급도 딱 적절한 사수에 이런 것도 알려주고 역시 다른 곳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회사에서 제대로 된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전화받는 것조차 처음인 것처럼 떨렸고, 한 번은 잘못해서 5초의 정적 후 “아… 여보세요?”라고 한 적도 있었다.


사수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나는 일이 없었다. 그런 틈에 사수는 조금씩 나에게 업무 프로세스와 담당 서비스 코드를 파악할 수 있게 실습을 내줬었다. 다행히도 관련 과목을 대학생 때 한 학기 동안 들어서 따라가는 게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IT의 중심부에 있구나 싶으면서 앞으로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편해지는 팀원들이 생겼고 업무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네 안녕하세요~’

 아마 4월쯤부터, 그러니까 내가 업무로 현업들과 1:1 대화를 주고받을 때부터 시작했던 메신저에서의 인사 같다. 이슈 할당을 받기 시작할 때쯤, 같은 셀(파트)의 상급자가 떠나면서 담당했던 업무가 나에게 넘어왔다. 인수인계는 단 3일이었다. 그리고 그 기간에 사수는 일이 많다며 나에게 “간단한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3개의 이슈를 던져주었다. 나는 오후 6시가 되어서야 끝난 인수인계 때문에, 새로운 이슈 파악을 위한 야근을 해야 했다. 그 날 저녁으로 다른 셀 직원들과 쌀국수를 먹으면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왜 또 이런 일이.’

 팀원들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담당 업무의 과실책임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입사한 지 4-5개월 된 내가. 어떤 업무의 정이 된다는 중압감과 자기 살기 바쁘다며 내빼는 얇은 천막 같은 사수 덕분에 난 또 망한 거 같다는 생각에 휩싸였었다.






‘이번에도 도망칠 순 없어.’

 이런 생각으로 1년만 버티자고 아마도 그때부터 다짐했었다. 그렇게 힘들어도 좀만 버티자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너무 힘들 땐 화장실에서 울면서 하루, 이틀, 일주일을 버텼다. 그래도 다른 셀이지만 업무를 친절히 알려주셨던 선임님과 조직을 싫어하지만 겉으로 티는 안내는 동기 오빠가 많이 챙겨줘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입사 8개월째. 내 천막 같던 사수마저 다른 팀으로 갔고, 나는 문제의 셀 관리자 아주 직속 부사수가 되었다. 물론 사수가 옮기기 전에도 같은 셀의 수장이었다. 하지만 천막이 사라진 나의 회사생활은 벼락을 피할 구멍조차 없어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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