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연애 하게 될 줄이야

밖으로 향한 관심이 내 안으로 향하게 되었다

by 홍시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동네 수영장은 아늑했다. 외국에 나갔다가 고국에 돌아와 비로소 고향의 냄새를 음미하듯, 동네 수영장의 알싸한 물 냄새가 정겨웠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수영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출발선에서 레일을 따라 자기만의 수영을 해냈고, 나도 여전히 물속으로 풍덩 들어가 여느 때처럼 수영을 했다.


나를 제외한 현실은 달라질 게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예전과 다른 에너지가 차올랐다. 설렘인지, 들뜸인지, 그도 아니면 우뚝 설 수 있는 힘인지, 마치 연애하는 기분이 되었다. ‘연애’라는 단어의 힘은 막강하다. 떠올려보라. 첫사랑도 좋고, 최근의 연애도 좋고, 어찌됐든 제일 좋았던 연애 시절의 그때를. 생각만으로도 내 안의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나는 그 에너지. 그 에너지만 있으면 세상이 무섭지 않았다. 그 에너지는 자기안의 사랑이었다.


누군가로부터 받는 사랑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자기의 사랑을 발견하는 일이다. 비로소 나를 조금씩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는 것일까. 나는 비교적 금방 사랑에 빠지곤 했다. 사람을 보면 좋은 점이 먼저 보였다. 좋은 점은 매력처럼 보였고, 그 매력은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남을 사랑하는 기술에 있어서는 타고난 기질도 있었다. 사랑은 언제나 밖을 향해 있었다. 눈이 향하는 방향으로, 치우쳤다.


나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으로 나를 채웠다.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 사람은 왜 그럴까, 그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온통 타인을 고민하느라 정작 제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았다. 정작 나를 궁금해 하지 못했다. 너무 뻔하다고 치부했다. 나를 모를 리가 있나 싶었다. 나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만했다.


작은 동네 수영장에 빠져 수영을 즐겼다. 수영의 기술은 시간이 쌓여갈수록 익어갔다.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라고 체념할 때마다 나를 넘어섰다. 어디까지가 내가 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그 불확실성이 매일의 수영을 즐기게 만들었다. 오늘은 주저앉다가도 내일이면 성취감에 도취되어 기분은 롤러코스터를 타곤 했다.


수영이 무르익어가는 만큼, 나에 대한 호기심이 자랐다. 늘 밖으로 향하던 호기심이 수영을 만나, 안으로 향했다. 물속에서 마주하는 나는 낯설었다. ‘나’라고 여겼던 관념을 벗겨내자 그 안에 무수한 내가 있었다. 뭐든 될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고, 뭐가 아닐 수도 있었다. 마치 물의 성질처럼. 명함 속의 직함이 날 대변할 수 없었고, 결혼을 해서 만들어진 역할이 날 설명할 수 없었다. 다소 혼란스러워 고개를 갸웃하기도 한다.


그 혼란이 나를 키웠다. 나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수영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재미였다. 그 재미를 떠들어대고 싶었다.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아쉬웠다. 연애를 하면 숨기고 싶어도 어떻게든 티가 나듯, 나를 발견하는 그 즐거움은 숨겨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수영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었다.


나와의 연애는 현재 진행형이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또 어떤 낯선 나를 만나게 될 지 전혀 예측이 안된다.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난 오늘도 나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려 수영장으로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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